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미래를 이야기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미래를 이야기하다

[김상균 교수의 ‘대학의 미래-교육혁신에서 길을 찾다’]

이번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미래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지난번에 이어 미국 버지니아텍의 송기봉 박사와 나눈 대담의 내용을 소개한다.

송기봉 박사(이하 ‘송): 예로 들어준 스타퀘스쳔 기법이나 보드게임 만들기는 다양한 교과목에 적용이 가능해보인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적용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학문 분야는 없다고 보는가?

김상균 교수(이하 ‘김’):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정확하게는 본인의 학문 분야를 얘기하고, ‘내 분야는 게이미피케이션이 안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교수들이 많다. 내가 아는 사례들도 제한적이지만, 공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인문학, 의생명 등 각 분야마다 좋은 사례들은 분명히 있다. 그런 사례들을 살펴보면, 적용이 불가능한 학문 분야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 다양한 학문 분야마다 좋은 사례들이 있다고 했는데, 그만큼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인가?

: 국가나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확산이 빠른 편이지만, 국내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꽤 더딘 편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고 개인적인 경험을 놓고 보면, 국내의 각 대학별로는 적게라도 게이미피케이션을 교육에 접목하는 교수가 한 학교에 10명이 넘지 않는 듯하다.

: 국내 대학에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확산이 더딘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 몇 가지 이유를 얘기할 수 있는데, 혁신의 수용을 꺼려하는 교육현장의 문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혁신자, 초기 수용자(얼리어답터), 전기 다수 수용자 등의 순서를 밟게 된다. 전기 다수 수용자까지 전파되어야 확산이 급속도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 교육 현장에는 혁신자와 초기 수용자가 적은 편이다. 통계적으로 이 둘의 비율이 전체 집단에서 16%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우리 교육현장에는 이보다 훨씬 낮은 비율의 혁신자와 초기 수용자들이 있다.

: Rogers의 확산 모델을 얘기하는 듯한데, 교육현장의 혁신과 어떻게 관련되는가?

▲Rogers의 확산 모델.

: 새로운 교육기법이 퍼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새로운 교육기법을 무조건 시도해보는 혁신자들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새로운 교육기법을 이용해 급진적인 변화를 꿈꾸는 초기 수용자들이 있어야 하고, 이들의 성공사례를 믿고 따라오는 집단이며 점진적인 교육 변화를 추구하는 조기 다수 수용자가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상황을 놓고 보면, 급진적인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집단인 초기 수용자 집단의 비율이 매우 낮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아닌 다른 교육혁신 기법의 전파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일예로, 플립러닝(Filpped Learning)을 생각해보자. 플립러닝이 교육현장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게이미피케이션 보다 더 오래되었다. 현상황은 어떠한가? 플립러닝을 안 한다고 얘기하는 대학은 거의 없지만, 플립러닝을 많이 하는 대학도 없다. 전기 다수 집단이 혁신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16%의 집단(혁신자, 초기 수용자)이 그 앞에 존재해야 하는데, 우리 대학들 중에서 16%, 대략 1/6이상 플립러닝을 시행하는 대학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즉, 교과목 6개 중 하나는 플립러닝으로 운영되는 상황이 되어야 전파 속도가 빨라지는데, 아직 한참 부족하다.

: 게이미피케이션을 포함해서, 새로운 교육혁신 기법의 전파 속도가 느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대학 내의 보수적 문화가 그 원인이다. 새로운 시도 자체를 잘 용납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실패한 경우 엄청난 비난을 쏟아내는 게 우리 대학의 모습이다. 지금 하는 얘기와 약간 벗어난 면이 있으나, 나는 이 부분이 매우 이상하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해라, 혁신가가 되어라, 창의적으로 행동하라고 등을 떠밀면서, 정작 대학의 교육 시스템 자체는 새로운 시도, 혁신, 창의와 거리가 멀다.

