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전주 LG유플러스 협력회사 콜센터 현장실습생 홍은주 씨(가명)가 지난 1월 22일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2014년 10월 이곳 콜센터 직원이 자살한 이후 2년 3개월 만에 두 번째 자살자다. 2014년 10월 LG유플러스 상담팀장이 자살하며 남긴 메모에는 "수많은 인력의 노동착취"와 "정상적인 금액(임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남아 있었다.
이후 이곳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실습생이 살인적인 노동 환경 속에서 취업 5개월 만에 자살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에서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전직 LG유플러스 상담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편집자.
김영희(가명 32) 씨는 고3 현장실습생 홍은주 씨(가명)가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한참을 울었다. 남의 일이 아니었다. 사회 생활을 오래 해온 김 씨가 느끼기에도 업무 강도나 위에서 내려오는 압박 등은 상상을 초월했다. 김 씨는 지난 3년 동안 LG유플러스 00지역센터에서 고객상담사로 일해왔다. 주임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더는 견디기 어려웠다. 얼마 전 퇴사했다.
"자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마지막에 회사를 퇴사할 때는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들 정도까지 회사에 다녀야 하나 생각하니 억울하더군요. 죽을 바에는 그만두자고 생각했어요. 죽은 그 아이가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 씨는 LG유플러스에 오기 전 SK텔레콤 등에서 5년 동안 상담사 일을 해왔다. 하지만 LG유플러스만큼 고강도 노동, 그리고 성과를 강압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김 씨는 "대부분이 입사한 뒤 회사 분위기나 업무 강도를 못 이기고 그만둔다. 내·외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서 "그중에서도 SAVE팀은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숨진 홍은주 씨는 SAVE팀에서 일했다. 해지를 요청하는 고객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내부에서는 '해지 방어' 부서라고도 부른다. 한마디로 고객이 계약해지를 위해 전화를 하면 이를 막는 일을 하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SAVE팀에 전화하는 고객은 내재된 불만이 있는 사림들이에요. 가격, 서비스 불편, 여러 직원의 불친절 등. 그런 분들을 대응하는 것은 경험이 많은 이들이어야 해요. 생각해보세요. 불만을 품고 해지하려고 전화하는 사람을 설득해서 다시 사용하도록 하는 게 SAVE팀이에요.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SAVE팀 일은 경력자가 해요."
김 씨는 적어도 자기가 일했던 센터에서는 고3 현장실습 학생을 SAVE팀에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도 무척 그 점이 의아하단다. 워낙 힘든 일인지라 초심자에게는 맡기지 않는다는 것. 내부에서 최소 1년 이상 일해본 사람 중에서 센터장 등 면접을 거쳐서 SAVE팀에 배정된다고 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못 하면 잘하라고, 잘하면 더 잘하라고 채찍질
프레시안 : 대략 고객상담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어떻게 되는가.
김영희 : 내가 있던 곳은 한 달에 15명이 입사했다. 한 달에 두 기수가 입사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30명 정도가 입사한다. 하지만 1년이 됐을 때는 이 중 6~8명 정도 남는다. 그리고 2년이 되면 3명, 3년이 되면 1명도 채 남지 않는다. 워낙 자주 사람이 나가다보니 퇴사하려면 45일 전에 회사에 통보를 해야 한다. LG유플러스가 SK 등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압박이 심하다. 성과를 더 올리기 위해 상담사에게 상당한 압박이 들어온다.
프레시안 : 하나하나 짚어보자. LG유플러스가 성과주의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숨진 홍 씨도 그런 성과주의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듯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과급제를 적용하나.
김영희 : 연차, 월차, 그리고 일하는 능력에 따라 목표량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판매팀의 경우, 인터넷이든 휴대전화를 팔아야 한다. 그러면 이 판매수치를 개개인의 연차, 월차, 그리고 능력에 따라 부여한다. 그리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압력을 가한다.
프레시안 : 입사 연차, 그리고 월차에 따라 목표량이 달라진다는 것은 경력이 오래될수록 목표치가 높아진다는 의미인 듯하다. 그렇다면 능력에 따라 목표량은 어떻게 주어지나. 그리고 능력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나.
김영희 : 만약 정해져 있는 콜(call)수가 하루 10이라고 하면 10을 다 받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거기에서부터 능력의 차이를 둔다. 10을 다 해내면 잘한다고 평가한다. 마치 학교 선생님이 평가하는 식이다. '이 직원은 성실하고 성과를 잘 낸다'. 그러면 이 직원의 목표량은 12가 된다. 그것을 목표로 다시 일을 한다.
프레시안 : 그럼 목표량 10을 못 채운 경우는 어떻게 되나.
