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는 세종시-4대강 문제 외에도 '부자감세' 논란, 아프가니스탄 파병, 대북정책, 취업대책 등 다양한 현안이 함께 언급됐다.
○ 아프가니스탄 파병 논란…"국제적 의무 다해야 제품값도 올라간다"
특히 정치권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와 관련한 질문은 특전사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아들을 둔 한 시민패널로부터 나왔다.
시민패널 배 모 씨는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정부가 우리와 아무 관계도 없는 지역에 젊은이를 보내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제 아들도 혹시나 파병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강제로 가는 게 아니라 지원하게 돼 있는만큼 아드님 문제는 안심해도 될 것"이라면서 "우리도 이제 테러를 막는다든가, 평화를 유지하는 일에 참여해 국제적 의무를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 모든 나라에 물건을 팔고 있지 않나"면서 "물건만 팔고 남의 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야 제품값도 올라간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싸우는 전투병이 가는 것도 아니다"면서 "후방에서 의료시설도 만들고 농사짓는 법도 알려 줄 (재건팀) 150명을 지키기 위해 300명 내외의 군대가 가는 것"이라면서 "젊은이들은 생명의 위험이 없는 위치에서, 전투도 전혀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부자감세 논란…"감세가 곧 일자리 만들기다"
부자감세 논란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날 제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현 정부가 가장 못한 일로 '부자감세'가 꼽혔다.
이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이 되고 가장 오해받는 게 친(親)기업적, 친부자적이라는 것이지만 저는 친시장이면서 친일자리"이라면서 "기업하시는 분들은 잘 아니까 이런 질문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법인세를 낮추라는 것은 외국(기업)의 권유사항이기도 하다"면서 "그래야 투자의 여력이 생기고, 투자를 해야 일자리도 더 생긴다는 논리"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결국 감세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감세가)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하는데 아무쪼록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청년실업 대책…"눈높이 낮추라고만 해서야" vs "낮추지 말고 맞춰라"
청년실업 대책과 관련해선 한 시민패널로부터 날카로운 지적이 나왔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라는 김 모 씨는 "창업의 경우 성공사례가 극히 드물고 중소기업은 저희들이 바라는 소득이나 복지수준에 미치지 못하다"면서 "눈높이를 낮추하는 말씀을 자주 했는데, 그보다는 근본적 대책이 나와야 하는게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나는 젊은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을 안 한다. 저도 젊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더라"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청년 실업자들의 '눈높이' 문제를 지적해 왔다는 점에서 사실과도 다른 언급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어 특유의 '눈높이 취업대책'을 고스란히 반복했다. 이 대통령은 "눈눞이를 낮추라는 게 아니라 맞추라는 것"이라면서 "중소기업에 가면 실망스러운 일도 많겠지만 더 경험할 것도 많다. 그런 경험을 쌓아 더 좋은 직장을 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벤처가 다 성공하면 벤처겠느냐"면서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패를 통해 경험도 쌓고 성숙해질 수 있다"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대한민국 영토 아니어도 된다"
대북정책에 있어선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언급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한국에 와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핵문제나 인도주의 적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번만은 서울이나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어도 된다는 융통성은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추진 여부와 관련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국군포로나 납치문제 등 인도주의적 문제도 이야기하면서 풀 수 있다면 만날 수 있다"며 "장소가 첫째 조건은 아니다. 이런 목표가 달성되면 언제든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그랜드 바겐' 구상과 관련해선 낙관적 전망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까지 북핵문제에 있어 한국의 역할은 그저 따라다닌 것뿐"이라면서 "우리 나름대로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해서 그랜드 바겐을 제시했고, 주변국도 대부분 동의했다. 그 길 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연애인 패널'에 포함된 가수 박현빈, 탤런트 선우용녀 씨 등은 '영부인의 요리 솜씨', '대통령의 내복' 등 현안과 무관한, 비교적 가벼운 질문만을 던졌다. 다만 역시 연애인 패널 중 방송인 오영실 씨는 최근의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이 대통령의 견해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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