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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주목받는 후보들에 보내는 고언과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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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덜 주목받는 후보들에 보내는 고언과 갈채

[기고] 대선판을 개혁 경쟁의 장으로 만들라

남은 시간은 길지 않지만 짧지만도 않다

우리 주변에 대선주자들의 관련기사로 넘치고 넘친다. 인지상정, 주요한 기사는 유력 주자에게 쏠리고 있다.

역사란 다수가 이끌고 가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적지 않은 경우 역사란 "명백한 지향점과 의지를 지닌 소수"가 이끌고 간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진정으로 진보하기 위해서는 "1등만 기억하는 세상", 우세한 세력과 우세한 사람의 큰 목소리만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은 세력과 목소리가 작은 소수의 의견도 충실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 싸움이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에서 시작해 끝내 역전을 이뤄냈다. 트럼프도 모든 사람들이 필패를 예측하는 가운데 승리를 거두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아주 길다고 할 수 없지만 동시에 완전히 짧은 것만도 아니다.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를 구한다면, 모두에게 마지막 승부의 기회가 올 수 있다. 모쪼록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일이다. 모두에게 무운(武運)을 빈다.

나라를 위하여 온 힘을 다 바쳐 죽을 때까지 그치지 않다


유의미한 보수 후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최소한 현 단계에서 덜 주목을 받고 있는 후보들에게 고언(苦言)과 함께 갈채를 보내는 것은 이들의 활동이 향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민주주의와 개혁의 지향점을 분명하게 아로새기고 그 내용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후발 주자들의 강렬한 개혁 주장은 결국 국면을 주자들 간의 개혁 경쟁과 선명성 경쟁의 장으로 이끌어 차기 정부가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는 누가 선출되든 공동정부 혹은 연립정부 형태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 후보들의 주요 공약과 정책이 실제 시행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삼국지의 영웅 제갈량은 "나라를 위하여 온 힘을 다 바쳐 죽을 때까지 그치지 않다(鞠躬盡瘁, 死而後已, 국궁진췌, 사이후이)"라고 하였다. 비록 지금 선두에 나서고 있지 못하고 있는 후보들 모두도 가슴에 바로 이런 정신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국면 끝까지, 아니 정치인으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이러한 정신으로 이 나라 민주주의에 기여하기를 희망하는 뜻에서 이 글을 쓰고자 한다.

이재명 : 과감한 의제 선택과 진정성으로 승부하라

이재명 후보는 '사이다 발언'과 달변으로 욱일천의 기세를 떨친 바 있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이재명 후보에게 맡겨야 다음 정권에서 개혁다운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의 개혁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

일반적으로 선거의 70%는 본인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하지 못하는 공약을 감히 낼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 할 수 있다. 다만 보다 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중적 공약 제시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사시 존치 공약 등(물론 이 문제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감대를 좁히는 행보보다 과감한 의제 선택과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예를 들어, 트럼프 미 대통령에 반감이 많은 국민 정서를 활용하면서 "나는 트럼프가 싫다!", "트럼프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는가?" 등 자주 국가로서의 슬로건을 낼 수 있다. 지금 그런 후보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그가 적격이다. 일본조차도 스스로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국가'라는 자주적인 국가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 우리는 거의 모든 후보가 한미동맹만 말하고 향후 국가 전략도 오로지 미국에게 어떻게 의존할 것인가만 말하고 있으니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성의 힘은 세다. 지금 이재명 후보에게는 너무 많은 공약과 행보보다는 선이 굵고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행보가 필요하다. 우리 시대의 아픔인 세월호 농성 현장을 자주 방문하여 세월호와 명운을 함께 하는 것도 진정성을 보여주는 좋은 방안이다.

안철수 : 뚜벅뚜벅 큰 길을 걸어라

모두 알고 있듯이, 안철수 후보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의 장본인으로서 일찍이 정치개혁의 희망을 한 몸에 모으며 일세를 풍미했다.

