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대통령의 '천성관 대응법'을 두고 "국정기조가 바뀌었다", "국정기조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정운영 스타일만은 바뀌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제왕적 국정운영이 더 강화될 위험이 크다.
MB책임이 가장 큰 이유
▲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프레시안 |
따가운 눈총 속에서 도덕성 문제로 낙마했던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자신의 장학재단 '청계' 이사로 앉힌 이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한나라당 내에서 '천성관 불가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진수희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의 스타일이 많이 변했다는 것으로 느끼고 앞으로 여권 전반과 국정운영에 있어 많은 변화를 예고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오히려 상황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이지만 기대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흠결에도 불구하고 천 후보자를 발탁해 사태를 지금에 이르게 한 주역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천 후보자는 검찰 조직이 키워서 후보군으로 밀어올린 사람이 아니다. 울산대 총장을 지낸 정정길 대통령 실장과 인연이 있긴 하지만, 여권의 어느 세력이 조직적으로 후원한 흔적도 엿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비선라인' 천거설이 유력하다.
'비선라인'이 천 후보자를 추천했고 이 대통령이 즉각 그 카드를 집어들었다면 이번 사태의 책임은 오롯이 이 대통령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 비선라인에 대한 신뢰를 거두건 질타하건 그것은 이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기준 사태' 때 노무현 대통령은…
천성관 후보자에 비견되는 노무현 정부 때의 사건은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가 취임 3일 만에 낙마한 일이다. 이 때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준 후속조치는 참고할 만하다.
청와대 수석급 인사들이 모두 사표를 써서 신임을 물었고 "검증과정에 하자가 많았다"고 자책한 박정규 당시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의 사표도 수리됐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서 "최종적인 판단을 제가 했기 때문에 제가 책임을 져야 되는데 저는 징계절차도 없고 참 난감하다. 제 잘못이다"면서 민정, 인사수석의 사표수리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뜻으로 한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 일을 계기로 별도의 청문절차가 없었던 장관급 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청와대의 제안으로 도입됐다. 그럼에도 한나라당과 언론은 당시 "왜 (이해찬) 총리나 비서실장의 책임은 안 묻나. 대통령이 말로만 사고하면 다냐"라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천성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정동기 민정수석이 일단 사표를 제출했으나 이명박 청와대는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 언론은 또 그 대응을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볼 일이다.
대통령은 부끄러움이 없다?
이 대통령의 일성이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중요하다"라는 것은 향후 국정운영의 기조도 '이명박 무치(無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오래 전부터 여권 내 강경파들 사이에선 지난 해 촛불집회에 대한 대처를 두고 "조금만 더 버텼으면 됐는데 괜히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해서 밀리고 말았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런 기류는 청와대에도 영향을 적잖은 미쳤다.
용산 참사 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이 대통령은 고개 한 번 숙이지 않았다. 다른 언행으로 여론이 악화되면 가끔 "오해다"는 해명이 뒤따를 뿐이다. '임금은 무치(無恥)라 고개를 숙이면 그날로 권위를 상실한다'는 제왕적 사고방식이 천 후보자 처리과정에서도 재연되는 분위기다.
재래시장을 찾아간들, 사재를 털어 장학재단을 만든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강조한들,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본질'은 달라질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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