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극우세력의 집회,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대해 외신이 '사이비 종교 같다(cult-like)'라는 형용사를 동원해 토픽성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의 주장이 극단적일 뿐더러, 박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으로 비치는 듯한 태도가 차기 대선에서 보수 세력의 집권 가능성을 오히려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자 <뉴욕타임스>는 서울발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처럼 궁지에 몰렸던 한국 지도자는 거의 없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는 가장 인기 없는 지도자 중 하나로 꼽혔고, 80%에 달하는 응답자는 그가 청와대를 떠나기 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박 대통령은 여전히 정광용 박사모 대표 같은 사이비 종교 신도 같은(cult-like) 사람들을 장악하고 있고, 이들의 계속된 헌신은 이르면 5월에 치러질 대선에 세울 만한 후보를 찾고 있는 보수 세력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정 대표가 집회에서 "박 대통령이 너무 그립다", "대통령은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소개하며 이들 '박사모'와 새누리당 내 일부 그룹은 박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모두 정상적으로 마치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박사모 등이 "지난 몇 주 동안 점증하는 규모의 시위를 조직했고, 박 대통령에게서 돌아선 모든 보수 정치인들을 '배신자'라고 부르고 있다"며 "이들의 시위는 단지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파(Park loyalists)들뿐 아니라, 진보 야당이 북한에 동정적이라는 믿음을 가진 나이든 한국인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 수사와 언론 보도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러나 깃발을 흔들고, 군복을 입은 보수 시위자들은 박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경도된 검사에 의한 '선동'과 '가짜 뉴스', '공산주의자'들의 무고한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들 시위의 특징은 군가를 부르고, 5.16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잡았던 아버지 박정희처럼 (박 대통령이) 권력 회복을 위해 '군을 동원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이라며 "어떤 참가자들은 '빨갱이(Commies) 죽이는 것은 OK'라고 쓰여진 팻말들 들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물론 "또다른 군사 쿠데타가 가능할 것으로 믿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며 "정광용 씨나 '박사모'는 다수로부터 개인 숭배자(a personality cult), 이념적 극단주의자(ideological outlier)로 여겨진다"고 한국인 다수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신문은 "그러나 전통적으로는 표를 동원하는 도구였던 '빨갱이 때려잡기(Red-baiting)' 식 캠페인은 더 격렬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정광용 씨 같은 시위자들은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지 않으면 '내란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지자들의 시위 규모가 커지자 박 대통령은 점점 더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며 "한때 스캔들에 대해 눈물어린 사과를 했던 박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정적들의 '프레임'에 의한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정규재TV'와 인터뷰를 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NYT는 차기 대선 구도에 대해 '보통 한국의 선거는, 진보적 유권자들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진보 성향 후보들에게 분열된 지지를 보내는 동안 보수가 단일 후보를 세워 승리하는 구도'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보수가 분열해 있고 이는 진보가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탄핵이 인용되면, 분열된 보수가 재결집할 시간은 거의 없다"며 한때 대안으로 거론됐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보수 정당 소속 후보들은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10%를 넘기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출마 여부 자체가 유동적일 뿐더러 박 대통령과의 강한 유대, 병역 미필 전력 등의 약점도 있다고 전했다.
한 65세 한국인은 신문 인터뷰에서 "나는 북한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보수당에 투표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솔직히 지금 선거가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이길 수 있는 후보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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