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급한 전화 업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의 상황이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이라 불리던 곳에 들어갔다. 곧이어 '문고리 3인방' 중 한명인 안 전 비서관이 따라 들어갔다. 최순실이 추천한 헬스트레이너 출신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증언이다. 관저 집무실이라 불리는 곳에 들어가기 위해, 안 전 비서관은 윤 행정관의 사무실을 지나쳐 갔다고 한다. 윤 행정관의 증언이다.
"(머문 시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집무실 안에 좀 있었던 것 같다."
안봉근과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안 전 비서관은 그러나 끝내 진실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14일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안 전 비서관이 불출석했다.
안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등 여러 비위를 돕거나 묵인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출석을 담보하기로 해 지난달 5일과 19일에 이어 세 번째 증인신문 날짜를 잡았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안봉근 전 비서관의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앞으로 안 전 비서관을 증인으로 소환하지 않겠다는 것. 앞서 이 권한대행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추가 소환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전 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 중에서도 '돌쇠'로 불렸던 인물이다. 그는 경찰 인사에 개입하고 국정원으로부터 직보를 받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세'로 통했다. 또한, 최순실 씨를 청와대에 프리패스하도록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은 구속된 정호성과 '3단 합체로봇'으로서 정호성보다 죄가 결코 가볍다 볼 수 없다"고 했었다.
안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출석을 요구했던 증인이었다. 안 전 비서관을 통해 그간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안 전 비서관을 출석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안 전 비서관이 '연락 두절'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자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안 전 비서관과 연락이 닿는 상황"이라며 "2월 14일 새 기일을 잡아주면 출석시키겠다"고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비서관은 지난달 5일과 19일에 이어, 이날도 불출석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이 한 말은 결국 허언이 됐다.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일부러 '허언'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세 차례에 걸친 안 전 비서관의 불출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안 전 비서관이 감춰야 할 무엇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진실'을 밝히길 거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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