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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결혼은 할 수 있는데 투표는 못하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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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결혼은 할 수 있는데 투표는 못하는 나이?

[기고] '누더기' 된 18세 선거 연령 인하...대선도, 지방선거도 투표 못한다니

지난13일 야3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원내대표들은 선거권 연령 18세 인하를 2020년 총선부터 3년 늦춰 실시하는 데 합의했다. 자유한국당은 이 타협 안에 대해서도 고교생에게 선거권을 주자는 말이냐며 펄펄 뛴다. 설령 자유한국당의 집요한 반대를 이겨내고 그대로 입법이 돼도 올해 5월 초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내년 6월 초 지방선거에서도 만18세 이상 19세 미만 60만 청소년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안 된다. 이건 우리나라 18세 청소년에 대한 모독이자 촛불 민심의 배반이며 의회정치의 역행이다.

자유한국당의 원천 봉쇄와 바른정당의 꼼수 당론으로 18세 선거권을 2020년으로 미루는 게 어쩔 수 없다고 발뺌하는 걸 보면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싶은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너무나 성의 없고 무원칙한 타협 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18살 고등학생한테 투표권을 주는 건 교육적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으며 먼저 17살에 고교를 졸업하도록 학제를 개편한 후 18살부터 선거권을 주자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이 고교생을 이유로 18세 선거권에 반대할 때 도대체 고교생이 얼마나 포함되는지 한번이라도 제대로 따져봤는지 의문이다. 2020년까지 18세 선거권 유예를 합의한 야3당 또한 투표권 확대에 얼마나 큰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조금만 따져보아도 자유한국당의 반대 논거가 얼마나 실증적 근거가 취약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18세로 선거 연령을 낮추면 막연하게 고3 학생들이 대거 선거권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구체적 현실에서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신규 유권자 중 고3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선거 일에 따라 다르지만 모든 정기 선거에서 최소 2%에서 최대 25%를 넘지 않는다.

조금 따져봐야 이 사실이 명확해진다. 우리나라 학제상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누구나 고3으로 진학한 해의 3월1일부터 다음해 2월28일 사이에 맞이하는 생일에 만18세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만18세로 선거권을 낮출 경우 투표권을 획득하는 고3 학생들의 비율은 선거일이 언제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선거일이 3월 초라면 거의 모든 고3 학생이 그때까지 18세 생일이 지나지 않기 때문에 투표권을 갖지 못한다. 선거일이 12월이나 1월이라면 거의 모든 고3 학생의 18세 생일이 지났기 때문에 대부분이 투표권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 각종 선거의 선거일은 임기 종료일을 기준으로 법에 정해져있다. 현행법상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 선거는 각각 12월 중하순, 4월 초중순, 6월 초순에 치러야한다. 보궐 선거는 일 년에 두 차례 법에 정해진 봄과 가을의 특정 시점에 치러야하지만 총선이나 대선, 지선이 잡혀있으면 그때 함께 치르게 돼있다.

그런데 금년 대선일은 탄핵 덕에 기존의 12월 중하순에서 4월 말 5월 초로 당겨질 게 틀림없다. 3월 초로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시점부터 60일 내에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차기 대선부터 대선일은 이번 대선으로 개시되는 대통령 임기 종료 시점보다 두 달 앞당긴 3월 초가 될 것이다. 만약 대선과 총선을 같은 날 치르자는 개헌파들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4월 초가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은 5월 초, 향후 대선은 3월 초(혹은 4월 초), 총선은 4월 초, 지선은 6월 초에 치르게 돼 있다.

만약 만19세에서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이 낮춰질 경우 고3학생의 선거 참여 비율이 어떻게 될지를 위의 법정 선거일에 맞춰 따져보자. 이번의 5월 초 대선에는 3월과 4월에 생일을 맞이한 고3들만 참여하게 된다. 나머지 전체 고3 학생의 12분의10 혹은 83%는 투표권이 없다. 이후부터 3월 초 대선에 참여 가능한 고3 학생은 생일이 3월 초인 극소수의 학생들, 기껏해야 2%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나머지 98%이상의 고3 학생은 18세 선거권시대에도 대통령 투표권이 없을 게 분명하다.

