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입법'에 대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2월 임시국회가 결국 '빈손'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2월 국회 종료를 일주일 앞둔 현재, 특검 연장법은 물론이고 야당이 추진하던 핵심적인 '개혁 입법'도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23일 본회의에서 '변호사법 개정안(몰래 변론 금지법)', '검사 징계법(비리 검사 징계 전 퇴임 금지법)', '검찰청법(청와대 파견 검사 회전문 인사 금지법)' 등 안건 31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특검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의 극렬한 반대와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거부로 통과되지 못했다.
야당이 추진해온 '개혁 입법' 또한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총선에서 승리하고 촛불 집회 정국을 겪으며 '개혁 입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처럼 말해온 야당 지도부의 실력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관련 기사 : 우상호·박지원 "정기 국회 내 공수처 법안 통과시킬 것", 민주당, 개혁 입법 시동 "소득 향상 3법 통과시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2월 임시 국회 개혁 과제로 △상법 개정안(경제 민주화법) △공정거래위원회 전속 고발권 폐지법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방송법(방송 장악 저지법) 등을 꼽았다. 이 법들은 모두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공영 방송 지배 구조 변경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의 경우, 관할 상임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공전을 거듭했다. 야당 소속 미방위원들은 미방위의 야당 비율이 3분의 2가 넘는 점을 이용해 방송법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는 우회로를 썼으나, 자유한국당 소속인 신상진 미방위원장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회피하면서 이 법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관련 기사 : "특검 연장"…72시간 농성 돌입한 의원들)
다른 법안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이 개혁 입법에 워낙 완강하게 반대해서 원내수석부대표 간 집중 추진 법안조차 추리지 못했고, 각 상임위에 발이 묶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죽은 채권 부활 금지법(주빌리법)'의 경우 자유한국당이 애초에는 합의했다가 뒤늦게 '잘못 합의했다'고 뒤엎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 입법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이유는 야당이 내세운 '개혁 입법' 대부분이 자유한국당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원회 소관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여야 4당 합의로 개혁 입법을 직권상정하자"고 주장했지만, 자유한국당이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야당이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점을 이용해 바른정당과 함께 '패스트 트랙' 제도를 활용하려 해도 최대 330일이 걸린다.
야당은 발등에 떨어진 불인 '특검 연장안'에 올인하다시피 했지만, 특검법을 통과시킬 뾰족한 수도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특검법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데 미온적인 이유에 대해 "각 상임위별로 '개혁 입법'들이 한두 개씩 다 걸려 있는데, 만약 직권상정해서 국회가 파행돼 개혁 입법들이 물 건너가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례로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처리했는데, 야당 의원들은 이 법안이 오는 3월 2일에 열릴 예정인 2월 마지막 임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월호 선체 조사 특별법'을 제외하면, 오는 3월 2일 본회의에서 여야가 극적으로 추가 쟁점 법안 처리에 합의할 확률은 매우 낮아 보인다. 2월 마지막 국회도 큰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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