: 국내 대학에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의 확산이 더딘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인프라에 제한이 많다. 대학의 강의실은 대부분 주입식 교육을 위한 구조이다. 강의실 면적의 70~80%는 칠판을 바라보고 배치된 책상들로 가득하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이용한 교육은 여럿이 어울려서 함께 실습하고, 관찰하며,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주입식 교육을 위한 강의실에서는 이런 진행이 어렵다. 교수가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동선도 안 나오는 강의실이 대부분이다. 대학이 가진 제도상의 제약도 많다. 학점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A학점, B학점 등에 대한 배분 비율을 강제로 조정하는 대학들이 많다. 즉, 강제적으로 상대평가를 하고, 일부 학생은 반드시 C~F학점을 받도록 되어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한 교육의 지향점과 차이가 크다.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은 상대적인 경쟁보다는 함께 협력하며 성장하고, 모두가 승리자가 되도록 이끄는 데 목적을 두는데, 현재의 학점 배분 정책은 이러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2시간 이상 연강을 못하는 구조도 아쉽다. 게이미피케이션의 배경을 설명하고, 게임을 셋팅한 후에 플레이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디브리핑(Debriefing)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기에 2시간은 부족하다. 때에 따라서는 4~6시간의 연강도 허용이 되어야 한다. 수강생의 수에도 문제가 있다. 대학들은 교육 원가를 낮추기 위해 소규모 강의보다는 대단위 강의를 교수들에게 권장한다. 교수 한 명이 100~200명의 학생을 앉혀놓고 주입식 강의를 하는 게 가장 원가가 낮기 때문이다. 대학 재정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교육의 질 측면에서는 고민이 된다. 한 명의 교수가 조교의 도움 없이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적정 규모는 20~30명 수준이다. 실제 내가 만난 교수들 중에서 수업 인원이 너무 많아서, 주입식 이외의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분들이 많았다.

▲대학 강의실의 모습.

: 그 외에 또 어떤 이유가 있을까?

김: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는데, 배움의 질과 양 간의 밸런싱에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한 학기동안 최대한 많은 양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교재로 보면, 100~200페이지만 가지고 수업하기 보다는 500페이지, 심지어 한 학기에 1,000페이지의 진도를 나가고 싶어 한다. 나가야 될 진도가 너무 많다보니, 게이미피케이션이나 다른 교육혁신 기법의 적용을 아예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이용해 수업을 하면, 정해진 시간 내에 소화가 가능한 진도는 대략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게임 준비, 플레이, 관찰, 토론 등에 들어가는 시간 때문이다.

▲천페이지 분량의 대학교 교재.

: 배우는 텍스트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적잖은 문제인 듯한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빠르게 진도를 나가서 학생들에게 500페이지의 텍스트를 전달했다고 가정하자. 학생들이 500페이지 중에서 어느 정도를 소화하고, 기억했다가 나중에 사용할 것으로 기대하는가? 대학 교육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20%미만이라고 한다. 즉, 어떤 교과목에서 한 학기에 500페이지의 내용을 배워도, 학생들이 나중에 기억하고, 사용하는 지식의 양은 100페이지가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비율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이용해서, 한 학기에 250페이지만 가르치고, 그 중에서 60%를 학생들이 기억하고 사용하도록 바꾸자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남는 지식이 100페이지에서 150페이지로 증가하고, 배움의 과정은 고통에서 재미로 바뀐다. 정말 즐겁고 효율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 혁신의 수용을 주저하는 문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제약, 양 위주의 지식전달, 이렇게 세 가지 측면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는데, 반대로 대학에서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촉진하는 면은 없는가? 예를 들어, 혹시 국내에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을 지원하는 부서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은 없는가?

: 내가 알기로는 그런 부서나 별도의 인력이 있는 대학은 없다. 대부분의 대학에 교수학습개발원 또는 교수학습개발센터 등이 있는데, 그러한 기관에 소속된 담당자들 중에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은 적잖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특강이나 미니워크샵 정도의 프로그램을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는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 교수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부서, 앞서 김교수가 언급한 교수학습개발원과 비슷한 기관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일예로, 버지니아텍에서는 TLOS (Technology-enhanced Learning and Online Strategies)라는 부서가 교수들의 교육 콘텐츠를 게이미피케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TLOS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콘텐츠들은 학생들이 갖고 있는 학습에 대한 두려움을 낮춰주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이끄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버지니아텍 TLOS 홈페이지.

: 국내 대학에도 장기적으로는 그런 기관이나 인력들이 생기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얘기한 세 가지 측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혁신의 수용을 주저하는 문화를 타파해야 하고, 대학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선해야 하며, 양이 아닌 질 위주의 교육으로 지향점을 바꿔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