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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70만원과 컵라면, 그리고 스웨덴의 지방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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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70만원과 컵라면, 그리고 스웨덴의 지방분권

[다시 '지방분권'을 생각한다] ④강력한 지방분권과 성숙한 의식이 복지강국 만든다

지난 2014년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는 만성질환 및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를 겪다가 결국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이들은 "죄송하다"는 유서와 함께 밀린 집세와 공과금을 내어 달라며 70만원을 남겼다.

2016년 서울시 구의역에서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0대 청년은 달려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열차와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했다. 그의 가방에서는 미처 먹지 못했던 컵라면이 있었다.

그들이 남긴 70만원과 컵라면은 우리나라 복지의 민낯이다. 신자유주의가 내몰고 있는 정글 같은 사회에서 사회적 안전장치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복지는 그렇게 내동댕이 치이고 있는 것이다.

복지 사업의 최종 집행은 지방자치단체의 일선 공무원들의 몫이다. 이들이 주민들을 실제로 만나고, 지역에 맞는 현안을 파악하고, 대처한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은 열악하다. 지자체에 '구멍'이 나면 복지 시스템에도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로만 '분권'이고 '자치'이지, 우리나라는 어느나라보다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부 형태를 가지고 있다. 제대로 된 지방 분권을 시행하지 않는 것은, 복지 시스템의 '구멍'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BS 방송화면 캡처

우리와 같은 '복지빈국'의 국민의 입장에서는 '복지강국' 스웨덴 국민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유급출산휴가 13개월, 실업급여 전 월급의 80%,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없이 평균 400~600만원의 월급 등 실로 우리나라로서는 도저히 꿈도 꾸지 못할 복지이지만, 분명히 스웨덴 국민들이 누리는 복지의 현실이다.

스웨덴은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입헌군주국이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4배이지만 인구는 약 1000만 명에 불과한 국가. 복지국가의 대표적 상징이면서도 타 유럽국가보다 탄탄한 경제발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가이다.

전문가들은 스웨덴 복지가 가능한 이유를 지방분권에서 찾고 있다.


스웨덴은 우리나라의 광역자치단체와 유사한 21개의 렌(Lan)과 기초자치단체와 유사한 290개의 코뮌(commune)으로 구성되어 있다. 1992년 에델 개혁을 통해 복지 제공 책임이 렌에서 코뮌으로 이전함에 따라 중앙정부, 렌 정부, 코뮌 정부 등 중앙과 지방정부가 복지에 대한 역할을 분담하게 되었다.

코뮌은 교육과 복지 서비스 등 일반 주민들의 생활 모든 영역에 대한 복지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광역지방정부인 렌은 의료보장, 교통에 대한 행정책임을 맡고 있으며, 중앙정부는 단지 두 지방정부의 정책을 관리, 감독하고 전국적 균형발전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코뮌의 재정도 탄탄하다. 코뮌은 조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스웨덴 국민은 소득 약 31%의 지방세와, 20%의 국세를 부담한다. 지방세 중 3분의 2는 코뮌, 3분의 1은 렌 정부가 받기 때문에 복지환경을 만드는데 재정을 사용할 수 있는 선진국형 지방분권 문화가 확립되어 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조세 부담률은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의 약 51%이며 세계 최고수준이다. 스웨덴 국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이 국가의 모든 사람에게 쓰이고 자신 또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믿는다. 또한 스웨덴 공무원은 국민들이 부담한 조세를 최대한 투명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지방정부가 직접 세금을 거두어 주민들의 실질적 생활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정말 부러운 지방분권이 아닐 수 없다.

지방분권은 지방정부의 재정, 행정, 정치적 독립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방분권이 지역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이뤄낼수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전례 없이 낮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 그리고 심각한 양극화라는 큰 문제에 직면한 '정글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빈곤으로 인한 자살이 늘어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사회안전망인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방분권을 이뤄내야 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여전히 대선전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관심사는 정부형태 변화일 뿐이며, 이를 통한 '권력나눠먹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은 유효한 상황이다.

국민들의 관심사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다. '기득권 적폐'를 요구하는 촛불민심의 명령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헌은 지방분권을 이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반드시 이뤄내야만 한다.

70만원을 남기고 자살한 송파구 3모녀, 먹지도 못한 컵라면을 남기고 업무 중에 숨진 10대 청년과 같은 국민이 더 이상 없는 사회. 이번 개헌을 통해 지방 분권을 이뤄낸다면 꿈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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