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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사 준비하세요? 싸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키워드 가이드를 만나다] '이사' 김종봉 씨

키워드 가이드 김종봉 씨는 이사 업체들을 대상으로 창업부터 마케팅, 고객 관리까지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하우박스커뮤니케이션'의 대표 이사다.

'이사 전문가'임을 자임하는 김 씨는 키워드 가이드 활동을 통해 고객들에게 이사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아직까지 영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이사 업체 전반의 수준을 높여 업체와 고객 사이를 가로지르는 벽을 낮추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자신의 '사회적 소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사를 앞둔 독자라면 눈여겨봐야 할 '팁'도 제시했다. 일단 무허가 업체를 피하고, 가격이 다른 업체에 비해 현저하게 싸다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게 김 씨의 조언이었다. 이사란 단순이 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 편의 서비스'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싼 업체만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비스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헤어진 여자 잊으려고 미친듯이 일했다"

프레시안 : '이사'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종봉 : 계기는 상당히 생뚱맞다. 학교에서 식품공학과를 졸업했는데 주로 효소공학을 공부했다. 이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유학을 준비하다가 사귀고 있던 여자가 있었는데, 갑자기 헤어지게 됐다. 그 날을 아직 기억한다. 헤어진 게 1월 5일이었다. 공부고 뭐고 다 싫더라. 그래서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월급 등의 조건과 상관 없이 일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전공은 아니었지만 컴퓨터를 접하고 공부하기 시작한 게 1982년부터였고, 인터넷의 경우에는 1995년부터 시작했는데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어떤 분이 자기 회사로 오라고 하더라. 인터넷을 통해 포장 이사 사업을 하는 업체였다. 그 때부터 '이사'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미친 듯이 일을 했다. 그 여자를 잊기 위해서…. (웃음) 그러다 보니 전문화가 되더라. 그러다 이사 업체 창업 과정을 컨설팅하는 회사를 차렸다. 전에 일하던 회사가 망해서이기도 하지만…. (웃음) 나에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경험했던 자산이 있었다. 그리고 이게 충분히 '되는 사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 키워드 가이드 김종봉 씨. ⓒ프레시안

"무허가 업체는 피해야…가격과 서비스의 질은 비례한다"

프레시안 : 보통 이사를 할 때는 이사 업체의 도움을 받게 된다. 고객의 입장에서 업체를 선택하는 데 가장 신경써야 할 점은 뭘까?

김종봉 : 무엇보다 허가 업체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무허가 업체까지 합치면 국내 이사 업체가 1만 개 정도 된다. 무허가 업체의 가장 큰 문제는 '퀄리티'다. 이사를 보통 많이 하는 날을 '손 없는 날'이라고 한다. 매달 음력 9일, 19일, 29일, 30일이다. '손'은 사람의 이동을 방해하는 귀신의 이름이라고들 한다. "손재수가 없다"는 말도 있지 않나. '손 없는 날'이란 곧 손이 하늘로 올라가서 이동에 무리가 없다는 날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손 없는 날이 되면 전국 이사 업체에 일이 몰린다. 요즘은 전세 계약 문제로 월말에도 몰리고…. 일이 폭주하기 때문에 무허가 업체들은 탑차 한 대를 갖고 하루에 세 건, 네 건을 뛴다. 시간이 없으니까 계약은 포장 이사로 하고 실제로는 일반 이사로 진행을 하는 것이다. AS 요구가 와도 무시하고, '떳다방' 식으로 한 곳에서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업체 이름을 바꾸는 식으로 고객들의 불만을 피해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 허가 업체라고 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받을 수 있다. 계속 그 이름으로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음은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업체를 고르는 게 좋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간다든지 하는 장거리 이사라면 도착지에 있는 업체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프레시안 : 고객 입장에서 아무래도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건 가격 문제다.

김종봉 : 가격도 물론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이사는 운송 서비스가 아니라 말 그대로 편의 서비스다. 짐을 단순히 옮기는 게 아니라 정리까지 해주는 일종의 생활 편의 서비스라는 것이다. 결국 서비스의 질이 결정되는 건 가격이다. 보통 오해를 많이 하시는 게 가격 문제다.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당사자가 좋은 서비스를 받겠다고 하면 비용이 높아지는 것이다.

대형 업체 견적 사원들의 말에 현혹되어선 곤란하다. 대형 업체와 상담을 해보면 "우리는 똑같이 5톤 기준 40만 원이지만 대형 업체이기 때문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어차피 인건비는 고정돼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특별히 높아지는 것은 없다. 보통 '대기업' 하면 삼성이나 현대, LG 등 이런 회사들이 떠오르지 않나? 그런데 이사와 관련해서 생각나는 대기업이 있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시장 지배적인 대형 업체는 없다는 뜻이다. 같은 기준에서 동네에 있는 작은 업체라고 해도 만일 50만 원에 계약을 했다면 로열 이사가 된다. 서비스의 질은 가격에 비례한다는 얘기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가격이 낮을수록 파손, 분실 등 AS가 많이 나온다. 너무 저렴한 것만 찾는 건 좋지 않다. 적정 가격 기준은 24평 아파트(5톤) 기준으로 45만 원 정도라고 봐야 한다. 사다리차나 에어컨 분해 설치까지 포함하면 60만 원 정도 생각하는 게 좋겠다.

