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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집산 '한계가구' 급증…가계 부채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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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집산 '한계가구' 급증…가계 부채 뇌관

30대-고령층서 대출도 못 갚는 가구 급증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해 30대를 중심으로 한계가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계가구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40%를 초과한 가구를 뜻한다.

해당 조사는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가구 중 빚이 자산을 초과해 대출 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가계가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빚내서 주택을 사라는 정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집권기 대부분 유지된 주택정책기조다.

한계가구 급증...연체우려 커져

20일 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한계가구는 2015년 158만3000가구에서 지난해 181만5000가구로 14.7% 늘어났다.

한계가구는 주로 빚을 내 집을 산 하우스푸어에서 많았다. 지난해 기준 자가 거주자 중 19.0%(131만6000가구)가 한계가구였다. 이 비율은 2012년에는 14.5%(91만5000가구)였다.

주택유형별로 보면, 아파트 거주자 중 한계가구 비율은 지난해 17.0%(105만9000가구)에 달했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유형 거주 가구 중에는 16.3%(75만6000가구)가 한계가구로 분류됐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 중에서는 22.7%(88만5000가구)가 한계가구였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은 가구 중에도 13.4%(93만 가구)는 한계가구로 분류됐다.

상환 부담이 큰 원리금 동시상환 가구 중에서는 19.5%(172만2000가구)가 한계가구였으며, 이자만 상환하는 가구(거치가구) 중 한계가구 비중은 4.6%(9만3000가구)로 풀이됐다. 이는 거치가구의 거치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원리금 부담이 커짐에 따라 한계가구로 전락하는 가구가 생길 가능성이 큼을 보여준다.

▲ 한계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상가에 전세 가격표가 붙은 모습. ⓒ연합뉴스

30대에서 급증... 빚내서 빚 갚는 수준

특히 연령별로 보면, 30대 청년층에서 한계가구가 급증했다. 2012년 11.7%(28만9000가구)였던 30대 한계가구는 지난해 18.0%(36만2000가구)로 급증했다. 전 연령대에서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연령별 전체로 보면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가구에서 한계가구가 가장 많았다. 60대 이상 한계가구 비율은 2012년 16.8%(28만3000가구)에서 지난해 18.1%(38만 가구)로 늘어났다.

60대 가구와 30대 가구를 이어 40대 한계가구(16.7%)와 50대 한계가구(15.5%) 비율이 뒤따랐다.

60대와 30대 가구는 각각 은퇴자 가구, 내 집 마련 연령대 가구라는 특성을 지닌다. 주택 문제가 다른 가계 문제로 파생할 가능성이 큰 가구다.

지역별로 보면 비수도권(14.6%, 80만 가구)보다 수도권(18.9%, 101만5000가구)에 한계가구가 집중됐다. 직업별로는 무직·무급·특수고용 가구(22.7%, 29만1000가구), 종업원을 둔 고용주 가구(22.4%, 17만4000가구),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구(18.2%, 18만2000가구) 전반에서 한계가구가 늘어났다.

소득수준별로 보면 소득 1분위 가구(저소득층) 중 한계가구 비중이 2012년 19.4%에서 2016년 23.8%(24만1000가구)로, 2분위 가구는 15.9%에서 17.1%(34만6000가구)로 각각 늘어났다.

반면 상위 소득 계층인 소득 4분위 가구 중 한계가구 비중은 지난해 기준 15.8%, 5분위는 16.1%였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함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한계가구는 최근 들어 가처분소득보다 원리금상환액이 더 많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내몰리고 있다. 2012년 84.2%였던 한계가구의 DSR(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은 2016년 112.7%까지 치솟았다. 당장 처분 가능한 소득보다 갚아야 할 원리금상환액이 더 크다.

한계가구가 소비수준을 극도로 줄이거나, 빚을 갚기 위해 새로운 빚을 내거나, 보유 자산을 처분해 원리금을 상환하는 상태에 처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한계가구의 32.8%가 대출기한 내 상환이 불가능하거나, 아예 상환이 불가능한 상태에 처한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이미 한계가구의 67.7%는 지출을 줄이는 등 소비를 극도로 줄이고 있음에도 정상적인 금융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금리 3%p 오르면 한계가구 200만 넘어...이명박근혜 정책 결과?

이와 관련, 정세균 의장실은 금리가 올랐을 때 한계가구가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도 공개했다. 테스트 결과, 금리가 3%포인트 오르고 소득이 10% 감소할 경우 한계가구 수는 181만5000가구에서 214만7000가구까지 늘어났다.

특히 소득 문제로 인해 타격이 큰 저소득층과 고령층 가구에서 한계가구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나라 가계가 빚을 감당 못할 정도로 내몰린 까닭은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된 저금리 정책에서 파생된 이른바 '빚내서 집 사는' 정책 때문일 공산이 크다. 한계가구가 주택 최초 구입 연령(30대), 분양 시장이 활발했던 수도권, 대규모 분양이 이뤄지는 아파트에 집중되었다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부동산 부양 정책은 이명박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면서 본격화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방책으로 DTI, LTV 수준이 낮아지는 등 연달아 풀린 규제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지된 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인해 더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의 '연도별 분양권 전매 거래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명박 정부 3년(2010~2012년) 간 15만1227건이던 분양권 전매 거래 건수는 박근혜 정부 3년(2013~2015년) 간 34만1779건으로 폭증했다.

이 기간 전매 거래 금액은 이명박 정부 48조1747억 원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98조8038억 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늘어난 가계부채 총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말 가계부채 전망치를 최대 1540조 원으로 예상한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집권기 늘어나는 가계부채 규모는 최대 576조2056억 원에 달한다. 이는 이명박 정부 5년의 499조824억 원보다 많다. 노무현 정부 기간 순증액인 200조6822억 원의 3배에 가깝다.

빚내서 집 사는 정책은 경제통계로만 보면 내수 성장과 경제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계의 소비 수준을 극도로 위축시키는 한편 가계의 금융 위험도를 높여 경제에 큰 짐을 씌운다. 그 결과가 이번에 드러난 한계가구 급증세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뒤늦게 가계부채 문제를 늘리지 않기 위한 규제책을 폈다. 하지만 이 또한 이미 한계 상황에 내몰린 가계의 위험을 키울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결국 소득 문제, 노동 문제 등 가계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근본적 상환 여력을 높이는 한편, 관련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의장실은 공공근로사업을 확대하고, 사회복지서비스업을 확충하는 등 저소득 가계를 대상으로 일자리 정책을 키우고,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가구를 위해 서민금융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보유 고령층을 대상으로는 역모기지를 활성화해 가구주가 집을 당장 잃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금융기업의 적정 대출 유도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부동산 부양 정책 부작용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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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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