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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수는 '종이호랑이'다. 겁먹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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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수는 '종이호랑이'다. 겁먹지 말라

[기고] 박근혜가 감옥에 갇힌 후, 차기 정부에 바라는 일들

그간 4년여 동안 우리를 무던히도 괴롭혔던 박근혜가 드디어 감옥에 갇혔다. 단언컨대, 구속은 시작부터 끝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가장 최악의 길만 고집한 그 오만함과 어리석음의 산물이다. 그러한 오늘, 보면 볼수록 권위적이기만 한 청와대의 봉황 문양은 박근혜 시대의 종언과 함께 이제 청와대에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국민주권위원회를 설치하자

촛불집회를 이끌어 오늘의 이 기적과도 같은 성과를 이뤄낸 '퇴진행동'에 차기 정부의 정책 자문역을 맡기는 방안을 생각해본다. '국민의 정부' 때 만들어진 국가인권위원회 수준의 국민주권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이는 헌법에 규정된 "국민주권의 원칙"의 구체적 실현이며, 촛불정신의 계승 발전이다. 충분한 정당성과 역사성이 존재한다.

이와 동시에 추첨 방식으로 시민 대표를 선출해 자문단을 추가로 구성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더 이상 시민이 권력의 들러리가 돼서는 안 된다. 시민이 이 나라 이 사회의 주권자이며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권리를 행사해야 하고, 또 이를 반드시 불가역적으로 제도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보수와 안보에 겁먹지 말라

'풍성학려(風聲鶴唳)'라는 말이 있다. 적을 너무 두려워하는 나머지 바람 소리나 학의 울음소리도 적군(敵軍)인 줄 알고 놀라서 겁을 먹는다는 의미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안보나 보수 세력 얘기만 나오면 그리고 '조중동'이 주장을 하기만 하면 곧 겁을 먹고 두려워하는 이상한 '풍습'이 생겼다.

그러나 지금 보수 세력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고 일패도지한 '종이호랑이'다. 우리가 스스로 패착을 두어 그들을 크게 돕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당분간 그들이 자력으로 크게 부흥하기는 어렵다. 지금 보수표를 얻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여러 보수 기득권 인사들을 대선 캠프에 세우는 모습도 보이는데, 아무리 급해도 독초를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최소한 박근혜와 관련된 인사를 모시려는 것은 그 자체로 자기 부정이자 동시에 실패한 정권을 본받는 어리석은 일이다.

집현전을 세워 국가대계를 마련하라

급할수록 돌아가라. 차기 정부는 이름만 거창한 춘추관이니 영빈관이니 그런 겉치레 말고 세종대왕을 본받아 집현전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현인'들을 초빙해 우리 민주주의와 민족의 미래를 살리고 튼튼하게 발전시킬 장기적 국가전략과 실사구시의 구체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자. 다만 차기 정부에서 갈수록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른바 '폴리페서' 교수 출신 발탁은 되도록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폴리페서'에 의해 실제 정책적 효과를 거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탁상공론이 많고 "종이 위에서 군사(軍事)를 논하는" 지상담병(紙上談兵)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학문적 범주의 자문 역할이 그 타당한 자리다.

오늘 광장에서 시민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이뤄낸 민주주의의 성과를 시민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국가로서의 관료가 가로채는 결과로 돼서는 안 될 일이다. 관료 집단에 의존했던 지난 시기 민주 정부의 잘못이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국정교과서를 강행한 교육부를 비롯해 블랙리스트를 아무런 '생각' 없이 시행한 문체부 그리고 위안부 합의와 사드 배치를 막무가내 강행한 외교부, 국방부 등등…. 그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이렇게 맡겨놓을 수는 없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관련된 관료들은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치러야 하고, 그것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최소한의 밑거름이다.

일례로, 관료 시스템의 전반적 개혁에 앞서 정확한 위상을 지닌 (회계)감사원을 구축하는 것은 건전한 국가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갈 키워드가 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임기 2년의 '유람형' 장(長) 임기 제도가 너무 많은데, 이를테면 국회의장의 2년 임기는 역대 정권에서 권력의 하수인 위상에 지나지 않던 국회 권력을 나눠주기하던 관례에서 비롯된 폐습이다. 이제 그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이러한 식으로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차근차근 거둬나가야 한다.

미세먼지 가득한 이 봄날에

정말 '철 없는' 권력자가 가야 할 곳으로 간 이 화창해야 할 봄날, 하지만 푸른 하늘을 보기 어려운 '미세먼지'의 나날은 계속되고 있다. 언제나처럼 당국은 자기 책임은 하나도 없다는 듯 남 핑계대기만 급급하다. 애당초 믿지도 않는 환경부나 정부 대책은 이미 기대를 접은 지 오래지만, 지자체들만이라도 효과적인 대응책을 수립하기를 제발 바란다.

우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먼저 나서서 자동차를 자제하는 등 함께 우리의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합할 일이다. 언제 관(官)과 제도권이 뭘 하나라도 한 적이 있었던 나라던가! 촛불에 이은 제2의 시민 행동을 우리 시민이 다 함께 실천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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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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