"아파트 단지 안이나 대로변에 있는 업체들은 대체로 믿어도 된다"

프레시안 : 워낙 업체가 많으니까 선택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김종봉 : 견적은 세 군데 정도 보는 것이 좋다. 가격이 비슷하다고 한다면 믿음이 더 가는 업체를 선택하면 된다. 옛날에는 견적비를 1만 원씩 받았는데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서 받지 않는다. 또 고려해야 할 부분이 현금 영수증이다. 이건 업체 입장에선 별로 안 좋은 이야기인데…. 현금영수증을 발행해 달라고 하면 원래 가격에서 10퍼센트 정도를 더 요구하는 업체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업체들은 오히려 믿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고객이 영수증을 요구할 때 일부러 10퍼센트라는 이야기를 안 하고 말을 돌린다든가, 애매하게 넘어가려고 하는 업체는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다. 정직하게 이러저러한 요인들 때문에 10퍼센트의 비용이 더 발생한다고 이야기하는 업체들은 그나마 안정돼 있는 업체들이라고 봐도 괜찮다.

또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입주해 있는 업체나 대로변에 있는 업체들도 대체로 믿을만하다. 임대료가 비싼 대신에 그만큼 일을 많이 하는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업체들에서는 아무래도 '입소문' 때문에 더 많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피해야 하는 업체의 기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김종봉 : 부동산에서 소개해주는 업체들을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을 통해 고객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퀄리티와 상관없이 그 만큼을 고객이 더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부동산 소개 업체들도 퀄리티는 괜찮지만, 비용면에서 단점이 있다. 본인이 직접 알아보고 견적을 내는 게 좋다. 요즘은 인터넷도 있고 매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직접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국내 이사뿐 아니라 해외 이사도 중요하다. 해외 이사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가정 이사 쪽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주로 과도한 광고 경쟁으로 인한 가격 상승 문제라면, 해외 이사 쪽은 아예 '사기' 수준의 문제점까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해외 이사를 위해 부산항까지 짐을 옮긴다고 해 보자. 배가 출발하는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나? 그런데 배가 떠나기 전에 도착지 하역 비용까지 포함해 이사 비용을 다 받는 업체가 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면 짐을 내리는 비용을 또 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항의가 어려운 해외 이사의 특성상 업체가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다시 가격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런 업체의 경우 대부분 가격을 다른 곳보다 100만~200만 원 정도 싸게 책정한다. 하지만 그렇게 사기를 당하면 이사 비용이 1.5배 정도 더 들어가게 된다. 결론적으로 손해다.

"이사는 힘쓰는 일…웃으면서 장농 들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아무래도 업계 쪽에 있기 때문에 고객들을 향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겠다.

김종봉 : 예전에 소비자보호원에서 살다시피 한 적이 있다. 이사 AS 문제 때문이었다. 업체가 잘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고객들도 이런 점들은 좀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업체가 아무리 잘 해 줘도 꼬투리를 잡으려면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를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긁히고 상처가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럼 고객 입장에서는 변상을 요구하시는데, 이런 측면으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나마 업체를 통해 이사를 하셨기 때문에 그 정도에 그친다는 이야기다. 본인이 직접 이사를 하면 더 많이 부서지고, 더 많이 파손된다. 물론 고객 입장에서 그런 부분들을 이해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사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 업자들이다. 업체에서 일하는 분들도 사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 많다. 신용불량자라든가, 수배된 사람도 있더라. 언젠가 청와대에서 부서 간 이사 발주가 들어온 적이 있는데 사전에 신원 조회를 했다. 필요한 인원이 12명이었는데, 10명이 신원 조회에서 통과를 못했다. 대부분 신용불량자이거나 세금을 못낸 사람들이었다. 결국 각 업체 대표들을 불러 모아서 겨우 이사를 마쳤다. 힘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거친 분들도 있고, 실제로 건달 출신도 있다. 덩치도 크고, 팔뚝에 문신도 있고…. 그런데 그런 부분을 너무 안 좋게만 생각하시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분들은 업체 사람들을 보고 "인상이 안 좋다"고 하시는데, 솔직히 장농을 웃으면서 들 수는 없는 것 아니냐. 힘을 쓰는 일인데…. 그것을 불친절하다고 하는 분도 있더라. 25년 된 밥솥 뚜껑을 변상하라는 고객도 있었다. 이쪽 업계에 있다고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도 솔직히 좀 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될까. 업계 속성상 개별성이 강해서 그런 것 같다. 뭉치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연합회나 조합이 있어도 협조가 좀 미흡한 부분도 있다.

프레시안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업계 전반을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키워드 가이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김종봉 : 대변까지는 아니고 고객과 업체 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이사와 관련된 여러가지 일들을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워드 가이드는 메일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원래 <프레시안>이라는 매체를 좋아했다. 기사 자체가 편중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기존 언론사들, 특히 조·중·동을 싫어한다. 그런 신문들의 정보보다는 <프레시안>에서 나오는 기사들에 대해서 신뢰랄까, 믿음이랄까 그런 게 있었다. 그런데 키워드 가이드는 <프레시안>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프레시안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업계 전반의 수준을 높이겠다"

프레시안 : 앞으로 키워드 가이드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김종봉 : 고객들이 정확한 정보를 통해 업체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고, 이사 업체들의 구조적인 모순을 개선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안, 제시하고 싶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런 작업을 계속해 나가다 보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사 업체의 사회적 지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민다는 게 맞다. 전체 사업 규모에 비해봐도 그렇다. 이런 측면에서 업체 전반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게 개인적인 가장 큰 목표다. 나름대로의 사회적 소명감이기도 하다. 그것을 위해서 업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이런 과정에서 업체의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런 한계들은 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도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1000원짜리 물건을 2000원에 샀다고 하면 억울하지 않겠나.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업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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