안철수 후보는 일반적으로 착하다는 선량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반대로 '샌님'의 이미지를 부여하거나, 최소한 리더로서의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인상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 많은 국민들은 안철수 후보가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있으며, 최소한 본인이 부정축재를 하지 않을 것이고 아랫사람의 권력남용을 알고도 묵인하지는 않을 사람이라는 믿음은 가지고 있다.

모름지기 어떤 일을 하는 데는 정점을 키우는 방법과 약점을 없애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단시간 내에 약점을 없애기란 상당히 어렵다. 약점을 고치는 것보다 장점을 보여주는 것이 빠를 수 있다. 그래서 장점을 빛내는 방법이 우선이다. 안희정 후보가 보수표를 모아 앞서간다고 조급해 해서는 안 된다. 남을 흉내 내어서는 게도 구럭도 모두 놓칠 수 있다. 그에게 가장 치명적인 공격은 '간철수'라는 비판이다. 모름지기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가야 할 일이다.

사실 그는 촛불 국면에서도 줄곧 원칙을 강조하고 올곧은 목소리를 냈다. 안타깝게도 이 사실은 널리 전달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점조차 자신의 부족에서 비롯되었다고 인정하는 데서 돌파할 방법이 찾아질 것이다.

손학규 : 안정감과 '역설적인 일관성'을 보여라


그 좋았던 이미지가 몇 달 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된 현상은 차라리 신기할 정도다. 남 탓이 아니라 바로 내 탓이라는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총리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지나간 것은 빨리 잊을 일이다. 후보란 세밀한 전술가가 아니다. 욕속부달, 과유불급. 급할수록 돌아가고, 언사를 줄이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리하여 그간의 장점이었던 안정감의 이미지를 되찾고 '저녁 있는 삶'의 여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일이다.

손학규 후보는 본인은 대단히 억울하겠지만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그런데 그가 최근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사드를 일관되게 절대 반대해왔고 개성공단은 즉각 재개되어야 한다고 하자, 보수 논객 전원책은 손학규가 이념상 철새 정치인이 아닐 수 있다고 한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역설적으로' 일관성이 있다. 김영삼의 권유로 신한국당에 입당하여 정계 진출하였지만, 그 뒤 이명박파와 박근혜파가 당의 양대 계파로 되면서 자신의 존재도 희미해지고 자기 이념과 전혀 맞지 않자 탈당하였다.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도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사드 문제가 단순한 안보측면만이 아니라 경제, 외교, 남북 교류라는 보다 높은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주장에서 그의 통찰이 보인다. 국민주권주의와 7공화국론 역시 누가 선출되든 차기 정부의 과제임에 분명하다.

심상정 : 정의당의 맞춤형 의제로 집중 투쟁하라

사실 촛불정국은 직접적으로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부터 발화되었지만, 그 근저에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특히 비정규직의 양산과 청년실업의 심화라는 객관조건을 배경으로 폭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주류 정당의 인식은 취약하다. 필연적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잘 들려오지 않는다.

정의당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비정규직 문제야말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우리 시대의 중차대한 해결 과제이고, 이 문제를 호소한다면 고통 받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비정규직들에게 뜨거운 공감대를 형성해낼 수 있다. 이는 정의당 노선에도 정확하게 부합한다.

더구나 선거 때마다 소수당을 괴롭혀왔던 단일화 양보의 비운으로부터도 마침내 이번 선거에서는 해방될 수 있다. 정의당이야말로 어떤 슬로건도 가장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는 '유리한' 위상을 갖고 있다. 또 노회찬 의원과 같이 어느 악조건에서도 '적시타'를 칠 수 있는 대단한 응원군도 동반하고 있다. 다만 심 후보에게 어느덧 3선에 수차에 걸친 당 대표 경력 등 정치원로로서 식상함을 줄 가능성은 항상 경계해야 할 점이다.

선거법 개혁은 반드시 정의당이 승부를 걸어야 할 지점이다. 집중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재벌 문제도 심상정 후보가 다른 야당보다 더욱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중심으로 이 대선국면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장차 본인만이 아니라 정의당의 위상을 한 단계 제고시켜 튼튼한 대중정당으로 발전시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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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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