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출산율이 낮아져 점점 고령화 사회가 된다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젊은 세대가 부담해야 할 노인 부양비가 상승되고, 노동력 감소로 경제성장이 둔화되리란 전망도 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국력'이라는 기사도 눈에 띄고, 심지어 이를 '재앙'이라고 표현한 기사도 있더군요. 정부, 국회, 언론 할 것 없이 한마디로 '난리 났다'는 분위기입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여기저기 붙어있던 게 기껏해야 십수 년 전 일인데, 이제는 애를 많이 낳으면 출산장려금까지 준다더군요. 그때는 많으니 줄이고, 이제는 적으니 늘이자? 사람이 고기 값 변동에 따라 새끼를 치거나 말거나 하는 소나 돼지 취급을 받고 있는 듯하여 듣기 거북합니다. 그보다 '둘만 낳은 애들'은 정말 '잘 기르고' 있는지 따져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인구가 많다, 적다는 상대적인 개념일 뿐입니다. 룩셈부르크는 인구가 50만 명 정도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 1,2위를 다투는 나라이고, 뉴질랜드는 남북한을 합친 면적에 겨우 400만 명 정도가 살지만 손꼽히는 복지국가입니다. 인구로 따지나 인구밀도로 따지나, 우리나라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들도 잘만 살고 있습니다. 인구 4800만 명에 인구밀도 487명/㎢(2002년, 통계청)인 나라에서 대체 무슨 잣대로 인구가 많다, 적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인구(人口)는 말 그대로 입을 달고 있는 사람 숫자입니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노래도 부르는 입이지요. 그러나 인구를 목숨 가진 사람 숫자로 여기지 않고 오직 생산자와 소비자 숫자로만 여기는 자들에게는 인구감소가 확실히 '재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구감소는 생산력 부족뿐 아니라 내수시장 위축도 뜻할 테니까 말이지요. 그래서 인구가 줄어드는 모습이 곧 금고 속 돈이 줄어드는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르지요.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5.3%(2004년, 농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만으로는 사람들 입을 4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한다는 얘깁니다. 먹는 일뿐만 아니라 마시는 일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은 세계 180개국 가운데 146위(2003년, UN)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환경은 어떤가요? 우리나라 환경지속성지수는 세계 146개국 가운데 122위(2005년, WEF)입니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은 나라에서 공업만 비대하게 발달시킨 결과이지요. 그러한 터에 인구감소를 걱정해?
심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이런 나라에서 애를 낳는 건 잔혹한 짓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습니다. 예전 표어 그대로 둘만 낳은 애들이라도 잘 키우자 주장하고 싶습니다. 인구 노령화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인이 '쓸모없는 인간' 취급 받는 것은 공업사회, 돈벌이사회에서일 뿐이지 농업사회, 공동체사회에서는 안 그렇습니다. 실제로 지금 농촌에 가보면 일하는 사람들은 죄다 노인들밖에 없지 않던가요?
진짜 재앙이 있다면, 인구감소가 아니라 외화벌이에만 골몰하는 기형적이고 비인간적인 경제구조가 바로 재앙입니다. 탁 깨놓고 말해, 저는 "성장 좀 그만해!" 외치고 싶습니다. 2004년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인 국가가 아직도 "경제를 살리자!" 타령을 하고 있다면 그놈의 경제는 성장으로는 도저히 살아나지 않을 게 뻔합니다. 이젠 성장 타령 그만하고, 가진 경제나 제대로 운영하고 분배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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