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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했지만, 심판받지 않는' MB에 대한 재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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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했지만, 심판받지 않는' MB에 대한 재심판

[기고] 심판 대상이길 거부하면 회초리 매서워질 것

여당이 완패했다.

10월 28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은 경남양산과 강릉 선거구에서 승리했지만, MB 정권의 정치적 근거지인 수도권 2개 선거구와 충북 중부 4군 선거에서 모두 패배하면서 사실상의 완패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불과 수개월 남기고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에 4월 재보선 참패 때보다 정치적 타격은 더욱 직접적이며 내상 또한 깊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여당에게 우호적인 지역이었던 수원장안 선거구에서 여론조사 오차범위를 벗어난 패배는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악몽을 미리 보게 한다는 점에서 여당 내부의 공포와 위기의식은 급격히 확산될 수밖에 없다.

간단치 않을 당청의 선거 후폭풍


▲ 심각한 표정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한나라당

여당의 완패는 4월 재보선에 이어 또 다시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의 경고이자 심판이란 점에서 패배의 후폭풍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여당의 완패가 미디어법 강행처리, 세종시 원안 훼손, 행정구역 재편 절차 돌입, 김제동, 손석희 등 방송인 하차 논란, 용산참사 유가족에 대한 중형 구형 등과 같은 정부여당의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견제론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이번 재보선 패배의 후유증은 쉽게 진정되기 어렵다. 결국 정몽준 대표의 대표직 유지와 상관없이 친이계 일부와 소장파 사이에서 전면적 당 쇄신론과 함께 조기 전당대회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고, 친이계내에서 선거 패배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책임론까지 거론한다면 여당의 내홍은 엎친데 덮친 격이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재보선 패배의 결과가 지난 4월 재보선 참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데서부터 존재하기 때문에 4월 재보선처럼 선거 결과의 의미를 여당 내부의 책임 문제로 축소하고 가는 정도로는 패배의 후폭풍도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몽준 대표가 당내 일각의 전면 쇄신론을 거부하고 대표직을 고수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표로서 선거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개인적 리더십의 한계가 증명됐다는 점에서 전형적인'식물형 대표'가 될 가능성도 당분간 존재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른바 MB 정권의 근거지인 수도권에서 전패하면서 받은 정치적 타격과 함께 일방적 국정운영기조에 대한 수정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며, 중도실용 노선과 친서민정책의 재검토 요구도 마냥 외면할 수 없다. 지난 4월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집권여당에 물으면서 MB식 국정강경노선을 오히려 강화시켰던 상황을 이번 재보선 패배 이후에도 일단은 반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남은 하반기 정국에서 4대강 정비 사업, 세종시 수정, 새해 예산안과 같은 이슈들이 여야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지 않고서 추진될 수 없다는 점에서 국정운영 동력의 약화라는 패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40%를 상회하던 국정지지율도 조정기를 거치면서 30%대 중반으로 하강할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지지율이 아니라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의 강도가 점점 더 세질 것이라는데 있다. 유권자들이 견제론을 통해 정권을 심판한 상황에서 또 다시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후와 같이 '심판했지만, 심판받지 않는'상황을 고집하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예견되는 여당의 참패를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정운영기조의 전환이 늦춰질수록, 심판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할수록 유권자는 더욱 확실하게 심판할 것이다.

리더십 위기 난제 해소한 정세균 체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처한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성과를 올린 쪽은 민주당이다. 이번 재보선은 유권자들이 견제론을 통해 정권을 심판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완승이며,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의 전승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승리 가능성을 현실화한 것은 최대의 정치적 전과이다. 선거 초반 전략공천 실패로 인한 선거환경의 열세를 자력으로 극복하고 승리하면서, 정세균 대표 체제가 안고 있던 리더십 위기의 난제까지 해소하는 성과도 함께 챙겼다.

이제 민주당은 재보선의 완승으로 정국주도권을 안정적으로 강화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남은 하반기 정국에서 세종시 수정, 4대강 정비 예산,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등의 정국 이슈를 공세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여야의 정쟁과 별개의 길을 가던 이른바 MB식 국정 강경 기조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정치적 제어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후 주요 정국 이슈를 중심으로 한 반 MB 전선의 직접적인 구축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수원장안과 안산상록을에서'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도 이긴 선거'라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제 야당연합의 선거연대에 부정적 영향도 함께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거 승리의 의미가 과도하게 포장된다면 민주당 내부의 쇄신과 통합의 요구가 약화되면서 민주당 중심의 정치적 기득권을 강화하는 기제로 역작용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경남 양산에서의 선전도 친노신당 세력에게는 친노 정치세력화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로 평가되기 때문에 친노신당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제어하는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전체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통합의 구심력을 강화하면서, 재보선 전까지 확산되던 분열의 원심력을 일단 멈추게 한 것은 작지만 의미있는 성과가 된다.

정치이력 '세탁' 성공한 손학규야 말로 최대 수혜자

뭐니뭐니 해도 이번 재보선의 최대 수혜자는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이다. 수원 장안 선거구의 승리를 통해 현 정권의 근거지인 수도권에서 파열구를 냈다는 점, 전통적으로 여당이 유리했던 핵심 선거구를 본인의 정치력만으로 역전시키면서 실질적인 수도권의 맹주임을 증명했다는 점, 선거를 전후한 과정에서 '원칙을 지키면서도 책무를 다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손학규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는 이미 청신호가 들어와 있다.

게다가 선거과정에서 자신의 약점이었던 정치이력 논쟁을 선거 승리를 통해 '세탁'한 것은 기분 좋은 덤이다. 또한 지방선거를 수개월 앞두고 수도권에서'손학규'라는 이름의 대중적 영향력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미 공식적 정치일선 복귀 시기와 상관없이 민주당에 대한'막후의 리더십'까지 확보한 셈이다.

손학규 전 대표가 수원장안의 승리를 통해 대권가도의 순항을 보장받으면서'막후의 리더십'까지 발휘하게 된 상황은, 이미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로'이원화'되고 있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손학규 전 대표의 춘천 칩거는 이제'화려한 휴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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