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2월 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독대했으며,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스키단 창단 제안서와 더블루K 용역계약 제안서가 든 봉투 두개를 건넸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장시호 씨 등 최순실 일가의 사업을 직접 챙겼다는 정황이 추가된 셈이다.
황 회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이 봉투를 주면서 검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 한 게 사실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이) 봉투 두 개를 건넸다"고 했다.
그는 "독대 후에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잘 검토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봉투를 받은 황 회장은 현장에서 열어보지 않고 김인회 실장에게 검토해보라고 했고, 며칠 뒤 봉투에 들어 있던 서류가 더블루K의 '연구용역 제안서'와 '스키단 창단 제안서'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더블루K는 최 씨가 이권을 챙기기 위해 만든 회사이며, 스키단 창단은 최 씨와 최 씨 조카 장시호 씨가 함께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업 가운데 하나다.
서류를 검토한 김 실장은 이후 황 회장에게 '연구용역 대금이 지나치게 높을 뿐만 아니라 담당 직원의 역량 떨어져 보인다', '스키단의 규모에 비해 운영비 너무 규모가 크다'고 보고했다.
황 회장은 대통령에게 지시 받았기 때문에 수용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하려 했으나, 이와 같은 이유로 안 전 수석에게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안서가 전혀 우리가 수용할 수가 없는 상식 밖의 이야기였다"며 "그 이후에는 어떤 보고든 어떤 내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 한다"고 했다.
이어, 안 전 수석으로부터 피어링포털이라는 벤처 기업이 KT 사업에 적용 가능한지 검토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내용 자체가 워낙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요구가 'VIP 관심사항'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확실히 기억은 안나지만, 어쨌든 그런 수준 이하의 제안을 계속적으로 이야기하고 검토해달라고 하는 것을 볼 때 그런 느낌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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