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의원내각제의 특징은 의회의 과반수 정당이 단독으로 또는 정당들이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수상을 임명하여 수상이 국가들 통치하도록 한다. 내각은 의회 의원들로 구성된다. 의원내각제에서 수상은 아래의 세 가지 경우에 바뀐다. 첫째, 총선거가 새로 실시되어 의회 내 과반수 세력이 바뀌었을 때. 둘째, 의회 내에서 연합이 새로 구성되어 주축정당이 바뀌었을 때. 셋째, 수상을 배출한 정당 내의 세력변화로 새로운 수상을 배출하였을 경우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수상이 실질적인 통치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체로 형식적인 국가원수는 국왕 또는 대통령이 맡고 있다. 의원내각제의 대통령은 대체로 의회 또는 지방의회까지 포함된 선거인단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선출된다. 대통령의 실권은 대체로 제한되어 있으나,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의 대통령은 무시하기 어려운 실권을 보유하고 있다. 의원내각제가 대통령 중심제와 정부 내 관계에 있어서 다른 점은 대통령제는 '삼권분립에 따른 국가권력의 분립'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나, 의원내각제는 정부와 의회가 연결되는 '권력융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권력이 융합되면 정책의 추진이 보다 효율적으로 된다. (필자)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의회정부(parliament government)라는 독특한 정치제도를 공유하고 있다. 의회정부의 핵심적인 특징은 입법부와 집행부 간 상호의존, 즉 ‘융합’ 체제라는데 있다. 이 제도는 권력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보다는 권력의 융합을 통한 정부의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의 의원내각제에서는 정부수반인 수상이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지 않고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에서 선출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총선거 이후 수상을 결정하기 위하여 공식적인 선발 절차를 실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하원(Bundestag)은 총리선발을 위한 투표를 실시한다. 반면 영국에서는 의회 과반수 정당의 수장이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관례이다.
아래 표는 유럽의 정부구조를 분류한 표이다. 이 표에 명시되어 있는 33개의 국가 중 순수 의원내각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는 15개국이고, 순수 대통령중심제 모델은 3개국에 불과하다. 나머지 15개국은 의원내각제 또는 대통령제라는 전통적 분류에 해당되지 않고, 이들 국가 중 대부분이 국민투표로 선출된 비교적 강력한 대통령과 의원내각제 형식의 수상 및 내각이 존재하는 혼합형(이원집정제)이다.
<유럽의 입법부-행정부 관계의 분류>
의원내각제 (parliament system) | 대통령중심제 (presidential system) | 준대통령제 (premier- presidential) | 대통령-의원내각제 (president- parliamentary) | 의회독립제 (assembly independent) |
벨기에 불가리아 덴마크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몰타 네덜란드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영국 | 벨라루스 사이프러스 조지아 |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아이슬란드 리투아니아 마케도니아 몰도바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 아르메니아 크로아티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 스위스 |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비교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가장 정확히 비교하는 방법은 양자 간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것이다. 첫째, 대통령제는 대체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분립의 제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의원내각제에서는 내각이 의회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한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력은 '융합'되어 있어 정책의 효율성이 높다. 대통령제에서 집행부(대통령과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력이 분립되어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교착상태(deadlock)'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교착상태가 의원내각제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데, 그 주된 이유는 집행부와 입법부가 같은 정당에 의하여 지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원내각제에서 집권당의 일부가 내각과 견해를 달리한다면, 그들은 내각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불신임 투표'를 거행한다. 대통령제에는 이러한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효율적인 제도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
둘째, 대통령중심제는 '고정된 임기의 경직성'으로 행정부의 안정성이 보장되지만 문제가 생기는 경우 해결이 어렵고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비해서 의원내각제 하에서 정치행위자들은 비정기적인 선거를 통하여 기본적인 변화를 도출하고 재편성을 시도하며 무엇보다도 수상을 선임하거나 '파직'시킨다. 의원내각제에서 의회가 문제 있는 내각을 임기에 관련 없이 제거할 수 있지만,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의 자격에 문제가 생기거나 대통령이 문제 있는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제도적으로 대통령을 조기에 사임시키기는 과정(탄핵)이 쉽지 않다. 따라서 '불신임 투표'가 가능한 의원내각제가 정치적 변화에 대하여 좀 더 융통성을 가진다.
