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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로빌' 공동체 이야기 아비람 로진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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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인터뷰] '오로빌' 공동체 이야기 아비람 로진에게 듣는다

[인터뷰] 자연 살리는 대안공동체, 우리도 가능할까

피로 사회를 강요하는 도시의 경쟁 체제를 떠나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은퇴자의 이야기로만 여겨지던 귀촌이 어느새 젊은이들에게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법한 삶의 방식으로 거론된다. 제주도의 농촌 마을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적잖은 시대다.

그러나 자칫 이 움직임은 도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경쟁의 삶을 내려놓음이 도피가 아니라 대안으로 불리려면 명확한 목적의식과 새로운 삶의 자세가 분명해야 할 것이다. 이는 혼자 힘으로는 쉽게 달성할 수 없다. 대안이 반드시 공동체와 연결되는 까닭이리라.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이다. 여행에 관심 있는 이나 대안적 삶에 관심 있는 이라면 동남아시아의 어느 작은 마을에 세계의 젊은이들이 몰려든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대안 공동체가 인도의 오로빌(Auroville)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2500여 명의 대형 공동체 도시로 성장한 오로빌은 일찌감치 유네스코가 꾸준한 지지를 보낸 생태 친화적 공동체다. 인도 정부는 오로빌을 특별자치구역으로 지정해 이들의 대안 정신에 힘을 보탰다. (☞ 관련 기사 : 현실 너머의 세계를 만들다…오로빌의 실험)

오로빌은 산하에 여러 자치 공동체를 두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사다나 포레스트(Sadhana Forest)'의 창설자 아비람 로진(Aviram Rozin)이 17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스라엘의 잘 나가던 심리학자인 아비람은 오로빌에서 새로운 삶을 그리기로 결심하고, 2003년 지금의 사다나 포레스트 공동체를 설립했다. 사다나(Sadhana)는 산스크리트어로 '수행'이라는 뜻이다.

사다나 포레스트는 오로빌의 자치 공동체 중에서도 상당히 급진적인 정신을 공유한다. 환경 보호를 위해 물은 최소한으로 사용하며, 자연을 파괴하는 전력 생산을 거부하고 태양광 등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모든 노동과 워크숍을 공동체 단위로 행하며, 완전 채식을 추구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는 사막의 녹지화다. 실제 이들은 사막이나 다름없었던 거주지를 거대한 녹지로 바꿔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다나 포레스트는 이제 아이티와 케냐에까지 공동체를 확장했다. 그곳에서도 이들은 황폐화한 지역을 푸른 녹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17일 레이첼 카슨홀에서 열리는 특별 강연을 앞두고 <프레시안>은 황대권 생명평화마을 대표와 함께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아비람의 사다나 포레스트 정신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아비람은 22일에는 순천 시민협력센터에서, 24일에는 경주 카페 정키스에서 특별 강연한다.

▲ 아비람 로진 사다나 포레스트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지구를 다시 푸른 숲으로

황대권 :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아비람 : 나는 숲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나무를 심으면서 자비를 찾고, 완전 채식을 하며 자비를 찾는다. 많은 사람을 우리 공동체가 만든 숲에 초청해 자비를 찾고, 그들이 숲에서 자비를 구하게끔 돕는다.

황대권 : 한국을 방문한 이유가 있나?

아비람 : 사다나 포레스트 설립 초기부터 항상 한국인이 우리 공동체를 찾아와 자원봉사를 하고 가곤 했다. 우리는 항상 한국과 소통해 왔다. 그들이 언젠가 한국으로 와서 사다나 포레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이번에 여러분이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한국을 찾았다.

황대권 : 사다나 포레스트의 공동체적 가치는 무엇인가?

아비람 : 우리는 지구에 최소한의 피해를 끼치며 살아가기를 꿈꾼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우리는 움집을 지어 생활한다. 움집은 지역의 자연에서 구한 재료로 지었다. 전류 역시 태양이나 사람의 동력을 이용해서 얻는다. 많은 이가 이런 생활을 통해 자신이 지구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개체임을 느끼기를 바란다.

