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들은 '정운찬 총리'로 상징되는 9.3개각에 대해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적 논평을 내놓긴 했지만 대체로 "잘하나 지켜보겠다" 수준으로 이전 개각에 비해 비판의 강도가 낮았다. 대응 논리도 아직 갖추지 못한 뉘앙스다.
심대평 전 대표의 탈당에 이어 '정운찬'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충청총리를 맞딱뜨린 자유선진당만 "억지 충청 총리"라고 맹공을 가했다.
정운찬에 대한 직접 공격 피한 야당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워크숍 도중 개각 소식을 듣고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그동안의 발언에 비춰볼 때, 대통령과 총리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소신을 접어야 공존이 가능한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라고 말했다.
노 대변인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정운찬 국무총리, 뭔가 어색하다"며 "그동안 정운찬 총리후보자가 MB정권의 경제정책, 특히 4대강 문제에 부정적인 발언을 해 왔던 것에 비춰보면 대통령과 총리의 조합이 순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지만 정 후보자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없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오늘 개각은 국정쇄신 의지가 전면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50점짜리 개각에 불과하다"면서도 "포장지를 바꾼 예상밖 총리 카드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영호남을 비롯하여 충청지역 안배에 '친박친이', 여기에 '친여친야'까지 그야말로 지역과, 계파, 초당적 성격마저 버무렸으니 그야말로 짬뽕이 아닌가"라고 꼬집었지만 이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칭찬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이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논에 장미를 옮겨 심은 격인데, 꽃이 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전까지 구여권의 대선후보, 혹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거론됐던 분이 한나라당 정권의 신임 총리가 된 데 대해 국민들이 매우 놀랄 것 같다"고 꼬집었지만 어쨌든 정 후보자를 장미에 비유함으로써 일말의 기대감은 녹인 셈이다.
연타 맞은 자유선진당, 바짝 날 세워
하지만 선진당은 바짝 날을 세웠다. 박선영 대변인은 "우리 자유선진당을 짓밟고 헤집으면서 단행한 개각치고는 매우 미흡하고 아쉽다"고 총평하며 "게다가 정운찬 총리내정자는 제1성으로 '세종시는 원안대로가 아니라 수정해서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그 자체로서 총리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변인은 "그는 내정자 신분으로 국회청문회와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 있는가? 자신의 직무시작이 언제부터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총리를 할 수 있나?"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이상민 정책위의장도 별도 성명을 통해 "행복도시를 축소 변질시키려는 MB의 구원투수로 기용되지 않고서는 그처럼 무책임한 발언을 할 수는 없다"면서 "총리 내정자가 어떤 인식으로 세종시 축소변질론을 들먹이고 있는지 앞으로 있게 될 국회 청문회에서 낱낱이 추궁할 것이며, 세종시를 축소 변질시키려는 용도로 총리에 내정된 것이라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힘을 보탰다.
한편 이날 대전을 방문한 이회창 총재는 "심 대표가 돌아와 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며 "이는 결코 립서비스가 아니다"라고 내부 단속에 주력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심 전 대표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치에서 돌아오지 못할 강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