셋째, 대통령중심제는 '승자독식(winner-take-all)' 원칙 하에서 작동된다. 대통령 선거에서 한 명의 후보자와 하나의 정당만이 승리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회를 잃게 된다. 더구나 대통령에의 권력 집중은 대통령에게 연합이나 다른 정치적 타협을 하도록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하지 않는다. 이에 반하여 의원내각제의 경우 하나의 정당이 의회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다른 한 개 이상의 정당과 연합을 해야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정권은 거의 반드시 협상 및 타협과 연관되어 있다.
대통령중심제, 의원내각제, 혼합제(이원집정제)에 대한 논쟁은 정치와 정치학에서 오래 지속되어 왔다. 대통령중심제의 장점은 의원내각제의 단점으로 보여졌으며 동시에 역으로도 성립되는 것이 이러한 논쟁의 특징이다. 1989년 이후 유럽에서 수많은 혼합제도의 증가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모두의 단점을 피하고 장점을 혼합시키려는 헌법 제정자들에 의한 시도로 보인다. 혼합제도에서는 교착상태를 피할 수 있고, 대통령은 의회와 내각 사이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바이마르 공화국이나 러시아 제도의 경험들이 보여주었듯이 입법부의 불안정을 더할 수 있다. 혼합제도에서 대통령과 수상이 같은 정당에서 나오면 대통령제와 차이가 없고, 다른 당에서 나올 경우 심각한 갈등이 조장될 수 있다.
유럽의 정부구성 방법 : 단일정당정부와 다수정당연합
의원내각제에서는 정당의 의석 비율에 따라 정부가 구성되는데 그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일정당이 의회 의석의 과반수를 획득하거나 거의 과반수를 획득했을 경우 단일정당정부를 구성하며, 이러한 정부의 수명은 길다. 영국이 대표적이고 스페인, 몰타, 알바니아, 그리스, 세르비아, 루마니아도 이러한 체제를 선택하고 있다.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정부를 구성한 국가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사회민주당이다.
둘째, 유럽에서 일반적인 형태로 어느 한 정당이 의회를 지배하지 못할 경우 정부를 구성하기 위하여 정당들이 연합을 하는데, 대체로 50퍼센트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하여 연합을 한다. 덴마크는 대체적으로 소수정부를 구성하지만, 협상에 의하여 연합을 하기도 한다. 독일, 아일랜드, 폴란드, 핀란드, 이탈리아 등은 선거 이후에 정당간의 협상에 의하여 연합한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연합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6개월이나 걸리는 경우도 있다. 독일․네덜란드 등은 두 정당이 연합하는데 비하여 이탈리아나 핀란드는 여러 정당이 연합하기 때문에 합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연합을 할 경우 대체로 구체적인 문서 합의를 하고 공개를 한다.
하나의 주축정당을 중심으로 연합이 이루어진 정부는 대체로 안정적이다. 과반수에는 미달하지만 연합을 주도하기에 충분한 의석을 보유한 정당이 주축역할을 하는데 이 정당은 대체로 좌우익이 아닌 중도적인 성향을 가진 정당이다. 서유럽에서 주축 역할을 하는 기독교민주당(Christian Democrats)은 사회주의자들과 같이 강한 사회복지를 옹호할 뿐만 아니라 우익 정당 성향의 사유재산과 전통적 윤리적 가치를 옹호한다.