또 하나 우리가 추구하는 건 비폭력 정신과 모든 이를 사랑하는 정신이다. 사다나 포레스트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이웃으로 포용한다. 사다나 포레스트에는 버림받은 동물을 돌볼 수 있는 작은 센터도 만들었다.

우리는 어떤 생명이건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그들의 능력을 따지지 않는다.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세계의 많은 이가 우리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거나, 일정 기간 머물며 자원봉사를 실행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나무 심기를 실천한다. 사막화되어가는 지구를 신선한 공기를 내뿜은 거대한 푸른 숲으로 만들자는 게 우리의 꿈이다.

인도를 넘어서는 사다나 포레스트

황대권 : 사다나 포레스트는 이제 오로빌을 넘어 아이티와 케냐에도 공동체를 구성했다. 왜 다른 나라에까지 공동체를 퍼뜨렸나?

아비람 : 우리 공동체는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오로빌의 가르침을 세계 각지에 알리고 싶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사막화를 고민한다. 우리는 그 중 가장 우선적으로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사다나 포레스트를 만들고자 했다.

황대권 : 아이티나 케냐 사회는 인도와 다르다. 사다나 포레스트가 정착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아비람 : 아이티에서는 초기에 매우 힘들었다. 아이티는 과거 식민지 사회였다. 그 때문인지 외부인인 우리에게 예민하게 반응했다. 아이티 사회가 초기에 우리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 번은 누군가 제게 "여러 노예를 거느리고 있군요"라고 말하는 일도 있었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시간이 지나 아이티에는 자원봉사 개념이 없음을 알았다. 아이티 사람 대부분이 과거 노예무역으로 인해 끌려온 아프리카의 후예다. 그들에게 노동이란 피고용되거나 노예가 되는 것뿐이었다.

지금은 아이티도 사다나 포레스트를 받아들였다. 사다나 포레스트는 여태 아이티에 8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7000명의 현지인에게 파마컬처(Permaculture, 1974년 호주에서 고안된 대안 농업. 농업을 도시, 사람, 생태에 걸쳐 전체를 포괄하는 디자인의 한 방법으로 인식하는 환경 친화적 농법.) 교육을 시행했다.

케냐에서도 초기에는 지역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간의 경험 덕분에 지금은 어려움을 딛고 잘 정착했다.

▲ 인도 사다나 포레스트. 사막을 녹지로 만든 사람들은 태양열로 전기를 만들고, 움집을 지어 자연과 함께 생활한다. ⓒhttp://sadhanaforest.org

한국에도 사다나 포레스트를

황대권 : 사다나 포레스트의 전파를 요청하는 나라가 많나?

아비람 : 우리 공동체를 찾은 많은 이가 자기 나라에도 사다나 포레스트 공동체가 와주길 바란다. 세계 각국에서 요청이 들어온다.

황대권 : 한국은 중국의 사막화로 인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몽골과 중국의 내몽골자치구에 나무를 심는 자원봉사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요즘 늘어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오로빌 방식'이 한국에서도 통할까?

아비람 : 물론이다. 이미 세 곳의 사다나 포레스트는 자치권을 가진 마을로 성장했다. 나는 더 많은 사람이 우리 마을에 정착하는 걸 넘어,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우리가 가르치고 공유한 아이디어가 세계 곳곳으로 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다나 포레스트가 생긴다면 많은 이의 흥미를 끌 것이고, 그 결과 많은 이가 자연에 더 큰 관심을 쏟을 것이다. 한국의 환경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황대권 : 한국이 환경 문제로 고통 받지만, 한국은 아이티나 케냐처럼 숲이 대량 파괴된 나라가 아니다. 더구나 대부분 숲은 국가나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다. 자치권을 가진 친환경적 공동체가 한국에 정착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아비람 : 개인 소유의 숲이 있지 않나? 공동체가 그곳에 나무를 심으면, 그것이 곧 사다나 포레스트다. 큰 땅이 필요하지도 않다. 자기 소유의 농토를 가진 이가 토착성 식물을 잘 기르고, 이런 생각을 가진 이가 여럿 모인다면 그것이 곧 사다나 포레스트다.

