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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 최저시급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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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 최저시급은 얼마일까?

[작은책] 또다시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

'짹짹짹 째재잭짹.' 새소리에 잠을 깬다. 날이 새기 전이라 바깥은 아직 어두움이다. 방문을 열고 날이 맑은지, 흐리거나 비는 오지는 않는지 하늘을 살펴본다. 도시에서는 날씨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지냈지만, 농촌에서는 날씨가 중요하다. 컴퓨터를 켜면 일기예보는 물론, 날씨 영상까지 확인하게 된다. 날이 채 밝지도 않은 어둠 속에서 동네 어른들은 '털털털' 경운기 소리를 내며 밭으로 나간다. 농부들이 밭으로 나가면 이내 동네는 조용해진다. 큰길에서 약간 벗어나 스무 집 정도의 농촌 마을, 내가 살아가는 마을의 아침이다.

마을에서는 연말을 지나며 절임배추 작업이 끝나고 요즘은 조금 여유가 있는 때이다. 그렇다고 아주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빠서 가을걷이하면서 남겨 두었던 고추밭을 치워야 하고, 밭고랑에 깔린 비닐도 걷어 주어야 하며, 마늘밭과 양파밭에 풀도 매어 주어야 한다. 단지 시급하지 않아 천천히 해도 되는 일일 뿐이다. 그간 농사철에는 아플 수도 없었으나 이곳저곳 안 아픈 데가 없는 몸을 돌보러 병원에도 가 보아야 한다. 어느 집 누가 서울의 큰 병원에 가서 검진했는데, 수술해야 한다는 반갑지 않은 소문이 나돌기도 하는 때이다. 이때 농사지은 농산물을 싸 들고 도시에 있는 자식들 집에도 잠시 다녀와야 한다. 지금처럼 약간의 여유가 있을 때 마을 사람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밥도 해 먹고 이웃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동짓날에는 마을(대동)계로 모여 한 해 동안 마을 공동살림을 돌아보고 마을공동체의 현안도 논의하고 결정한다. 땅을 빌려 농사한 농지의 주인에게 곡수(도지)도 주어야 하고, 농협에 농자재대금과 영농자금도 갚아야 하며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어려우면 연장해야 한다. 수확의 기쁨은 잠시이고, 밀린 빚을 갚다 보면 남는 것은 없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때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설이 다가오고, 설 지나면서 고추 모종을 내면서 또다시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 한두 달 남짓 농촌의 여유로운 농한기도 금방 지나간다.

내가 도시를 떠나 농촌에 가서 살려고 하다가 예상치 않게 땅끝 해남에 와서 산 지 4년이 된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십수 년 전에 귀농해 왔다는 분이 질문을 던졌다. 농촌으로 오는 사람들은 여러 부류가 있다. 즉, 철학적인 이유라든지, 농사나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또는 건강이나 수행을 위해 등등이 있는데 나에게 어떤 마음으로 농촌으로 오게 되었느냐는 물음이다.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물음이었을 텐데, 나는 그때 대답을 못 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가겠다고 할 때는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곳과 농촌을 잘 모르면서 건방지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그 물음에 내 생각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며, '로컬(local)'에 대한 스스로의 물음에도 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남들의 농사를 보면서 콩과 고구마 농사로 농사를 익혀 가고 있는 초짜 농부다. 땅도 초보 농사꾼에게 처음부터 좌절하게 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첫해에는 어느 정도 결실을 얻게 해 주었다. 그런 다음 해에는 제대로 농사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하는지 수확량이 전(前)해의 반의반 이하로 줄었다. 그 원인은 초보라 농사할 줄을 몰라서일 터이고, 기후 환경 탓을 해 보기도 한다. 노력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지난해는 긴 무더위와 가뭄으로 사람과 작물 모두가 힘든 여름을 보냈기에, 흉년이 들었다. 해남에 살면서 농사한다고 하면서도 이 일 저 일, 일용노동까지 하면서 지역을 조금씩 알아 가는 중이다. 이곳에 와서 살다 보니 처음에는 그간 살아왔던 서울과 이곳 모두 어색하더니, 이제 서울이 더 어색하다. 남들의 농사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 농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뚜렷한 대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간 부럽게 바라보고 있던 농사꾼들이 농사를 그만두겠다느니, 줄여야겠다는 말을 들을 때면 우리 농업의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나라 농업이 어떤 과정을 겪어왔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하면서도 희망이 보이지 않음에 암울할 따름이다.

ⓒpixabay.com

최저임금을 주제로 방송통신대학교 과제물을 작성하면서 농촌에서도 최저임금 적용이 가능한지 살펴보았다.

1000평의 땅에 콩 농사를 하는데 농지 비용, 밭갈이 비용, 씨앗 대금, 퇴비 대금, 탈곡 비용 등으로 100여만 원이 들어간다. 노동력으로 퇴비 살포, 파종, 김매기, 콩베기, 탈곡, 콩 선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이외도 소소하게 들어가는 시간이 많다. 비닐을 하지 않고 농약을 치지 않으니, 날이 밝아오는 아침 6시부터 어둡기 전 8시 넘게까지 하루 14시간 동안 한여름 뜨거운 햇볕에서 풀을 매어 주어야 한다. 풀을 뽑을 때는 이렇게 해야 하는가 싶으며, 일당 노동을 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노동 시간을 하루 12시간씩 35일로 잡으면 420시간이 된다. 전해 수확량을 감안하여 시급 4000원 정도 되겠다고 과제물을 작성해서 제출했다. 2016년 법정 최저시급 6030원인데 말이다. 유기농으로 농사했다고 남들보다 두 배의 가격을 받는다고 보고 계산한 것이다. 그런데 유기 농사가 힘들다고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고, 그 가격에 팔기도 쉽지 않다. 그 콩은 아직 남아 있다. 그런데 나중에 수확해 보니 올해 가뭄으로 수확량이 지난해 반의반도 나오지 않았다. 망했다.

이런 농사를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쌀 80킬로그램 가격을 2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을 했는데, 지금 쌀값은 13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역신문인 〈해남신문〉에서 농민의 말을 전해 준다. "지난해 6600평에 농사를 지었는데 4킬로그램 420포대 정도를 수확했다"며 "재작년에는 톤백 하나에 100만 원 정도 했는데 올해는 68만 원에 팔았다". 이어 "그렇게 받은 돈을 계산해 보면 1428만 원이다"라면서 "생산비와 임대료로 3000평 당 550만 원에서 600만 원이 든 걸 빼 보면 직장인 한 달 월급도 안 된다"라고 한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니, 이제 논농사하기도 힘들게 되었다는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우리의 농업 구조가 쌀농사 위주로 되어 있는데도 쌀 자급률이 83퍼센트밖에 되지 않고, 전체 식량 자급률은 5퍼센트 미만이라는 통계다. 쌀농사까지 포기하게 되면 우리 농업은 완전히 망하게 된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먹고살까? 우리 마을의 순박한 어른들과 농사짓는 농부님들은 편안하게 먹고 살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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