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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견'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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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견'이 있어야 한다

[기고] 안희정의 '보수 행보'는 단순한 정치공학일까?

왜 모두 보수에 투항하고자 하는가?

최근 안희정 후보가 마치 보수 여당 후보로 둔갑한 듯한 행보를 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새누리당과 대연정을 주창하며, 박근혜의 '선의'를 강조하고, 박정희를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 평가하며, 미국과 일본에 호감을 표하는 이 너무나도 과감한 보수 행보. 과연 이 행보는 단순한 정치공학의 발로일까?

국가 공공기관의 기관장 중 여당에서 파견한 사람도 있고 야당에서 파견해 오게 된 사람도 있다. 그런데 여야 차이가 없다. 야당 출신이라고 해 개혁이라든가 민주적인 정책을 펼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 대동소이, 오십보백보다.

사실 행정관료 체제의 이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선출되어 왔든 파견되었든 외부로부터 온 기관장은 단지 빙산의 일각, 한 점 얼음조각처럼 거대한 빙산 위에 떠다닐 뿐이다. 예를 들어, 특별시와 광역시 그리고 도(道)를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의 부시장, 부군수, 부구청장은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단체장은 선거에 의해 취임은 하되 부단체장조차도 기존 관료 출신을 임명하도록 해 관료 시스템은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말고 임기를 마치면 흔적도 없이 빠져나와야 한다. 또 중앙행정기관은 개방직 직위가 전체의 20%지만, 지방자치단체는 10%로 제한했다.

이 견고한 관료 체제의 바깥 세상 역시 마찬가지다. 재벌들이 철저히 독점한 경제 시스템을 비롯해 무소불위 검찰, 천상(天上)에서 '뭇 백성'들의 운명을 좌지우지 결정하는 법원 등. 모든 국가 공공 시스템들이 하나 같이 초록은 동색, 보수 일변도다. 이러한 압도적 상황에서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도 민주와 개혁을 내세우긴 했지만, 사실상 거의 아무런 성과를 낼 수 없었다.

이렇듯 강력한 보수 일색의 난공불락의 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해방 후 남북 분단 상황에서 계속 심화되었고, 거슬러 올라가면 친일파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채 일제 강점기 시대의 유제가 그대로 온존했으며 멀리는 조선시대의 봉건적 신분 제도까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다.

게다가 야당 정치인을 비롯해 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이 접촉하는 사람도 대부분 번듯한 부유층이나 고위층, 강남인사들 그리고 지역유지들이다. 재임 기간 짧은 시간 안에 그럴듯한 성과와 업적도 남겨야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타협을 궁리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좋게 말해서 타협이지, 정확하게 말한다면 자발적 투항이다.

안희정의 보수화 행보는 비단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라 본심이며 자기 고백이다.

그들은 '시민의 존재'를 부정했다


기득권과만 접촉하면서 "선의를 가진" 그들과 타협하고 '조정'만을 생각하니 다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그러나 야당 정치인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시민의 발견"이다. '시민'이란 "국가 또는 사회의 능동적 구성자" 또는 "국가 또는 사회를 만드는 개인들"로서, '시민'의 참여는 국가의 주요 정책에 대한 결정 과정에서 보편적인 수단이 되었고 민주적 행정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되었다.

촛불정국을 이끌어온 주체도 바로 시민들이다. 여기에 해답이 있다. 국가와 사회의 모든 프로세스에 시민이 개입하고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 거대한 관료 체제를 개혁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개혁의 길이 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이 나라 같지 않은 나라가 전진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다. 실현 가능한 과제부터 차근차근 개혁해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관료 시스템에 시민이 개입하고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현재 철저히 폐쇄되어 독점되어 있는 관료 시스템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공무담임권을 가진다"는 헌법 제25조 규정의 정신을 바탕으로 시민에게 개방되어야 한다. 지탄을 받고 있는 검찰 역시 검찰총장을 시민들의 손에 의해 선출되는 방법으로 시민이 개입해야 한다. 나아가 모든 행정 및 사법 그리고 입법 시스템에 시민들이 개입해야 한다. 이는 국가 또는 사회의 주체인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이며, 국가시스템 운용의 합리성 제고에 유력한 방안이다.

야당 정치인들은 "시민의 존재"를 부정했고 "시민의 힘"을 신뢰하지 못했으며, 그리해 기득권과 타협하고 투항했다.

재벌 경제 해결도 "시민의 발견"이라는 관점으로부터

재벌 독점 경제 역시 다른 여타 기이한 '한국적 폐습'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만 존재한다. 반드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체제의 전형이다. 이 난마처럼 얽힌 재벌 경제를 해결하는 첫걸음도 바로 "시민의 발견"이라는 관점으로부터 찾아져야 한다.

미국을 오늘날의 강대국으로 만든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바로 개인의 창의와 발명의 가치를 가장 잘 보호하고 육성했던 특허 제도이다. 1787년, 막 독립한 미국이 제정한 연방헌법 제1조 8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과학과 실용기술의 진보를 추진하기 위해 작가와 발명가 각자의 저작과 발명에 대해 일정 기간의 배타적 독점권을 보장한다."

미국은 최초로 특허권을 헌법에 규정한 국가였다. 이로부터 이노베이션, 혁신의 정신은 국가 헌법의 형식으로써 마치 국가주권을 보위하는 것처럼 강력하게 보호되었다. 에디슨의 발명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도 발명가를 최대한 존중하고 법률이라는 형식으로 보호했던 이 특허제도 때문이었다. 미국 특허상표국의 육중한 정문에는 링컨 대통령의 명언이 각인되어 있다.

"특허제도는 이익이라는 연료를 천재의 불 위에 첨가시킨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재벌 기업들은 개인 발명가들이 피땀으로 이뤄낸 발명특허를 고작 푼돈 쥐어주고 거의 뺏다시피 수중에 넣으며 심지어 표절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는 결코 진정한 '창조'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 개인, 즉 시민의 창의를 재벌독점 시스템의 구속과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야 경제가 생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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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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