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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자살보험금 지급'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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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생명 '자살보험금 지급' 미스터리

[기자의 눈] 금융위, 중징계 처분 뒤집을까

삼성그룹이 1일부로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16개 상장사를 포함해 모두 59개의 계열사가 각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사실상 그룹 해체 시대'에 돌입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삼성 계열사들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들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재계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이라고 지목하는 게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결정'이다.

자살보험금은 무려 10년전부터 금융당국이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압박하던 사안이다. 14개 생명보험사 중 2010년까지 팔던 이 상품에 대해 골머리를 앓다가 결국 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을 때, 지난달 23일 금감원의 제제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 처분이 의결될 때까지 '법대로 하자'며 흔들림 없던 선두주자가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은 "우리는 상장사이고 외국인 지분이 많아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배임으로 고소될 위험이 있다"며 법리를 고수한다는 입장이었다.

10년을 한결같이 고수하고, 금감원이 중징계 처분을 의결할 때까지 지켜온 소중한 신념이 왜 갑자기 며칠 사이에 달라지고, 아예 금감원에 읍소하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다 내겠다'고 징계 수위 완화를 호소했을까?

그렇게 '이사회 중심 경영'을 위한다며 '사실상 그룹 해체'까지 했는데, 2일 긴급하게 열린 이사회는 그저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거수기 이사회'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위 최종 결정만 남긴 중징계 처분, 왜 이제서야?

따라서 삼성생명이 이사회 결정 이전에 왜 갑자기 '법리를 파기했는가'라는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몇가지 단서가 거론되고 있다. 바로 '오너의 경영권' 문제가 걸려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대표이사에 대해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압박하자 막판까지 버티던 '빅3 생보사' 중 유일하게 오너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교보생명은 제일 먼저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

오너인 신창재 회장이 3월중 임기가 끝나는데, 금감원 제재심의위에서 문책성 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연임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두 지급'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교보생명의 경우 "미지급건 모두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막판에 입장을 바꿔 임원직 연임이 가능한 '주의적 경고'로 징계수위가 경감됐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대표이사가 전문경영인이다. 김창수 대표이사도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연임 승인을 받기 전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결국 문책경고 징계가 의결될 때까지 삼성생명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따라서 일부 경제지들을 중심으로 "김창수 대표이사 연임 문제 때문에 부랴부랴 입장을 바꿨다"는 해석은 앞뒤가 맞지 않다. 특히 대표이사 문책경고는 금감원 전결사항이다. 아무리 상급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한다고 해도 다른 징계도 아니고 '금감원 전결사항'을 뒤집을 명분도 없고, 전례도 없다.

전문경영인 대표이사 연임을 위한 것이라면 결정 번복 시기도 너무 늦다. 삼성생명은 "법만으로 따지면 꼭 안줘도 되는데, 주면 배임행위가 되어서 주주들에게 소송 당한다"고 하다가 갑자기 '밀린 보험금, 지연이자까지 쳐서 1700억 원 전액 지급하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약관 준수가 2012년에야 뒤늦게 법적 의무화가 되었다는 법의 허점을 악용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티던 생명보험사들이 결국 명분과 실리까지 잃고나서야 당국에 백기를 든 것은 결국 '오너 경영권'과 연결해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일 금감원의 중징계로 삼성의 '사실상 총수'로 불리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교보생명보다 훨씬 빨리, 세련되게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재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받은 중징계 중 '일부 영업정지' 처분과 연결된 것으로 본다. 금감원이 징계 의결을 했지만, 금융위가 최종결정하는 징계는 영업정지 처분이다.

삼성생명은 3개월동안 재해사망보험을 팔지 못하는 일부 영업정지도 당했다. 그런데 원래 이 징계도 지금 팔수록 손해라서 원래 팔고 싶지 않아하는 상품만 못팔게 하는 것이라, 오히려 '울고싶은 데 뺨대려준 격의 무의미한 징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영업정지 처분은 단순히 상품 판매만 관련이 있지 않은 중징계다.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면 3년간 신사업도 못하고,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삼성생명은 바로 그룹 경영권의 중심이 되는 금융지주회사로 재편하는 과정에 있는데.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되면 '이재용의 삼성'을 위한 금융지주회사 재편에도 제동이 걸리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런데 더 미스터리한 점이 있다. 이렇게 중요한 '오너 경영권' 문제가 걸렸다는데, 미리 알지 못했을까? 왜 이제서야 금융위의 최종 결정(3월중으로 예상)을 피하려고 나섰냐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하거나, 어떤 이유에서든지 경영진에서 보고할 수 없는 난맥상이 있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빅3' 중 '삼성그룹과 특수관계'로 알려진 한화그룹 소속 한화생명도 삼성생명의 입장 번복에 따라 3일로 예정된 이사회에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안건으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10년을 끌어온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에 결국 재벌보험사들도 백기를 든 것은, 당국의 행정처분이 오너의 경영권을 위협할 경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참고로, 금융당국이 약관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징계라는 행정처분을 내리는 권한도 역시 합법적이라는 것도 법원의 판결로 확정됐다. 씁쓸한 것은 가입자는 '약관이 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업체는 이런 국민의 신뢰를 비웃다가 막판에 '미스터리한 이유로' 꼬리를 내렸다는 점이다.

만일 금융위의 최종 심의에서 삼성생명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뒤집어진다면, '삼성 로비력'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금감원 제제심 의결 전에 '백기'를 든 보험사와 형평성 있는 징계가 되어야 한다.

만일 금융위에서 징계 수위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보인다면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3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기관에 대한 징계는 일부영업정지로 특정된 것이 아니라, 기관경고에서 일부영업정지까지 가능하다는 범위로서 의결된 것이다. 일부영업정지까지 가능할 정도로 의결 수위가 높을 줄은 예상못했다. 3만여명의 보험설계사들의 생계도 걸린 문제이고, 신사업 추진도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돈을 다 내겠다는 성의를 보이면 금융위 최종 심의에서 기관경고로까지 징계 수위가 낮아질 것을 기대하고 결정을 바꾼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도 왜 징계수위를 예상해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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