연합 협상은 장관직의 배분을 다루고 정부의 정책의 특정 사안에 대한 사전 동의를 포함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각 당들은 의회에서 과반수가 넘는데 기여하는 비율에 따라서 장관직을 분배받게 된다. 때로는 주축정당이 연합정부를 지속시키는데 있어서 특정 소수정당에 과도하게 의존하기 때문에 그 소수정당의 의석 비율보다 더 많은 장관직을 배분하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인기 있는 장관직은 세금, 예산통제, 국내안보 분야이거나 관련 부처이다. 또한 정당들은 자체의 성격과 목적에 의해 결정된 선호도가 있다. 예를 들어, 농민당은 농업과 관련된 장관직을 원하고 사회당이나 사회민주당은 보건, 사회안전, 복지정책과 관련된 부처, 녹색당은 환경과 관련된 부처의 장관직을 원한다. 이 경우 기존의 관심과 이익을 중심으로 정책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 정부 구성에 따른 새로운 사고의 인센티브가 나타나기 어렵다.
유럽정부의 유형
<1945-1998년 현대 유럽에서의 정부 형태>
국가 | 단일과반수 정당 (single-party majority) | 최소승리연합(Minimal winning coalition) | 잉여과반수 연합(Surplus majority coalition) | 과반수미달 단일정당 (single-party minority) | 과반수 미달 연합 (Minority coalition) |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 4 3 7 6 3 19 | 15 24 4 6 7 16 19 7 2 16 8 3 5 | 1 5 21 39 5 1 29 1 9 | 1 1 14 4 4 1 2 4 11 12 15 1 | 2 12 7 5 3 9 5 2 |
합계 | 42 | 132 | 111 | 70 | 45 |
퍼센트 | 11 | 33 | 28 | 18 | 11 |
많은 의원내각제 국가들은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데, 이 선거제도는 각 당이 획득한 표의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당하기 때문에 소규모 정당도 의회에 진출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다당제 의회가 구성되기 때문에 연합정부의 출범이 불가피하게 된다. 연합정부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50퍼센트만 조금 넘겨서 되도록 적은 수의 정당들이 연합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50퍼센트에 상관없이 많은 정당들이 연합을 하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50퍼센트를 넘어야 정부구성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50퍼센트가 미달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다. 하나의 정부가 50퍼센트 미달되는 데도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고, 연합을 했는데 50퍼센트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있다. 위의 표는 이러한 여러 가지 정부구성 방식에 대한 통계를 보여주고 있다.
소수정부 체제의 특징은 정부를 구성하지 않은 나머지 과반수 의원들의 견해가 통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모두가 선호하는 대체정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소수정부는 최악의 경우를 피한 선택을 의미하고, 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의회의 신임을 받을 수도 있다. 의회 내에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지지가 수적으로 부족한 소수정부는 각각의 정책에 대해서 다른 정당들과 개별적 합의를 위해 협상을 한다. 이에 따라 입법안 별로 지지하는 다수파가 변동하게 된다.
위의 표가 의미하는 바는, 비록 의원내각제에서 통치하는데 원칙적으로 의회 의석 과반수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집권한 정당들은 반드시 과반수 의석을 기준으로 할 필요가 없다는 명백한 메시지를 제공한다. 과대 내각과 소수 내각 모두 현대 유럽에서 정부 형성의 일반적인 결과이다. 입법부의 과반수 의석보다 적은 수로 안정적인 내각구성을 할 수도 있다. 소수 정부나 잉여과반수 정부가 형성된다고 해서, 그것이 정치과정에서의 실패의 결과로 비추어지지 않는다.
대연정
연합 중에는 의회 내 권력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반드시 필요한 수준의 연합보다 의도적으로 더 큰 규모의 집단들이 모여서 연합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고 이미 하나의 정당이 그 정당이 차지한 의석만으로 과반수 정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 정당과 연합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어떠한 경우에 대연정이 이루어지는가?
첫째,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는 기간 중에 대규모의 연정이 구성된다. 위기 시에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통합된 정부를 창출하기 위해 대규모의 통치집단을 만든다. 특히 국내적인 혼란과 심각한 경제위기를 집권세력이 해결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 대연정을 모색한다.
둘째, 근소한 차이로 과반수를 확보한 정당은 이론적으로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근소한 차이의 과반수 획득으로 오히려 '야당이 승리한 것으로 평가되는(quasi-victory)' 경우에 집권당의 정당성이 위협을 받게 되어 대연정을 시도한다. 숫자상의 과반수와 진정한 의미의 정당성 간에 차이가 나타나는 경우, 집권세력은 정치적인 정당성의 확보를 위하여 숫자를 확대한다.
