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는 4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종시와 관련한 정부의 기본 방침과 추진계획 등을 보고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계획으로는 세종시가 50만 인구가 어울려 살 수 있는 자족도시로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일자리를 위해 필요한 자족기능 용지는 도시 전체면적의 6~7%에 불과해 수도권의 베드타운보다 못한 실정이며 기업의 투자유치 유인책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에 수립된 계획으로는 인구 10만명을 채우기도 어렵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행정의 비효율도 큰 문제"라면서 "공무원들이 서울로 자주 다녀야 하는 비효율도 문제지만, 특히 행정수요자인 국민의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통일에 대비하더라도 많은 문제가 있다"며 "통일이 될 경우 수도 이전이나 분리의 요구가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사실상 수도가 세 곳이 되거나 세종시를 다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우리와 비슷한 시도를 해본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이는 국에는 물론 충청지역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청와대 |
"대안은 아직 없다…하지만 제 명예를 걸고 마련해 보겠다"
그러나 이날 정 총리는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구체적 대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정 총리는 "저는 지금 세종시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대안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하지만 제가 발제한 것이므로 그 해결방안도 제 명예를 걸고 마련해 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총리는 "가급적 내년 1월까지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면서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논의하고 야당과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세종시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합동위원회 구성, 국무총리실 차원의 지원단·기획단 설치, 적극적인 여론수렴 등을 약속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 문제는 결코 갈등과 대립의 불씨가 아니며 더 큰 혼란을 방지하고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생산적인 것"이라면서 "이번 논의의 최우선 목표는 세종시를 제대로 된 도시로 만들기 위한 것이고, 세종시를 더 잘되게 하자는 것"이리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켜봐 달라"며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MB "대안의 기준은 첫째 국가경쟁력, 둘째 통일, 셋째 지역발전"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정 총리를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세종시의 대안은 원안보다 실효적 측면에서 더 발전적이고 유익해야 한다"며 정 총리에 힘을 실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그 대안의 기준은 첫째가 국가경쟁력, 둘째가 통일 이후의 국가 미래, 셋째가 해당 지역의 발전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수석은 "첫째, 둘째, 셋째라고 해도 우선순위를 둔 것이 아니라 대안마련을 위한 세 가지 기준이라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듣기에 따라선 '지역발전'을 가장 후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돼 논란이 예상된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늦어도 내년 1월 중에 국민과 국회에 최종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서둘러 달라"며 "또 적절한 시점에 본인의 입장을 국민에게 직접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혁신도시는 세종시 문제와는 별개로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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