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개념화하고 구체적인 실천방향을 명시한 200여 페이지 분량의 교본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조선일보>가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주의를 앞으로 국정 전반에 걸쳐 확대 강화해 나감으로써 중산층 재건과 사회통합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대부분의 부처가 기존의 정책이 중도실용주의 노선에 맞는지 재점검하는 작업에 착수하거나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효율적으로 지향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교본 배포를 계기로 그같은 분위기가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본에는 중도실용주의의 사상적 배경과 역사적 사례, 지난 대선기간 동안 나왔던 이 대통령의 공약에 담긴 중도실용의 원칙 등이 서술될 예정이다. 또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각 분야에 걸친 '실천방향'도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달 말부터 시작된 교본 제작작업에는 수석급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과 각 분야 중견 학자 1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가르치려 드나" vs "교본 아니라 해설서다"
이같은 조치는 이 대통령이 최근 '중도·서민 강화론'을 제기한 것과 무관치 않다. "우리는 극우보수가 아닌데 일부 언론과 국민들이 그렇게 포장을 하고 있다"는 청와대 내부의 불만도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들을 가르치자는 것이냐"는 비난도 적지않게 제기될 전망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중도실용'을 내 세우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당선됐지만, 실제 추진되는 정책들과 그 방식은 '중도'가 아닌 "극우보수의 일방통행이 아니냐"는 혹평을 받아 왔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가 특정한 철학과 가치관에 바탕을 둔 '노선'이라기보다 알멩이 없는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지적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나왔다.
논란을 예상한 청와대는 '교본'이 아니라 '해설서'라며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부에서 지적한 대로 누구를 가르치기 위한 교본이 아니며, 학자들의 시선에 비춰진 중도실용의 이론적 체계화 작업을 하려는 것"이라면서 "'중도실용'을 이론적이고 합리적인 토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부 비판적인 학자을 포함한 일군의 학자들과 함께 참고 해설서 성격의 자료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초안이 나온 상태로 관련 수석실들과 의견 교환 작업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해설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오는 8.15를 전후로 발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발간 이후에는 일선 부처에 우선 배포될 예정이며, 각계 여론지도층에 배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참여하는 학자들의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작업이 모두 마무리된 게 아니고, 참여하시는 분들과도 명단공개와 관련해 아직 합의된 게 없다"며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공식적으로 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복질 기념사와 함께 나올 이 '교본'내지 '해설서'는 그간 이 대통령이 줄기차게 강조해 온 '근원적 처방'의 일단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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