셋째, 이데올로기적 근접성 그리고 선거연대를 고려하여 연합을 하는 정당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주축정당은 대립적이고 경쟁적인 성향이지만 위협이 덜 되는 정당들과 정치적 이익을 고려하여 권력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소수정당의 입장에서 보면 한 정당이 이미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여 절대 과반수를 만들어 내는데 기여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집권 여당의 연정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이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의 표에 나타나 있는 각 유형의 정부가 수립된 이후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단일과반수 정부가 953일, 최소승리연합이 814일, 잉여과반수연합이 462일, 과만수미달 단일정부가 601일, 과반수미달연합정부가 410일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단일정부가 과반수를 획득하여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정부수명이 가장 길게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별로 보면 룩셈부르크, 영국, 오스트리아, 아일랜드의 정부가 안정적으로 오랜 수명을 유지했고, 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 벨기에의 정부들의 수명이 짧았다.
유럽 의원내각제의 수상
유럽의 수상은 전형적으로 행정부의 수장일 뿐만 아니라 의회 다수당의 당수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할의 조화는 미국의 대통령 지위보다 더 큰 권력의 지위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권력은 특히 과반수 의석을 가진 단일정당이 정부를 구성한 국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유럽의 전형적인 연합정부 체제에서도 수상은 의회에서 강력한 교섭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수상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임명이 되고, 의회 의원들은 수상과 정부에 충성을 보여야 각료가 되는, 상호의존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상은 각료를 임명하고 해임할 수 있는 권리 혹은 각각의 각료를 구속하는 정부의 일반적인 정책지침을 공식화할 권리를 누리고 있다.
수상의 권한은 장관을 임명할 수 있는 권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수상은 전형적으로 내각 장관들을 지명할 공식적인 권한을 갖고 있으나 수상의 임명권한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제한될 수 있다. 벨기에의 수상은 법에 의해서 내각 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장관과 플라망어(Flemish)를 사용하는 장관의 수를 50 대 50으로 유지해야 한다. 배제된 당파로부터 나중에 있을 수 있는 도전을 피하기 위해 수상은 내각 내에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정당 계파들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연립내각이 수립된 일부 국가에서 각 정당들은 할당받은 내각의 자리를 임명하기 위하여 자체적인 지명을 한다. 이 경우 내각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수상이 아니라 정당들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같은 '조합주의(corporatist)'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경제 이익집단이 정부의 정책결정에 긴밀하게 개입한다.
유럽 국가들은 정부의 폭넓은 제도적 틀 안에서 수상의 권한에 대한 구체적인 규율과 전통을 개발해 왔다. 영국 수상은 내각각료, 하위장관과 차관 등 100여 개의 직위를 총괄하고 있다. 영국수상은 내각을 개편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는 일단 임명이 되면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수상이 임의로 내각 구성원을 축출하거나 내각을 개편할 수 없다. 노르웨이의 수상은 내각 임명에 있어 거의 권한이 없고 정부 부처를 개편할 수도 없으며 국회를 해산할 수도 없다.
<정부 내 영향력의 정도에 따른 수상의 등급>
높음 | 보통 | 낮음 |
독일 | 오스트리아 | 이탈리아 |
영국 | 벨기에 | 네덜란드 |
그리스 | 덴마크 | 노르웨이 |
아일랜드 | 스웨덴 | |
포르투갈 | | |
스페인 | | |
능력을 상실하고 국민의 지지를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수상은 3가지 기본 방법을 통해 물러나게 된다.
첫째, 선거에 의해서 물러난다. 더 이상 정부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 수상은 자신의 정당이 선거에서 많은 의석을 잃게 되어 의회에 의한 임명이 철회되어 면직된다.
둘째, 정부를 구성한 의회 내의 연합을 변경함으로써 가능하다. 의회 내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당이나 정파가 협력하여 수상을 교체하는 것이다. 만약 수상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임을 거부할 경우 의회에서 투표에 의하여 이를 실행한다.
