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일 역사 문제의 핵심은 일제 강점기 여성 성노예 사건(위안부 사건)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사과 않고 버티던 일본과 일방적인 돈 거래 합의를 이뤄 소녀상 시위로 대표되는 저항 운동을 낳았다.
역사에 잊힌 군함도 강제징용 문제는 앞으로 역사 문제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MBC <무한도전>이 군함도 사연을 다뤘고, 지난해는 2009년 발행된 전작을 보완한 한수산의 소설 <군함도>(창비 펴냄)도 나왔다. 영화감독 류승완은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군함도>를 제작 중이다. 군함도 문제는 앞으로 한일 외교의 새로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본은 벌써부터 강제 징용은 없었다며 영화 <군함도>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군함도는 일본 규슈 나가사키 반도 곁에 자리한 조그마한 섬이다. 공식 명칭은 하시마(端島)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한국의 슬픈 역사는 가려졌다. 일제는 야구장 두 개 크기에 불과한 이 섬에 한때 5000여 명의 사람을 살게 했다. 전범 기업 미쓰비시가 이 섬을 개발했다. 해저에 숨겨진 석탄 때문이었다. 이를 캐는 데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 징용되었다. 1945년 당시 하시마와 다카시마 탄광에 1299명의 조선인이 거주했다. 중국인도 409명이 살았다. 강제 노역과 일본인의 학대로 수많은 이가 이곳에서 사망했다. 군함도는 지옥섬이었다.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민족문제연구소 기획, 김민철·김승은 외 지음, 생각정원 펴냄)은 군함도를 비롯해 일본 곳곳에서 지금은 잊힌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파헤쳐 정리한 책이다. 우리는 일본의 과거 만행에 분노한다. 반성 없이 과거를 지우려 노력하는 이들을 규탄한다. 하지만, 우리 선조의 정확한 피해 실상에는 둔감하다.
우리 조상은 남으로 하이난 섬, 파푸아 뉴기니까지, 북으로 시베리아의 동토까지 끌려가 일제 만행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 책은 이들 하나하나를 찾아 나선 기록이며, 역사를 지우려 하는 일본에 항의하는 시민운동가들 땀의 기록이며, 작지만 꾸준히 자국의 반성을 요구하는 양심적 일본인들과 연대한 모든 이들의 기록이다.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우리가 그토록 분노한 이유는 이 일방적 거래가 과거를 지워버리려는 신호탄이리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희생자 문제에 철저히 눈감는 일본은 오히려 북과 남, 동과 서로 영토 분쟁에 끼어들어 과거 만행의 흔적을 보상받으려 한다.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은 3.1 운동을 기념하는 때에, 과거를 다시 돌아볼 필요를 느끼게 하는 책이다. 아직 3.1 운동은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음을 새삼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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