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 "유엔 제재안 때문에 당장 재가동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안 전 대표는 9일 서울 미림여자정보과학고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일이 개성공단 폐쇄 1주년인데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안 전 대표는 "유엔 제재안을 보면, 대가를 지불하는 방법에서 현금을 지불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고, 출입 물품에 대한 여러 구체적 제재안이 있다"며 "우리나라가 그 제재안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도 제재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은 대화를 병행하면서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질 때 종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우리가 원하는 조건으로 대화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기에서 모든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이어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언급한 '유엔 제재안'은 안보리 결의 2321호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이 북한 내에 둔 금융기관 지점 폐쇄를 의무화하고, 북한에 지급되는 이른바 '벌크 캐시(bulk cash, 대량 현금)'가 북핵·미사일 개발에 전용(轉用)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이같은 입장은,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내세우는 박근혜 정부 통일부의 변명을 좀 더 강하게 되풀이한 것이다.
통일부는 지난 7일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논의되려면 북핵 관련 상황에 진전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며 "개성공단의 임금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단을 재개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익명의 당국자 브리핑을 통해 밝혔었다. (☞관련 기사 : 통일부 "정권 바뀌어도 개성공단 재개 어렵다")
즉 통일부는 개성공단 노동자에게 지불되는 임금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 또는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정도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밝힌 반면, 안 전 대표는 이날 발언에서 '결의안 위반'이라는 인식을 좀더 명확히 밝힌 셈이다.
그러나 야권이나 진보 진영 학자들은 개성공단 임금이 북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됐다는 구체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박근혜 정부의 조처는 잘못이라고 비판해 왔다. 또한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에도 이미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대량 현금 대북 이전' 관련 조항을 담고 있었다. 개성공단 폐쇄의 이유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무관한 박근혜 정부의 자체적 결정이었다는 뜻이다.
결국 안 전 대표는, 통일부가 개성공단 재개가 불가한 이유로 내세운 유엔 안보리 결의안 핑계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입장을 밝힌 셈이 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일체의 교류를 봉쇄할 것인가? 그것은 어리석은 방향"이라며 "인도적 지원과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를 재개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통해 경제 협력의 틀도 서서히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도 "조속한 공단 재가동"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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