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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를 국제고로? 이건 또 뭔가?

[김종배의 it] 또 시험쳐서 뽑자고?

태산명동에 서일필인가? 판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정부가 외고를 국제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단다. 교과부가 다음 주 외부 기관에 의뢰할 '외고 개편 연구 용역'의 초기 구상 핵심 내용이란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말로 외고가 자율형 사립고가 아니라 국제고로 전환된다면 공염불이 된다. 외고발 사교육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애초 구상이 무너져버린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율형 사립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중학교 내신 상위 50% 안에서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반면에 국제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내신 반영은 기본이고 영어 시험이 추가된다.

여권 관계자는 입학 전형이 내신 위주로 바뀌어 사교육비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고, 영어 시험도 외고와는 달리 중학교 범위 내에서 출제돼 사교육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쓸데없는 소리다. 현실을 호도하는 소리에 가깝다.

사교육 논란의 핵심 문제는 출제 수준이 아니라 시험 유무다. 어떤 형태든 시험이 유지되는 한 사교육에 의지한 경쟁은 근절되지 않는다. 시험이 상대평가인 한 남보다 1점이라도 더 받아야 입학할 수 있기에 1점을 위한 과다 투자는 불가피하다. 내신이 예외일 수 없고 영어가 예외일 수 없다.

다른 문제도 있다. 국제고에서 영어 시험을 치르는 건 교육당국이 보증한 '자율권'이다. 그래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지금은 중학교 범위 내에서 출제한다지만 언제든 출제 수준을 높일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이 추진하는 '자율형 사립고로의 전환' 방안이 반쪽짜리인데도 공감을 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교육 유발 요인이 재생되고 변이될 여지를 차단하려 한 그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헌데 교육당국은 이 '최소치'를 허물려 한다. 누구나 다 아는 현실을 짐짓 모른 체 하면서 고름이 번지는 환부에 파스를 붙이려고 한다.

평가는 이 정도로 갈음하고 시선을 돌리자. 추이다.

금은 이미 갔다. 외고 문제를 놓고 여권 내부, 보수 세력 내부의 균열상이 분명히 드러났다. 보수정당 의원들은 외고를 아예 없애자 하고, 보수언론은 외고를 유지하자 하고, 보수정부는 국제고로 대충 '퉁' 치려고 한다. 어떻게 될까? 여권 내부, 보수 세력 내부의 이 균열상이 어떤 지각 변동을 야기할까?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하다. 친서민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한 여권 인사들은 교육 문제를 운위할 때마다 '친서민'을 앞세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교육비 부담이 서민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인 만큼 총리실이 중심이 돼서 좀 더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운찬 총리에게 주문한 바 있고, 정두언 의원 역시 "외고의 자율형 사립고 전환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서민을 따뜻하게 하자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가받을 것이다. 여권 인사들의 그 때 그 발언에 진정성이 담겼었던 것인지, 구현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어렵지 않게 가늠될 것이다. 외고의 향후 진로에 따라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지폐의 부피가 달라지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바로 서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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