4월 초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의 경우에도 생일이 3월에 있거나 4월 총선거일 이전에 있는 고3 학생들만 투표권을 갖게 된다. 나머지 12분의11 혹은 고3 학생의 91%이상은 투표권이 없다. 시도지사와 시도 교육감, 광역과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뽑는 지방선거의 경우에도 3월생, 4월생, 5월생까지만 투표권을 갖게 된다. 고3 학생 중 12분의 9, 75%는 여전히 투표권에서 배제된다.

결론적으로 만 18세로 선거 연령을 낮출 경우에도 선거권을 획득하는 고등학생의 비중은 아주 낮다. 투표권의 혜택은 압도적으로 대학교 1학년 학생이나 고졸 1년차 사회인(취업생과 재수생)들에게 돌아간다. 자유당의 18세 인하 반대 논리, 즉, 고교생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는 그래서 군색하고 비현실적이며 돌파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대학생이면 몰라도 고등학생에게는 절대로 투표권을 못 주겠다는 자유한국당의 억지논리를 수수방관했다. 18세 선거권에 찬성하지만 이번 대선은 안 된다는 바른정당의 얌체 같은 입장을 수용했다. 그 결과로 2020년까지 18세 선거권을 유예해놓고 마치 진보적인 결단이라도 내린 것처럼 '자유한국당을 설득하겠다'고 나온다. 향후 개혁 입법 처리 과정의 판박이 예고편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주지하다시피 전 세계 235개 국 중 선거권 19금 법제를 채택한 나라는 열 두 나라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223개 국은 선거 연령을 18세나 그 이하로 정하고 있다. OECD 국가는 우리나라 빼고 모두 여기에 속한다. 17세나 16세로 선거 연령을 낮춘 나라들도 적지 않고 지방선거의 투표 연령은 국회의원 선거 연령과 분리해서 한 살이라도 더 낮추는 추세다. 정치 선진국에서는 특히 정당 가입 연령을 지방선거 투표 연령보다도 더 낮추고 있다. 또한 법정 투표 연령 이하의 청소년이라도 결혼을 하거나 취업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투표권을 인정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 18세 청소년에게 우리 성인들, 특히 정치권은 한없이 미안해해야 정상이다. 전세계의 18세가 다 누리는 투표권을 유독 우리나라 18살들한테는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18세 청소년들의 판단력이 다른 나라 청소년에 비해 성숙도가 떨어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만15세에 이미 전세계 최고의 학업 역량과 판단력을 자랑한다. OECD 34개 국 모두와 다른 나라들까지 70여 국가가 참여해서 매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 학력 비교 평가에서 우리나라 15세 청소년들은 시종 여일 핀란드와 함께 최고 성적을 내왔다. 이번 촛불 집회에서도 마이크를 잡은 중고생들은 시민 자유 발언 시간의 최고 스타들이었다. 판단력만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15세부터 선거권을 줘도 얼마든지 책임 있게 소화해 낼 최우수 능력자들이다.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쪽은 정치권이지 18세 청소년들이 아니다. 전세계가 다 해낸 일을 촛불 혁명의 와중에서도 우리 정치권만 못해내는 걸 보면 분명하지 않은가. 18세 청소년들한테 마냥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

우리나라 법 체계도 100% 18세 선거권을 지지한다. 현행법상 18세가 되면 결혼을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결혼 문제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능력을 인정받는 셈이다. 18세가 되면 공무원이 될 수 있다. 중대한 공무 수행을 할 수 있는 판단력도 인정받는 셈이다. 18세가 되면 군대에 가서 군사 작전에도 참여할 수 있다. 목숨을 거는 일을 결정할 판단력을 인정받는 셈이다. 18세가 되면 위험 유해 업종에 취업도 할 수 있다. 위험 유해 환경에서도 생명과 안전을 챙기며 작업할 수 있는 판단력을 인정받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 법제는 18세 시민을 모든 면에서 책임 있는 성인으로 대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우리나라 18세들이 공직 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고를 판단력만큼은 부족하다고 강짜를 부린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의 품에서 19세 선거연령법이라는 시대착오적 '떼법'을 고수하고 있다.

