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사드가 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쓴 <사드의 모든 것>(유리창 펴냄)이다.
"'헬조선'의 문턱에 들어선 대한민국, 전 국민이 알아야 할 사드의 진실을 밝힌다."
마침 소련은 중남미로 영향력을 뻗을 거점을 찾고 있었다.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제안을 수락했다.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신의 한 수. 1962년 7월 7일에 합의. 미사일과 여기에 탑재할 핵탄두를 보내 주고, 이어서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었다. 소련의 흐루시초프는 미국의 케네디에게 이 무기들은 방어용이지 공격용이 아니라고 했다.
나중에 그 미사일 사정거리가 미국 워싱턴 주를 제외한 미 본토 전역에 핵 타격이 가능한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은 경악하고 쿠바를 봉쇄한다. 제3차대전, 핵전쟁이 일어날 뻔한 일촉즉발의 위기를 겪다가 기적처럼 타협했다. 소련은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시켰고, 미국은 쿠바를 무력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터키에 배치돼 있던 자국의 미사일도 철수시켰다.
이번엔 거꾸로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가, 러시아와 중국에게 공격용이 아니고 방어용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물론 사드는 소련이 쿠바에 배치하려고 했던 미사일처럼 분명히 공격용은 아니다. 사드는 MD(미사일방어체제 missile defence)의 일종이다. 말 그대로 비행 중인 적의 탄도미사일을 미사일이나 레이저로 요격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왜 러시아와 중국이 이렇게 반발할까. 사실 너무 당연한 반발이다. 서로 똑같은 공격용 무기를 갖고 있는데, 한 편에서는 상대방이 쏘는 무기를 방어할 수 있는 무기가 있다고 하면 누가 더 강할까? 게다가 미국은 중국보다 핵 공격 능력이 월등하다. 미국보다 핵 공격 능력이 떨어지는 중국은 상대방이 먼저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는 한, 선제 핵 공격을 가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공식 채택해 놓고 있다. 상대방이 핵 공격을 해 오면 자신의 핵전력의 일부가 파괴되어도 여분을 가지고 보복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선제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런데 미국이 "먼저 상대방의 미사일 시설을 선제공격하여 파괴하고 남은 미사일을 MD로 요격하겠다"고 하니, 중국이 가만있을 리가 있나. MD의 목표가 되는 국가들에게는 '방어용' 무기가 어떤 '공격용' 무기보다 위협적인 무기로 생각할 건 뻔하다.
중국이 너무 반발을 하니, 미국은 사드가 중국을 목표로 배치하는 게 아니라 북한의 위협 때문이라고 초딩 수준의 거짓말을 한다. 정욱식 대표는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인데, 왜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추진하는지 묻는다. 러시아와 중국보다 북한이 미국에 더 위협적인 무기가 있다는 건가? 미국은 9.11테러를 당했을 때도 엉뚱하게도 북한이 알카에다에 테러 기술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북한 때문에 MD를 구축해야 한다고 핑계를 대느라 안간힘을 썼다. 책을 보면 미국이 왜 그런 유치한 논리를 펴는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결론. 사드로 북핵을 막을 수 있나? 정욱식 대표는 사드가 북한 미사일 방어에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한다. 국방부가 보여 주는 사드의 요격 범위 평면도를, 정욱식 대표는 측면도로 명쾌하게 반박한다. 국방부 논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그렇게 무용지물인 사드에 왜 수구세력들과 최순실 꼭두각시 정부는 그렇게 목을 매고 있을까. 저자는 책의 3부 '백해무익과 설상가상'의 꼭지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마지막 장 4부 '불확실성과 전화위복'에서는 전망과 대안을 내놓는다.
이건 순전히 내 상상이다. 사드 배치 결정에 최순실 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현실이 워낙 내 상상력을 뛰어넘으니 알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김정남 피살과 사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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