황대권 : <아나스타시아>(한병석 옮김, 한글샘 펴냄)를 쓴 러시아 작가 블라지미르 메그레는 "개별 가정이 1000평 정도의 자기 땅을 소유하고, 그 땅에 나무를 심으면 세상은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가원(家園) 운동이다. 개인이 주도하는 친환경 운동이다.

반면 사다나 포레스트는 공동체의 힘을 강조한다. 현실적으로 나라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이 둘이 공존하는 운동이 나타난다면 큰 효과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콜롬비아의 생태 공동체 가비오타스(Gaviotas)가 30년 가까이 노력한 끝에, 불모지가 된 아마존 지류 2만5000헥타르를 거대한 열대우림으로 되살렸다. 놀라운 업적이었지만, 다른 나라에 전파되지 못했다. 가비오타스는 공동체가 소유한 땅에만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아비람 : 사다나 포레스트의 방식이 바로 당신이 말한 바다. 우리는 사유지에 나무를 심는다. 우리는 아이티에서도 전부 사유지에 나무를 심었다. 그 지역에서 자라는 토종 나무를 심었고, 그 중에서도 과실수를 주로 심어 지역민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일상과 타협하지 마라

황대권 : 이번 한국 방문에서 특별히 한국인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나?

아비람 : 공동체에 관한 관심을 되살려 달라고 부탁한다. 이를 위해 사다나 포레스트를 한 번쯤 방문하는 것도 권한다.

다만, 숲을 되살리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케냐를 방문한 후, 사다나 포레스트를 시작하기까지 3년을 보냈다. 그 지역의 자연 습성을 이해하고, 그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을 이해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한다면 한국에도 사다나 포레스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황대권 : 오로빌을 방문한 후, 사다나 포레스트 공동체를 설립하기까지 했다. 오로빌 방문 전부터 숲 되살리기에 관심을 가졌나?

아비람 : 그렇지는 않다. 나는 오로빌을 좋아했기에 오로빌 공동체에 합류했을 뿐이다. 오로빌에 합류한 후, 내가 할 일을 찾았다.

황대권 : 잘 나가는 심리학자, 의사로서 지내다가 삶의 방식을 바꿨다. 왜 그런 결심을 했나?

아비람 : 나와 내 아내는 삶에 더 깊은 의미를 찾기 위해 여행을 하곤 했다. 인도와 태국, 네팔 등지를 돌아다녔다. 언젠가 우리 부부는 네팔의 한 외진 마을에 두 달 반가량 정착했다. 그 때가 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여태 내가 중요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실은 중요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새로운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내 생활 전반에 영혼을 담아 생활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명상하는 이의 진실한 마음을 일상에 담고 싶다.

황대권 : 노동이 명상이 되는 건 최고의 이상향이다.

아비람 : 나는 영혼을 담는 순간과 일상을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한 경쟁 체제를 살아가는) 비즈니스맨이라면, 때로 백퍼센트 정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 후 명상의 시간을, 혹은 종교적 시간을 가진다손 치더라도 이는 의미 없다.

많은 이가 정신적 삶과 일상을 완전히 분리한다. 그들은 종종 절이나 교회에 들러 일상의 용서를 구하지만, 정작 그들의 마음이 복잡한 이유는 일상 때문이다.

이상적인 삶은 일상에서 내내 자비를 베푸는 삶이다. 삶이 곧 명상이 된다면, 굳이 명상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없다. (아비람은 종교인이 아니다. 오로빌은 기존 종교의 초월을 추구하는 단체다.)

황대권 : 많은 한국인이 당신과 대화할 기회를 얻기 바란다.

아비람 : 고맙다.


▲ 2005년 사막화되었던 사다나 포레스트의 정착지(사진 위 붉은 테두리 부분)는 2012년(사진 아래 붉은 테두리 부분) 녹지로 변했다. ⓒhttp://sadhanafores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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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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