셋째, 수상이 소속된 정당 내부의 움직임에 의한 것이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서 지도력을 잃게 된다면 수상의 실제 정치적 지위는 자연히 소멸되고 교체된다.
보편적으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의회는 정부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특히 하원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정부는 사임해야 한다. 그러나 사임 관련 법규는 국가마다 다양하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아일랜드에서 정부는 대개 주요 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직하는데, 이는 헌법상 의무사항은 아니고 헌법상 관례이다. 영국과 같은 국가에서 관례와 법규는 좀 더 엄격하고, 정부를 좀 더 강력히 보호한다. 즉 정부는 중요한 법안이 통과하지 않을 때 사임하는데, 이 경우 이 법안에 대한 투표가 신임과 연계되었다는 주장을 명백히 하였을 때에만 효력이 발생한다. 독일, 스페인, 1995년 이후 벨기에에서 법규는 좀 더 엄격하다. '건설적 불신임 투표'가 있을 때 정부가 사퇴하는데, 다시 말해서 절대적인 과반수 정당이 '대체정부'를 동시에 선출하고 정부를 해산할 때 물러난다. 계속되는 불신임 결의 이후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없어 정부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의 대통령
유럽 의회민주주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대통령 등 행정부의 명목상 최고 지도자가 국민들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선출되지 않고, 간접적으로 입법부에 의해 선출된다는 것이다. 유럽 의회민주주의에서 정치적 행정부 수반(수상)과 헌법상 국가 원수(대통령 또는 국왕) 사이의 확실한 권력분립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독재 군주국가에서 오늘날의 민주주의 국가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역사적 산물이다. 벨기에,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은 '입헌군주국가'를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왕의 기능은 상징적이고, 절차적이며, 외교적이다. 상징적으로 모든 국민들이 지켜보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가의 인격적 형상물이고, 절차적으로 법률을 최종 비준하는 등 의회와의 관계에서 국가의 중요한 업무를 형식적으로 담당하며, 외교적으로 다른 국가 원수 및 고위인사들을 만나고 방문하는 중요한 일을 담당한다.
의원내각제 국가들인 독일과 이탈리아의 대통령은 간접적으로 선출되는데, 국가의회와 지방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하여 선출된다. 독일의 국가원수 즉 연방대통령의 권력은 유럽 대통령 중에서 가장 약하다. 대통령의 역할은 의식적인 것에 불과하나, 이론적으로 수석 행정관이 요구하는 선거를 거절할 수 있는데, 이것이 시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행정부를 교체하기 위한 불신임 투표는 의회 내에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인단에 의하여 대통령을 선출하는 제도의 단점은 선거절차가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지도 모르는 당파적 갈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그리스, 헝가리, 이탈리아에서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선거인단의 2/3이상을, 슬로바키아는 3/5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대개가 결선투표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스와 터키에서 필요한 표를 획득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 의회는 해산되고 새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한다. 이탈리아의 대통령은 입법부의 양원과 58명의 지방 의회 대표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에 의해 간접적으로 선출되는데, 2/3를 획득한 후보가 당선된다. 그러나 2/3 득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3차 투표 이후에는 과반수의 득표자가 당선된다. 임기 7년인 대통령의 피선거권은 만 50세 이상이며 관례상 재선은 불가능하다.
