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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가난한 이들을 사지로 내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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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가난한 이들을 사지로 내몰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송파 세 모녀 이후 3년, 제자리 걸음 기초생활보장제도

지난 10일 국회에서는 '송파 세 모녀' 3주기를 맞아 '복지 사각지대 당사자 증언 대회'가 열렸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 40여 개 복지 시민단체가 모인 빈곤사회연대가 주관한 행사이다. 이날 증언 대회에는 생활이 어려운데도 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당사자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을 비롯한 여러 국회의원들, 많은 취재진이 몰려 아직도 송파 세 모녀 죽음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는 걸 보여 주었다.

3년 전 송파 세 모녀는 한 달 치 월세, 공과금과 함께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유서에 두 번이나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송파 세 모녀를 죽음으로 몬 기초 생활 보장 제도의 허점이 부각되었다. 이후 정부는 2015년 '국민 기초 생활 보장법'을 개정했고,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은 없을 거라며 이를 '세 모녀 법'이라고까지 불렀다.

'세 모녀법'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

하지만 개정한 법으로도 송파 세 모녀는 구할 수 없었다는 게 이날 사람들의 증언이었다. 생활고로 인한 죽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2015년 7월부터 시행한 세 모녀 법은 지난 2000년 기초 생활 보장 제도를 도입한 이래 가장 큰 변화였다. 이른바 '맞춤형 개별 급여'로 수급자 선정 기준을 다층화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로 불리던 기존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개정되었다. 또한 부양 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고 '상대 빈곤선'을 도입해 최저 생계비를 현실화하려고 했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오랫동안 빈곤 문제를 제기해 온 복지 단체들의 요구와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실상은 부양 의무자의 '소득 기준'을 일부 완화한 것에 그쳤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보장 수준은 여전히 궁핍하다.

▲ 송파 세 모녀가 남긴 유서. ⓒ서울지방경찰청

2016년 5월 기준, 전체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 수는 167만 명으로 개편 전보다 35만 명이 늘어났다. 하지만 수급자 선정 기준이 가장 큰 폭으로 완화되고 보장 부담이 낮은 교육 급여 신규 수급자 수가 24만 400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의료 급여 수급자 증가는 11만 명에 불과하고, 생계 급여 수급자는 개편 전과 비슷하다. 수급자 비율은 전체 국민의 3.2%로 지난 2010년 수준을 간신히 회복한 정도다. 이는 절대 빈곤율 8.6%(가처분 소득 기준)나 상대 빈곤율 16%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어 최소한 400만 명 이상의 빈곤층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절대 빈곤율 8.6%이나 수급자 비율은 3.2%

보장 수준 역시 문제다. 최저 생계비를 현실화하겠다고 했지만, 1인 가구 기준 최대 생계 급여는 월 43만 7454원으로 기존과 비슷하다. 국회 증언 대회에 참석한 홀로 사는 노인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돼지처럼 집에서 밥만 먹고 살라는 말"이라며 한탄했다. 또 대도시 등의 실제 시장 임대료를 반영하지 못하는 주거 급여는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별 도움이 안 되는' 정도다. 월 5만 원 이하 주거 급여를 받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22%이고, 1만 원 미만을 받는 가구도 7.5%에 달한다.

▲ 지난 10일 송파 세 모녀 3주기를 맞아 국회에서 연 '복지 사각지대 당사자 증언대회'에서 생활이 어려운데도 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이상호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이날 증언대회에는 사각지대 당사자들의 비참한 증언이 쏟아졌다. 부양 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하거나 수급비가 깎이는 사례는 여전했다. 주소지가 없다는 이유로 수급 신청조차 할 수 없었고, 6개월 이상 노숙을 했다는 이유로 '긴급복지 지원 제도'마저 외면했다. 또 어떤 이는 사업 실패로 고시원에 혼자 사는데 복지 혜택은 고사하고 오랜 기간 밀린 국민건강보험료 때문에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복지는 내게 그림의 떡이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노인 빈곤을 해소하겠다며 도입한 기초연금은 기초 생활 수급 노인에게 커다란 배신감마저 들게 했다. 국민의 복지 열망을 안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모든 어르신들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이달에 줬다가 이를 소득으로 간주해 다음 달 생계비에서 다시 빼앗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 수급자 노인은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냐?"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더 까다로워진 신청 절차

이렇게 세 모녀법은 부양 의무자 기준과 낮은 보장 수준 등 기존의 해묵은 문제와 함께 새로운 문제마저 야기하고 있다. 7가지 급여로 쪼개면서 이를 다루는 주무 부서도 제각각이어서 수급 신청과 심사 절차가 더욱 복잡하고 까다로워졌다. 신청 이후에는 동주민센터의 초기 조사에 이어 구청과 LH공사의 방문 조사, 국민연금 공단으로 이관된 근로 능력 평가까지 받아야 한다.

실제 수급 신청자 중 까다로운 국민연금 공단으로부터 '근로 능력 있음' 판정을 받는 비율은 개편 전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 수급자를 벗어나도 소득 수준이 낮을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지급하던 '이행 급여'나 자활 사업에 참여하는 조건부 수급자에게 지급하던 '자활 장려금'은 시행령 수준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가 수급을 신청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사진은 2015년 7월부터 적용된 기초 생활 보장 제도의 업무 처리 프로세스. ⓒ보건복지부

박근혜 정부의 두 얼굴

한편 현행 기초 생활 보장 제도에서는 간신히 수급자가 되어도 늘 불안하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제1호 과제로 '부정 수급자 색출'을 꼽았다. '부정 수급 통합 콜센터'를 운영하며 이른바 '복지 경찰'을 동원해 마치 범죄자처럼 부정 수급자를 찾기에 더 바빴다. 이완구 전 총리는 '복지 재정을 3조 원 절감하자'며 '수급자를 더욱 매섭게 관리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심지어 지난 해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지자체에서 틈새를 메우던 작은 복지들마저 모두 없애라고 권고했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두 얼굴'이었다. 겉으로는 세 모녀 법을 만들었다며 자랑하기에 바빴지만, 이마저도 알맹이가 없는 '앙꼬 없는 찐빵'인 게 드러났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가난한 이들을 더욱 옥죄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복지국가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부터 챙겨야

기초 생활 보장 제도는 복지국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사회 안전망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는 누구나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의료비는 감당하기에 버겁다. 노후를 위한 공적 연금의 사각지대도 너무나 크다. 언제든지 빈곤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러한 위기에 처해도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또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지자는 게 바로 기초 생활 보장 제도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부터 튼튼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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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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