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이하 현지 시각) <에이피> 통신은 모하메드 아판디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이 김정남 피살 사건에서 리정철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오는 3일 리정철을 석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모하메드 총장은 리정철을 추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가 (말레이시아에 머무를 수 있는) 유효한 서류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달 17일 리정철이 김정남 피살 사건에 연루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의 도주를 도왔다는 정황을 포착, 그를 체포한 뒤 조사를 진행해 왔다.
사건이 일어난 당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CCTV에는 이들 4명의 용의자가 리정철의 차량을 이용하는 장면이 찍히면서 리 씨가 범행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았지만, 그는 이를 모두 부인했다.
또 리정철은 앞서 체포된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이 아이샤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에게 범행을 지시했다는 의혹 및 이들이 사용한 독극물 VX의 제조 또는 반입에 관여됐다는 추궁도 받았지만 이 역시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국적 4명의 용의자가 모두 평양으로 돌아간 상황에서 리 씨의 범행 개입 증거 확보는 이번 사건의 배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열쇠였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번 사건과 연계된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리지우 등 3명에 대해서는 아직 신병도 확보하지 못했고, 특히 현 씨의 경우 면책특권을 가진 외교관이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당국이 조사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 당국이 2주 간의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리 씨 개입의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하면서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데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수사 당국이 확보하고 있는 두 명의 여성만 처벌받고 사건이 종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체결된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베르나마> 통신은 이날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를 인용, 오는 6일을 기해 북한과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한다고 전했다. 통신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국가 안보를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체결된 협정이 8년 만에 폐기되면서 북한과 말레이시아 양국 국민은 상대 국가를 방문하기 위해 반드시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로 취업을 온 북한 출신 노동자들의 경우 비자를 다시 받거나 본국으로 추방되는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와 북한 관계가 단교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이 지난 28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일정 수준에서 수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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