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DJ-盧 이후'…정국 어디로 가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DJ-盧 이후'…정국 어디로 가나?

[전망] '화해와 통합' 수사에 그치면 역풍…야권 전열정비 관건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잇단 서거가 남긴 충격은 크고 깊다. 보수세력과 이명박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으로 매도한 지난 두 정부 지도자들의 서거는 정치·사회적 국면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의 뜨거운 조문 열기에 이어 '행동하는 양심'을 당부한 김 전 대통령의 유지가 국민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범민주개혁진영은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거대한 '민심의 저수지'를 확인했다. 고인이 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재평가 작업은 이에 지속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집권 2년차의 여름, 대립적 위치에 섰던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이명박 정부가 '용서와 화해'의 유지를 전향적으로 수용해 국정기조 전환으로 내놓을지, 상실감에 빠진 민주개혁 진영이 새로운 구심력을 회복해 전열을 정비해 나갈지 등이 '노무현-김대중 이후' 정국의 초점이다.

▲ 지난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청와대에서 이뤄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회동 장면 ⓒ청와대 사진기자단

"섣부른 화합이 아니라 국정기조 전환이 포인트"

청와대는 갈림길에 섰다. 극우보수 세력의 반발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장으로 엄수하는 한편, 이 대통령이 북한 조문단을 직접 접견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얻었다. 국민적으로 동서와 남북의 '화합'이 되새김질 되면서 이 대통령이 8.15 광복절 메시지로 내놓은 '통합' 드라이브가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봉합형 화해'는 새로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한승수 총리는 김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낭독한 조사를 통해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반목해온 해묵은 앙금을 모두 털어내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의 참뜻일 것"이라고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기조의 변화 없는 '통합론'은 위기관리술 이상의 의미를 얻기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계기가 돼 서거한 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을 하고 글을 쓸수 있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현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국장 기간 중 공개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에는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는 구절도 담겨있다. 미공개된 일기에는 더 강한 내용이 포함돼 있으리라는 관측까지 나오자 청와대에선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관련이 깊은 한 전직 의원은 "다들 화합을 강조하고 있고 고인의 뜻도 마찬가지였다"면서도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천착했던 문제의식은 중산층과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즉 '3대 위기'였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기조가 변하면 몰라도 이대로 계속 나간다면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들어 일반 민주주의의 후퇴가 확인된 만큼 잠시 중단된 미디어법 후속 갈등, 4대강 사업의 일방적 추진 등에 대한 반발 여론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이 대통령이 이같은 의제들을 재고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서거정국 이후부터 여야 대립의 2라운드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통합'의 방법론으로 야당에서 일정한 호응을 얻고 있는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에 강한 추진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원론적 공감대 수준에 그치고 있고, 각론의에선 이견이 적지않아 당장 전면적인 이슈가 될 소재는 아니다. 국정기조의 전환을 제1의 요구로 내걸고 있는 야당도 제도개편 논의를 위해 투쟁적 이슈를 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조만간 단행될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개편도 정치인과 친박인사 중용, 충청권 총리 발탁 여부 등 범여권 내부질서 정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국면전환용 개각' 이상의 의미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북한 조문단 파견으로 어렵게 찾아온 남북관계 전환의 분위기에 이 대통령이 어떻게 조응할지도 향후 정국을 뒤흔들 큰 변수다.

보수진영과 여권 일각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북에서 불어오는 훈풍에 당혹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 본인이 대화를 강조한 마당에 기존의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기는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지기반인 강경보수 진영의 반발도 우려되고 남북 긴장이 완화돼도 현재의 분위기로 그 공은 김 전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포스트 盧' '포스트 DJ', 리더십 구축이 과제

개혁민주진영의 갈길도 멀다. 지난 10년의 정신적, 실체적 지주였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구심점이 사라진데다 보수 기득권 시대에 대적할만한 새로운 리더십은 여전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트 노무현', '포스트 DJ' 리더십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으나 정치적 기반인 '호남'과 '개혁'을 폭넓게 아우를만한 리더가 없는 게 현실이다. 정세균 대표가 대과없이 민주당을 이끌고 있다는 게 내부적 평가이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각개약진하는 가운데 합종연횡을 탐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주당과 친노 진영의 정치적 화합 여부는 전열정비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시민사회진영 및 진보정당과의 연대 등 야권 질서의 재편 문제도 민주당과 친노 진영의 화학적 결합 여부에 따라 파괴력과 역관계가 달라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기간 중 친노인사 일부가 하의도를 방문하는 등 양측이 결합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DJ 진영'과 '노무현 진영'의 내부 정서는 사뭇 다른 게 현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참여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연내 창당을 준비하는 일부 친노 세력과 민주당이 벌여온 날선 신경전이 김 전 대통령 서거 정국 이후에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심사다.

구심점 회복과 맞물려 노, 김 전 대통령의 '용서와 화해' 유지를 이으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발 여론을 수렴해 공격적인 정국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을 것인지도 민주개혁 진영이 당면한 과제다.

당장 한나라당은 서거정국이 끝난 24일부터 "의회주의자인 DJ의 유지를 따르기 위해서라도 국회를 열어야 한다"며 의사일정 협의를 요구할 계획이다. 내달 1일에는 정기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압박이다. 민주당이 당장 등원에 응할 가능성은 없지만 국민적 관심사에서 멀어져 한풀 꺾인 미디어법 무효투쟁을 위해 장외투쟁을 지속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이 주장한 '주국야광(낮에는 국회, 밤에는 광화문)' 식의 원내외 병행 투쟁을 전개하다가 남북문제와 4대강 사업 등으로 초점을 이동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처럼 내부 전열 정비와 대여 정국주도권 탈환이라는 두가지 과제에 직면한 야권의 장기적 진로의 향배는 10월 재보선에 달려있다. '민주정부 10년'의 업적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를 타고 내년 지방선거 등을 통해 정권 탈환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