이탈리아의 대통령은 다른 내각제 국가의 대통령보다는 더 많은 입법, 사법, 행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입법 권한은 정부발의 법안의 의회상정 인가권, 법률선포권, 선포 대상 법률의 의회에 대한 재심의 요청권(거부권), 의회해산권을 포함한다. 대통령은 해당 의회 의장의 의견을 들은 후 양원 또는 일원을 해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의회 임기의 최종 6개월간은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그 외의 입법권으로 법률의 효력을 갖는 긴급 총리령 발포권, 일반 국민투표 소집권, 상원 종신의원 5인 지명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행정권한은 수상 및 각료 임명권, 외교사절단 접수 및 파견권, 조약비준권, 군통수권, 전쟁선포권을 내용으로 한다. 대통령은 정당들과 타협하여 의원 누구나 수상에 임명할 수 있으며, 반드시 정당 대표를 수상으로 임명하지 않아도 된다. 사법권으로는 사면권과 헌법재판소 판사의 3분의 1 임명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 대통령의 역할 중 가장 두드러진 역할은 의회와 정부간의 조정자 역할 수행에 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은 법을 제정하는 권리보다는 의회 입법권에 대하여 거부권(veto)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의회의 대응방법은 다양하다. 일부 의회는 과반수 의결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효화한다. 하지만 벨라루스, 폴란드와 러시아는 2/3, 그루지아는 3/5이 되어야 무효화 된다. 이원집정제에서 대통령은 약한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데, 의회는 다수결의 결의에 의하여 대통령 거부권을 무효화시킨다. 리투아니아와 포르투갈도 이러한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선거법, 군사 및 외교 관련법은 2/3 이상이며 리투아니아는 헌법 관련 사항은 3/5이 넘어야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산시킬 수 한다.
일부 국가들은 대통령의 재임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대통령은 2회 재임까지만 허용된다. 대통령이 무제한으로 재임할 수 있는 국가도 있다. 예를 들어, 1992년에 아이슬란드에서 핀보가도티르(Vigdis Finnbogadottir) 대통령은 4년 임기의 네 번째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스 대통령은 두 번 이상 할 수 없고, 체코공화국, 에스토니아, 이스라엘은 중임으로 제한하고 터키는 단임을 택하고 있다. 과반수 득표로 당선되고 의회보다 임기가 긴 것과 재선을 제한한 것들은 대통령이 일상적인 의회 문제로부터 독립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의회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직선에 의하여 당선된 대통령보다 독립성이 떨어지지만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능력은 누가 선출했느냐도 중요하지만, 헌법이 어떠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느냐에 더 좌우된다. 일부 의회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수상이나 각료를 선임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권한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체코, 이탈리아, 라트비아, 슬로바키아와 터키의 수상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물론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상과 수상이 구성하는 내각은 의회의 신임을 받아야 하는 제한이 있다. 독일, 에스토니아, 헝가리는 대통령이 의회가 승인하는 수상을 임명하고 이 수상이 내각을 구성한다. 그리스 대통령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수상을 지명할 헌법적 권한이 없다.
대개의 대통령은 내각 구성에 개입할 권리도 가지고 있다. 독일, 헝가리,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의회에서 선출된 대통령은 대체로 수상이 장관을 임명하는데 대하여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터키의 대통령은 수상이 각료를 해임하는데 대한 거부권도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할 권리도 보유한다.
의원내각제의 장점
의원내각제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권력이 어느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고, 대체로 내각이 집단적으로 책임을 지는 정치체제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원내각제를 내각책임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둘째, 장관은 수상이 아무나 마음대로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중에서 선임을 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이 선출한 사람이 장관이 된다. 셋째, 정부수립 이후 무능하거나 부정행위를 한 수상이나 내각이 있어서 국가운영이 더 이상 어려울 경우 의회가 불신임을 하여 내각을 쉽게 바꿀 수가 있다. 넷째, 의회와 정부가 분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융합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수립과 추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한국의 정치체제에 있어서 권력이 대통령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통령제 이외에 가장 많이 채택되는 제도가 의원내각제이다. 의원내각제가 국민들의 의사가 가장 확실하게 표현되는 정치제도이며, 가장 민주적인 체제라 할 수 있다. 과거 제2공화국에서 아주 잠시 동안 의원내각제가 시행된 적이 있으나, 시행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한국에의 적실성을 평가하기 힘들다.
현재 국내의 일부 정치인들이 권력을 나누는 방식, 즉 이원집정제로의 개헌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권력이 대통령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아닌 또 다른 권력의 갈등과 대립의 현상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즉, 한국의 정치수준으로 봐서 권력을 나누면 타협이나 협상보다는 갈등과 대립이 초래될 것이 우려가 크다. 의원내각제는 수상의 권력이 대통령제의 대통령 권한쳐럼 막강하지도 않고, 국정운영과 책임이 내각이라는 집단에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1인에의 권력집중을 막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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