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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희망을 노래할까, 휘슬블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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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희망을 노래할까, 휘슬블로어

[문학의 현장] 휘슬블로어 A

휘슬블로어 A

1.
당신의 침묵은 고뇌
모든 것을 감추는 비밀은
비밀이어서 말이 없죠
죽음에 관한 밑줄
뒷산에서 당신이 눈을 뜨고 죽었죠
낡은 수첩의 오래된
기록은 유언같은 것
차마 말로 쓸 수 없는
빅딜인가요
눈 뜬 감시자 정부의 윽박을 견디고
밤마다 불면을 마주하고
토씨까지 뱉으라고 발설을 강요당한 당신
밤마다 정의가 고뇌하였군요
불빛을 등지고 울음을 삼켰군요, 당신

비밀을 알고 있는 증인은
어둔 비밀을 감추고 싶은
또 누군가의 증인이죠
병든 시대의 영웅이라는 말이
떠돌 때에도
비겁의 칼춤이 흩날리죠
어둠 속을 다가서는
칼날이 어찌 무섭지 않을까요

2.
나의 두려움의 갑옷은
누가 벗겨 주는가
역사의 귀와 눈이여,
답하라

나는 고발한다
불합리한 시대의 위선과 불의를
꺼지지 않을 찬란의 빛으로
어둠에 새긴 이름을 베어내리라

바람으로 흐르고 버려질지라도
나는 나의 입을 막지 않겠다

ⓒ프레시안(최형락)


시인노트

우리는 한 시대 뜨거운 격랑의 과도기를 겪는다. 최근 미디어는 대통령이 주체가 된 국정농단, 비선세력,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부역자 등과 관련한 뉴스를 보도하기 바쁘다. 대한민국에 전무후무한 국정농단 사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탄핵 인용을 기다리는 촛불집회와 탄핵 기각을 외치는 보수집회는 광화문에서 매주 벌어진다. 국민은 헌재의 탄핵 인용을 간절히 기다리고, 정치판엔 조기대선의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정치가 한치 앞을 보기 어려울 만큼 바쁘다. 3년째 떠오르지 않는 세월호처럼, 몇 달째 분노와 우울과 좌절감이 나라를 휘감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혼돈이 막막하다. 국민들은 홧병이 올 지경이다.
정유년이다. 그렇게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청문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이다처럼 국민의 속을 뚫어준 청문회 스타라 불릴만한 증인들도 나왔다. 경악을 금치못할 뉴스는 지금도 계속 쏟아진다. 휘슬블로어, 그들은 보이지 않는 위협과 죽음의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침묵할 수 없는 뜨거운 양심이 그들을 증언대에 세웠을 것이다. 휘슬블로어의 싸움은 강한 자와 약자의 전쟁이다. 소년 다윗과 거인 골리앗의 싸움이 생각난다. 약자 다윗의 패배를 확실히 점쳤던 싸움은 놀랍게도 소년 다윗의 승리로 짧고 강렬하게 끝났다. 휘슬블로어는 두려움과 갈등 속에 자신 내부와 외부의 적과 싸워야 한다. 외면하고 싶은 고뇌와 갈등, 불의를 향한 분노로 흔들리겠지만 다윗처럼 일어설 것을 믿고 있다. 오만한 기득권은 반성을 모른다. 우월감으로 가득차서 불의를 불의라고 할 줄 모른다. 그들에게 비겁은 불의와 동의어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주권과 국익을 거침없이 사유화한다. 휘슬블로어의 증언이 아니라면 그들의 국정 사유화는 더 오래 은밀히 유지되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의혹을 품고 죽어간 많은 증인들이 있다. 국가의 어느 곳도 그 이름을 보호해 주지 않았다. 내부고발자, 불의와 싸우는 정의로 시대의 사회조직의 썩은 부패를 도려내고자 한 사람들이다. 오랜 세월 어디서든 어떻게든 은밀히 죽어갔을 그들의 한이 이 시대 조금씩 조명되고 있다.

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비밀은 없다. 낮에도 밤에도 CCTV가, SNS가 보고 있다. 불법도청과 녹음이 성행하고 낮에도 밤에도 비밀은 없다. 온갖 비밀들이 굴뚝에 연기처럼 팩트와 의혹을 부풀리며 솟아오른다. 믿거나 말거나한 뉴스들이 넘친다. 검은 연기가 온 동네를 다 덮을 듯 풍문이 풍문을 불러온다. 온 나라가 풍문에 덮쳤다. 풍문에 침몰된, 갇힌 2016 대한민국호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게이트는 국민을 베고 간 칼이다. 마음을 베인 국민들 누구도 쇼크와 상실감이 크지 않은 사람 없다. 한때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은 자신의 뱉은 말의 위력을 몰랐다. 변명은 변명을 낳았다. 변명에 급급한 그녀의 말이 거짓되고 위선의 민낯은 차마 보지 못할 지경까지 왔다. 정직하지 않은 위정자의 민낯을 낱낱이 봐야 했으니 우리 국민의 분노와 상처를 무엇으로 싸맬까. 좌절은 상실을 가져온다.

이 깊은 덫을 빠져 나와 우리는 언제쯤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까.

2016년 박근혜·최순실게이트는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풍문은 사라지지 않고 유투브로, 인터넷으로 계속 될 것이다. 2017년 대한민국호는 풍랑 없이 흘러 가리라 기대해 본다. 큰 풍파를 견딘 국민들, 홧병날 지경에 있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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