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정병국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지도부 공백 사태가 생긴 바른정당에서 '김무성 비대위원장'론을 두고 당내 물밑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김무성 의원 측에선 조기 대선과 당 후보의 낮은 지지율이란 조건 속에서 중량감 있는 김 의원이 당의 구심점으로 서야 한다며 '김무성 비대위원장'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당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 측에선 김 대표 측이 선대위원장이 아닌 비대위원장을 고집하며 당권을 쥐려는 시도가 종국엔 '후보 흔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반발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13일 열린 심야 의원 총회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김 의원 측은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바른정당에서 '고문'이자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으로 후퇴해 있는 김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조기 대선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 측에선 김 의원이 당권을 쥘 경우 탈당을 독려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 의원에 대한 오래된 반감으로 바른정당으로의 입당을 주저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또 창당한 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곧바로 비대위 체제가 수립되고, 그 수장에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김 의원이 오르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갈등 끝에 싸움은 막말로 비화됐다고 한다. 김 의원 측에서 유 의원 측에 "야 인마" "이 XX"라고 욕설을 섞어 공격했고 유 의원 측에서도 이날 설전에 대해 "양아치를 훈육했다"고 맞받아쳤다. 의총 전 김 의원은 당의 비대위원장이 아닌 선대위원장을 맡는 쪽으로 양측 간 합의가 이미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양측의 갈등은 바른정당 대선 후보 경선 결정 방식을 두고도 전개되고 있다. 김무성 의원과 가까운 김성태 사무총장은 14일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경선관리위원회에 경선 일정을 현실적으로 조정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초 오는 28일 대선 후보를 확정짓기로 했던 계획을 변경해 후보 확정일을 내달 4일로 연기하고, 정책 토론회 횟수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자는 주장이다.
이런 일정 변경 시도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김종인 의원 등과의 영입 또는 연대를 고려하고 '시간 벌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유 의원도 이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조찬 회동을 하는 등 제3 지대 연대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지만, 김 의원이 주도하는 반문 연대는 자칫 유 의원을 배제하는 그림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학용 의원과 박순자 의원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캠프에 합류하기도 해 '남경필 지원'을 위한 김 의원의 당권 접수 시도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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