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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은행이 난관에 부딪힌 이유는?

[분석] 특별법 없으면 문닫을 운명...묘수 나올까

인터넷 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가 3일 0시부터 영업을 개시한지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신설 계좌가 6만 건을 훌쩍 넘겼다는 소식이다. '모바일 온리'로 365일 24시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은행의 등장은 금융권에 일종의 사건이 되고 있다.

하지만 1992년 평화은행이 인허가를 받은 지 25년 만에 제 1 금융권에 속한 신설은행인 인터넷 전문은행의 앞날은, '은산분리의 원칙'이라는 벽을 넘느냐 여부에 달렸다.

은산분리는 은행법상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에 대해선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말한다. 실제 보유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어 10%까지 가능하지만 4% 초과분은 의결권이 없다.


▲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서비스 출범 기념식에서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산분리 원칙, 누가 '적폐'로 몰아가나


케이뱅크는 산업자본인 KT가 설립을 주도했지만 은산분리로 인해 지분이 8%에 불과하다. 초기 자본금 2500억 원 마련하는 데도 총 21개 주주가 참여했고, 8% 이상 10% 이하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KT를 포함해 6곳에 불과하다.

케이뱅크는 영업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 준비과정에서만 초기자금 절반 정도를 소진했다. 추가 증자가 없다면 연내에 정상적인 영업궤도에서 이탈할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미 나오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지키면서 대출 영업을 하려면 늦어도 내년에는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증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핀테크(금융+기술)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선 금융위원회와 재계에서는 '은산분리 원칙'을 '적폐'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핀테크를 밀어붙였던 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무시 못할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주장들은 이런 것이다.

첫째, 인터넷 전문은행은 기술력이 핵심경쟁력이기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은행 경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분 확대를 통한 의결권의 확대가 필요하며, 최소한 인터넷 전문은행을 주도한 ICT기업에 대해서만이라도 은산분리 원칙이라는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둘째, 금융이 산업을 지배하는 시대에 과거 정경유착 속에 금융이 산업자본에 종속된 시대의 경제력 집중을 우려한 '은산분리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받드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셋째, 최소한 인터넷 전문은행만이라도 사전적 규제인 은산분리보다는 엄격한 자격 심사를 거친 승인제와 사후적인 규제로 대체되어야 한다.

넷째, 외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는 시급하다. 미국은 이미 인터넷은행이 20개가 넘고, 일본도 인터넷은행이 등장한지 오래다, 중국에서도 지난해부터 인터넷은행이 잇따라 출범하고 있다. 지금처럼 '은산분리' 등 고루한 규제를 고수하다가는 국내 은행 경쟁력이 아프리카 우간다보다 못한 현실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법안들은 특례법 3건을 포함해 이미 5건이나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덜컥 인터넷 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만 출범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킬 각종 장치들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정치권의 합의가 가능할 것도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재벌개혁을 앞세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측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초래할 위험성을 내세워 법안심사소위에서 번번히 합의를 무산시켰다.

그러나 인터넷 전문은행이 살 길이 아주 막힌 것은 아닐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규제 완화의 부작용없이 안착하도록 유도하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된 문재인 전 대표 캠프에서 신설한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경제분과 부위원장으로 영입됐기 때문이다.

김상조 소장은 경제민주화를 대표하는 진보 성향의 학자로,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박영수 특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재벌 관련 수사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위해 은산분리의 원칙을 푸는 것 자체에 대한 김 소장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에 참여한 기업들은 금융을 제대로 다룰 능력이 없다는 것이 김 소장의 판단이다.

따라서 대선 이후 ICT 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을 주도하면서 은행업에 적응할 기회를 주는 취지로 특별법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별법으로 할 경우에도 지분율에 대한 쟁점은 남아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특례법 3건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34%까지 지분율을 허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34%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3분의 2)를 저지할 수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별법조차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은행을 장악한 산업자본 대주주나 정치권의 외압 등으로 은행이 망가질 가능성을 차단할 규제가 허술한 상황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위해 은산분리의 원칙을 건드리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근본적 비판이다.

논란만 거듭되는 사이 5일 인터넷 전문은행 2호 '카카오뱅크'가 본인가를 거쳐 상반기 안에 출범할 예정이다. 수많은 금융소비자가 이미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금융업이 등장했는데, 규제 완화 여부를 둔 원론적 공방만 벌일 때도 지난 것 같다.

그러나 인터넷 전문은행이 재벌과 뇌물로 엮인 박 전 대통령이 밀어부쳤던 금융개혁의 핵심과제였다는 점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생존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은산분리'를 적폐로 몰아세우는 세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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