무조건 고등학생 신분이라 선거권 줄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 학생은 선거에 얼씬거리지 말고 대입 공부와 취업 준비에만 열중하라고 가르치지 말라. 대선과 총선, 지선은 만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고3 학생이나 대학 1학년학생, 혹은 사회 생활인의 향후 4~5년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대학 입시 제도와 대학 교육의 질, 대학 등록금액과 아르바이트 최저 시급이 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생업에 종사하는 사회인으로 감당해야 할 노동 조건과 기업 행태, 시장 질서와 경제 정책이 선거에 달려있다. 아니, 의식주와 의료, 교육, 복지 등 모든 민생 문제의 관건이 선거에서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 누구를 뽑느냐에 달려있다. 지금은 고3 학생이더라도 향후 4~5년 간의 삶을 결정짓는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선거권을 갖게 되면 공적 세계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 민주 시민 교육의 관점에서도 선거권 부여만큼 교육 효과가 큰 것이 없다.

만부득이 타협 안을 만들 때에도 이런저런 점들을 잘 살펴 어떻게든 이번 대선부터 투표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대선 주자들도 18세 투표권 등 선거법 개정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여론을 일으켜서 자유한국당이 반대 입장을 바꾸도록 한 목소리로 압박해야 한다. 18세 선거권만큼 여론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개혁 입법도 정치력을 발휘해서 해내지 못하면서 무슨 수로 더 고강도, 고난도 적폐 청산 개혁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중앙선관위도 손들어 준 19금 선거연령법 개정 작업은 정치권 개혁 의지의 리트머스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선거법 개정만큼은 여야 합의로 해온 오랜 국회 전통이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이상 선거 연령 인하의 신규 입법이 몹시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의 주장이 궤변이라도 좋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100% 인정해서 이번 대선부터 선거 연령을 만18세로 낮추되 대학생과 사회인에게만 투표권을 주자.

물론 똑같은 18세 시민인데도 유독 고교 재학생만은 투표권을 주지 말자는 내 제안은 궁여지책이지 최선책이 아니다. 그리고 올해 4월이나 5월에 18세가 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말할 수 없이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회 구도 하에서라도 18세 선거권을 이번 대선에 적용하여 시작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일단 올해 대선은 이렇게 치르고 선거 제도 전반을 개혁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둬서 본격적으로 선거 연령 문제 기타 선거법 개정 안을 만들어내게 하면 된다.

사실 지금의 만 19세 선거법아래서는 멀쩡히 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고졸 1년차 사회인이나 대학교 1학년생들도 생일이 빠른 일부(이번의 5월 초 대선의 경우 만19세 유권자의 15% 미만)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4월 초 총선에서도 대학교 1학년생이나 고졸 사회 초년생의 90% 이상은 투표권이 없고 6월 초 지선에서도 무려 75%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보궐 선거를 제외한 모든 선거일이 2/4분기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의 19금 선거권의 최대 피해자는 고등학생이 아니라 새내기 대학생들이다. 대학 학생회들에게 지금이라도 강도 높은 투쟁을 조직해줄 것을 요청한다.

오는 25일 토요 촛불 집회에서는 당연히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 촉구가 핵심이다. 그러나 18세 선거 연령 인하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2월 임시 국회의 본회의가 3월 2일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이때 19세 선거법을 고치려면 전국의 촛불 집회에서 18세 선거권 관철을 세 번째 중요한 요구로 집약해낼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야3당의 대선 주자들에게도 한목소리로 18세 선거권을 요구해서 자유당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것을 촉구한다. 자유한국당이 걱정하는 것이 고교생의 투표권 행사라면 고교생을 배제하고 18세에게 투표권을 주자고 압박함으로써 자유한국당의 입을 다물게 하자. 최소한 고교생이 아닌 대한민국의 18세 시민들에게라도 이번 대선부터 투표권을 허하라. 더 이상의 양보와 타협은 안 된다. 18세 선거권을 2020년부터 적용하겠다는 야3당의 합의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그리고 18세 선거권을 이번 대선부터 즉각 관철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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