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세종시 축소 수정' 발언에 대한 야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이미 맹타를 퍼부은 데 이어 민주당도 4일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박병석, 홍재형, 오제세 등 민주당 충청권 국회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총리 후보자가 세종시 건설의 수정 추진을 언급한 것은 충청지역을 볼모로 총리직을 구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심대평 총리 카드로 세종시 무산을 획책하던 이명박 정부가 차선책으로 충청권 출신 총리라는 것을 내세워 세종시 무산 기도에 따른 충청권의 반대를 무마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들은 "정 총리 후보자가 어제 발언 내용을 번복해 세종시 원안 추진을 다시 밝히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란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준 반대는 물론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최초로 '사퇴'를 언급한 것.
선진당의 공세도 한층 더 강해졌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오전 당5역 회의에서 "정운찬 지명자는 노무현 정권 시절에 잠시 정치권을 기웃거린 적이 있다"며 "그때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충청 향우회였고, 충청지역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런 사람이 결코 경제적 효용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깊은 내용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경제적 효용론을 운운하며 원안 추진이 어렵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내정자 신분으로서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이것은 사전에 세종시 문제에 관해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거나 아니라면 매우 경박한 사람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와 정 후보자를 싸잡아 공격했다.
류근찬 원대대표도 "우리는 정운찬 총리 지명자가 한 말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확신한다"며 "지금까지 이 정권이 밝힌 세종시에 대한 입장이 얼마나 거짓되고 위선이었는가를 보여 주는 좋은 예"라고 가세했다.
한편 세종시 축소론자인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에서 세종시를 추진하되, 유령도시가 안 되게 하는 방법이 뭔가 고민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청와대에서 조만간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객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청권을 홀대하자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이전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정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세종시를 둘러싼 수도권-충청권 논란은 점점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충청권에 사활을 건 선진당에 민주당이 가세한 모양새지만 양당의 이해관계가 끝까지 일치할지는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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