김영희 : 예를 들어 10 중 8을 했다고 하면, '이 사람은 8을 해서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식으로 평가된다. 그러면 이후 이 사람의 목표치는 10이 된다. 이 10이라는 목표를 위해 죽어라 일해야 한다.
실시간 목표 달성 순위표, 메신저로 공개
프레시안 : 자살한 여고생도 아빠에게 문자로 "나 콜 수 못 채웠다"며 퇴근하기 어렵다고 했다. 목표치를 세워놓고 닦달하는 구조인 듯하다. 거기에 한 발 더 나가 잘하는 사람은 더 잘하도록 채찍질하고 못 하는 사람은 못하는 것을 더 끌어올리는 식의 맞춤형 목표치를 만드는 듯하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이 목표치를 정해놓아도 무시하면 되는 게 아닌가.
김영희 : 그게 어렵다. 팀장의 압박이 심하다. 사무실 내 개인 자리 칸막이에는 전날 자신의 달성한 목표량, 그리고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가 붙어있다. 이 수치는 매일 업데이트 된다. 게다가 업무 시간 내에는 수시로 팀장이 메신저로 순위표를 보낸다.
프레시안 : 무슨 내용인가.
김영희 : 실시간 순위표다. 목표치 달성률을 퍼센트로 매긴 뒤, 이를 순위로 매긴 순위표다. 여기에는 사람 이름과 그에 따른 목표치, 그리고 달성률 등을 적어놓는다. 한 마디로 더 열심히 일하라는 식이다. 만약 목표치와 달성률이 현저히 차이 나는 직원이 있으면 굳이 빨간색 표시를 하거나 그 사람의 글자(이름)만 크게 해서 보낸다. 그것을 회사메신저로 전체 직원이 모두 공유하는 식이다. 매우 불쾌한 일이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 해도 안 받을 수 없다. 공개적으로 망신주기식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팀장은 왜 그렇게까지 하는가.
김영희 : 팀장도 실적에 압박을 느낀다. 개개인의 실적이지만 이것은 팀의 실적이기도 하다. 지역센터별, 그리고 센터 내 팀별로도 실적을 내야 한다. 그러니 개개인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숨진 여고생이 일하던 SAVE팀(해지 방어팀)은 어떤가. 거기도 목표 콜(call)수가 있는가.
김영희 : SAVE팀은 받는 콜(call)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들어온 콜, 즉 해지하려는 민원을 어떻게 마음을 돌려 그대로 유지하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일명 방어율이라고 한다. 10명의 콜을 받아서 이중 9명의 마음을 돌려 유지를 시켰다고 하면 이 사람의 해지 방어율은 90%다. 반대로 해지등록률은 10%가 된다. SAVE팀은 이런 해지등록률을 목표치를 정해놓고 여기에 도달하도록 압박한다. 그리고 목표치는 아까 말했듯이 개인별, 팀별 맞춤형으로 정해진다.
사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판매하기도 무척 어렵다. 그런데 그런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에 불만을 품고 해지하려는 고객들을 설득해서 다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얼마나 힘들겠나. 거기다 위에서는 의무적으로 상품을 할당한다. 이것도 틈틈이 팔아야 한다. 이중 삼중고다. 사회생활도 해보지 않은 고3 학생이 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불이익 당하는 게 있는가.
김영희 : 목표 해지등록률을 얼마만큼 도달했느냐에 따라 S-A-B-C로 등급 나눠진다. 그리고 이는 월급으로 연결된다. 등급에 따라 차등해서 월급을 준다는 이야기다.
스트레스로 1년도 못 버티는 현장실습생들
프레시안 : 현장실습생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기는 하는가.
김영희 : 이론상으로 교육은 받는다. 고객응대 매뉴얼 외우기나 고객이 어떤 질문을 했을 때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등. 하지만 실전은 없다. 사실 직접 상담사가 일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는 게 가장 빠르다. 그러나 그런 것 없이 곧바로 실전에 투입돼 고객과 부딪친다. 그러니 고객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노하우가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욕먹으면서 일을 배우라는 식이다.
프레시안 : 일하던 곳에도 고3 현장실습생들이 있었나.
김영희 : 우리 센터에서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SAVE팀에서 일을 시키진 않았다. 일반 상담사로 일했다.
프레시안 : 그들은 회사에 잘 적응했나.
김영희 : 아니다. 그 친구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친구들과 단절될 뿐만 아니라, 놀 수도 없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곳에서 일하는 현장실습생들은 또래 친구들보다 돈은 많이 번다. 공장가서 일하지 않는 이상 이 정도 돈을 받기는 어렵다.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이들에게는 한 달에 130만 원은 많은 돈이다. 그러니 이곳으로 자꾸 들어온다. 하지만 대부분 1년도 못 버티고 퇴사한다. 경쟁 시스템, 그리고 회사의 압박을 버티기 힘들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인터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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