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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은 국민 삶을 바꿀 것이다

[다시 '지방분권'을 생각한다] ⑤주민참여속에 지역 특성에 맞는 복지, 교육, 문화가 열린다

주민참여속에 지역 특성에 맞는 복지, 교육, 문화가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 중 하나가 '헌법'이다. 대통령이 저지른 일도 '헌법 위반'이어서, 234석의 찬성으로 가결된 탄핵소추안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판받고 있는 상황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 경제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근간이다. 헌법 위에서 우리 국민은 국가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마침 탄핵 정국에서 '헌법'이 서점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하니, 헌법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헌법'을 제대로 읽어보았느냐는 질문이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답변을 못하는 게 사실이다. 특이하게도 우리는 '헌법 전문'을 초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단지 '헌법'의 상징성만을 배우고 익힌다. 우리가 아는 헌법은 '공부해서 아는 헌법'이라기보다 '들어서 아는 헌법'에 가깝다. 그 상징만을 취할 뿐, 정작 헌법에 보장된 우리 권리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헌법에, 주민의 '자치권'이 제대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릴 놀랍게 한다. 하긴, 1987년 헌법이 개정된 직후에 지방선거가 도입되지 못한 탓이다. 이는 헌법에 지방 자치에 대한 수동적 개념만 담겨 있지, '주민 자치권'이라는 능동적 개념이 부재해서 발생한 일일 것이다.

▲제34차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

'주민 자치권'에 이제 이름과 의미를 부여할 때가 됐다.

지난달 28일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에 소속된 13개 시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며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실천내용으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주민으로서의 자치권' 신설, 자치재정권을 통한 지방재정의 독자성과 자율성 보장,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의 자치 입법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주권자인 국민이 실제 삶을 영위하는 지방정부에 돌려주는 지방분권형 개헌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신성장 동력 창출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지방분권형 개헌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들의 요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21세기는 지방분권은 국가경쟁력과 국민복지 향상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현재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 노인비율이 월등한 초고령사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대도시 중심의 산업적 복지정책을 펼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행정과 재정의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인구구성 비율등 지역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복지정책을 펼칠 것이다. 그만큼 실질적으로 주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민 중심의 지방분권 강화는 결국 지방자치 능력을 강화시키는 촉매역할을 할 것이다. 중앙정부의 통제로부터 멀어지고 주민들과 가까워지면서 주민자치의 영역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능력 제고는 중앙정부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일례를 들어보자. 우리는 AI 그리고 구제역 등 구멍 난 방역시스템으로 홍역을 겪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지방정부보다 중앙정부의 대처만 기다리고 있다.

2015년 수많은 국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역별 메르스 방역체계는 사실상 전무한 채 중앙정부의 판단만 기다렸다. 당연히 지방정부의 대처와 판단보다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지방자치 능력을 제고하면 이 같은 중앙집권적 안전시스템은 자치능력이 향상된 지방정부가 담당하게 될 것이며, 이는 중앙정부의 대응보다 훨씬 신속하며, 안전한 대처가 가능하다. 그래야 주민들이 원하는, '주민 자치권'에 걸맞는 대응책이 나올 것이다. 비대한 중앙정부는 진정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 자치권'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헌법에 '주민 자치권'이 명기돼 있다면? 많은 문제들이 풀리게 될 것이다.

지방분권은 주민들의 시정참여도 높혀줄 것이다. 시민옴부즈맨제도, 주민참여 기본조례 제정, 시정정책 토론청구제의 도입, 참여예산제 및 주민 감사관 제도 도입 등으로 사실상 지방자치가 꽃을 피울 것이다.

지방분권의 영향은 단순히 복지나 안전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교육, 주택문제, 의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주민들의 참여는 확대되고 주민들의 삶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우리는 두레라는 전통 풍습을 통해, 개인의 문제를 공동체 차원에서 서로 논의하고 협력하며 지방자치를 우리 삶 속에서 실천하여 왔다. 일제로부터 독립이후 전쟁과 독재를 겪으며, 지방분권을 이룰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실시이후 지방분권의 불씨를 살렸지만, 우리는 수도권에 전 국민의 50%, 경제자금 80%가 몰려있고 중앙정부가 세금의 80% 쥐고 있을 만큼 지방분권은 비참한 수준이다.

다양화‧세분화되는 국제정세에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지방의 경쟁력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리고 '정글'같은 사회에서 복지를 강화해 사회안전망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방분권은 이뤄내야 한다.

이번 개헌에는 반드시 강력한 지방분권의 민심을 담아내야 한다. 국가대개조와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명령’이 수용되지 않는 개헌이라면,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권력구조 개편만을 중심 과제로 삼겠다는 차원의 개헌 논의로 흘러간다면, 그런 개헌 논의는 단호히 거부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지방분권의 기회는 없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으로 호소한다. 국민의 명령을 들어라. 주민 자치권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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