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서민을 내 세우면서 재래시장과 어린이집 등을 방문하고, '워킹 맘'과 타운미팅을 갖는 등 표면적이나마 '소통의 행보'를 걸었던 이 대통령은, '집권 2년차 구상'의 핵심인 미디어법 처리를 직권상정이라는 초강수를 통해 관철시켰다.
'중도 강화론'과 쟁점법안 '강행처리'의 어색한 동거
미디어법은 반대론이 찬성론을 현격히 압도할 만큼 국민적 논란이 거셌던 법안이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60.8%, 찬성이 33.2%였다.
여야 합의없이 직권상정을 통해 강행처리하는 경우에는 찬반론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경향도 보였다. 한나라당의 자체 여론조사에서조차 반대(45.9%) 여론이 찬성(40.4%) 여론을 앞설 정도였다.
쟁점법안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 대통령 특유의 독선적 국정운영 기조가 다시한번 확인됐다는 평가다.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
청와대는 국회에서 미디어법 강행처리가 이뤄진 22일 오후까지도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등 '표정관리'에 애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환호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여당에서는 도저히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민주당과 정상적인 합의처리가 가능했다면 직권상정까지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행처리 시점을 본격적인 휴가철 직전으로 잡은 것도 절묘하다는 시각도 있다. 장외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는 야당과 시민사회 진영이 동력을 집중시키기 쉽지 않은 시점이라는 게 고려되지 않았겠냐는 것.
전날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의 노고가 컸다. 장관을 비롯해 모두 휴가를 다녀오도록 했으면 한다"고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 역시 조만간 휴가를 갖고 하반기 정국구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디어법 강행처리→개각→8.15…예정된 쇄신으로 '물타기'?
청와대의 이같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미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내던졌다.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예고한 민주당은 이미 총파업에 돌입한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와 연계해 이를 아예 '정권 퇴진운동'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같은 후폭풍을 '관리'하기 위한 청와대의 향후 시나리오는 '예고된 쇄신'으로 모아진다.
이미 마련돼 있는 시간표대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의 개편을 단행하는 것으로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한편 이후 8.15 경축사를 통해 모종의 '국민통합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여권 쇄신을 마무리한다는 게 예상되는 청와대의 시나리오다.
인적 쇄신은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장 등 '투톱'이 모두 바뀌는, 중폭 이상의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8.15 기념사를 통해 내놓을 '국민통합 방안'의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 내용은 철저하게 '보안사항'이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행정구역 개편 등 굵직한 이슈를 통해 이 대통령이 자신이 언급한 바 있는 '근원적 처방'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색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파격적인 수준의 '대북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쇄신효과, 반감될 수밖에"…"장기적으론 통치기반 자체가 위험"
관건은 효과다. 이같은 시나리오 자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제기됐던 '여권 쇄신' 요구와 미디어법 강행처리와 관련한 정치적 비난을 무마하기 위한 '물타기'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정치컨설팅 업체 '포스커뮤니케이션'의 이경헌 대표는 "미디어법 강행처리로 이 대통령이 내 놓을 '쇄신카드'의 기대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고, 이미 반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MB입법의 마지막 이슈이자 최대 쟁점이었던 미디어법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이 대통령으로서는 하반기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아예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강행처리라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반대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이같은 '마이 웨이' 기조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통치의 기반을 와해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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