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북한 정권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김정은 정권의 잔학성과 반인륜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북한 체제 비난과 안보 위기론에 초점을 맞췄다.
황 대행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이번 사건이 심히 중대하다는 인식 하에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추가 도발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며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파악할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 당국과도 계속 긴밀히 협력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또한 "군은 확고한 한미연합방위체제 하에서 더욱 강화된 대북 대응태세를 유지해주기 바란다"며 "정부 각 부처도 긴밀하게 상호 협력하면서 맡은 바 업무에 만전을 기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정치권에서도 정말 안보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안보에 관한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고 지원해주기 바란다"며 "한 틈의 안보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법안 추진과 정책 협의 과정을 통해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정부의 조치들을 신뢰하고 협력해주기 바란다"며 "불필요한 또는 과도한 불안함이 조성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에 협조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 일각서도 "사이코패스 김정은, 무슨 짓 할지 몰라"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안보 불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안보위기론에 초점을 뒀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김정은이 체제 유지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기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면서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안보 태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긴급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정은식 공포 정치의 실상이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결코 감상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엄중한 상황을 일깨웠다"며 "정보 당국은 북한의 불안정성과 위험성이 증폭된 만큼 북한 동정을 잘 챙기고 필요한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김정남 피살 사건을 계기로 한 발 더 나아가 사드 확대 배치까지 주장했다. 그는 "사드 조기 배치는 물론 수도권 방어를 위한 추가 배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웃나라가 반대한다고 늦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야권에선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체제를 비난하는 주장과 정부 당국의 차분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엇갈리는 가운데, 국민의당 일각에선 사드 배치 찬성론이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정보 당국은 신속하게 사건 전모를 밝혀 국민에게 낱낱히 알리고, 한반도 평화에 미칠 관계를 분석해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이 써왔던 공포 정치의 일환이라면 1인 통치 강화보다는 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추측이나 확대 해석보다, 지금은 차분하게 말레이시아 정부가 통보해 오는 결과를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국민의당도 정부와 함께 대책을 강구하는 데 여야를 초월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말레이시아는 남북의 대사관이 주재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상당한 기관들이 주재하고 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하루 속히 이런 내용(조사 결과 등)을 우리 정부에 통보해 주고, 정부도 그 사실을 국민에게 소상히 발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미국의 변화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김정남이 김정은에 의해 살해됐다고 하면 공포정치가 계속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공포정치는 그만큼 김정은 체제가 불안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해석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정은의 사이코패스적 성향에 비춰봤을 때 국제사회의 핵 제재가 시작된다면 무슨 짓을 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저희가 이렇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할 명분은 많이 약해졌다고 생각한다"고 국민의당의 기존 입장에 반대되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미사일(IRBM) 발사 등 상황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당론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사드 관련 (반대) 당론을 재논의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상무위원 회의에서 "황교안 권한 대행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보 태세를 강화하되, 불필요한 긴장이 확대되거나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하고, 정치권과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가서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남북 관계 긴장을 강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각 당에서 독침이 미사일이 되어서 날아올 것이라거나 국회 상임위 국방위원장이 사드의 추가 배치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기를 하는 등 대단히 위험한 언행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정확한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이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고 또 만일의 사태에 더 잘 대비하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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