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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서민 대통령', 속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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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서민 대통령', 속으로는?

"서민행보 기대 안해" 55%…서민정책도 포장지만 바꿔 재탕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서민'과 '민생'을 언급하지 않는 날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서민'을 외치는 이 대통령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커지는 형국이다.

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최근 재래시장 방문 등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에 대해 55%는 "기대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대된다"는 반응은 36.7%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7.9%였다.

시큰둥한 여론에는 이유가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이문동의 한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를 나눈 장면이 YTN <돌발영상>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상인들은 인근 대형마트로 인해 재래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들을 호소했지만, 이 대통령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잠시 수긍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던 이 대통령은 갑자기 "뻥튀기를 사서 나눠줘야겠다"고 말을 돌리는가 하면, 장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몇몇 상인들에게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만 남기고 뒤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대형마트보다 여기가 물건값이 더 쌀 것 아니냐"는 맥락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한 "농가하고 직거래를 해보라"는 자신의 주문에 한 상인이 "(장사가 안 돼) 물량소비를 못 한다"고 하소연하자 이 대통령은 "그렇겠네. 마트 때문에 문제가 되니 큰 일"이라고 맞장구를 치쳤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후 이어진 상인들과의 오찬 자리에서는 또 다시 '인터넷 직거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물량소비가 안 된다"는 한 상인의 답은 이미 이 대통령의 머리 속에서는 잊혀진 것처럼 보였다.

이 대통령은 "농촌에는 인터넷이 다 들어와 있다. 인터넷으로 직거래를 하면 직원도 별로 필요 없다"며 "그런데 여러분은 그렇게 하지 않고 가까운 데에서 (물건을) 떼다 팔려고 한다"고 문제의 원인을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돌리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이날 "마트를 못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법률적으로 안 된다. 정부가 그렇게 해도, 재판하면 정부가 패소한다"며 오히려 대형 유통업체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서민들의 민생을 돌보겠다고 찾아간 재래시장에서 이 대통령은 상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고통에 동문서답하거나 재래시장 몰락의 원인인 대형마트 문제에 나 몰라라 한 격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내가 옛날 재래시장에서 노점상 할 때는 (높은 사람을) 만나서 하소연할 길도 없었는데 지금은 (나를 만나) 이렇게 얘기할 데가 있다. 좋아졌잖아 세상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 지난 달 25일 재래시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상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대안은 '인터넷 직거래'였다. ⓒ청와대

재탕·삼탕 서민정책…"이미지와 말장난으로 서민 우롱"

이 대통령의 서민 행보에 발맞춰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서민 대책도 알맹이보다는 페인트칠에 치중한 모양새다.

정부는 30일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슬로건과 함께 일련의 서민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나와 있는 정책들의 재탕이어서 실효성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체 26개 세부대책 가운데 보육 전자바우처 제도, 긴급복지대상 확대, 저소득층 노후주택 급수관 개량사업 등 18개 대책은 이미 발표된 사업이다. 일부 사업은 현재 시행 중에 있다. 특히 보육·교육, 의료복지, 여성 등 3개 분야 13개 세부대책은 모두가 '재탕'이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정부의 서민대책 예산은 이미 반영됐거나, 상반기 추경예산으로 확정된 내용들"이라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호도하는 또 하나의 거짓된 이미지 정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육비 추가지원액(8508억 원)의 경우 일반회계 예산으로 확정됐고, 서민들에 대한 대출지원 확대(5700억 원), 긴급복지 대상 확대(1018억 원)를 위한 예산 역시 이미 추경예산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정부는 이번 발표를 서민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로 포장하고 있지만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유통기한이 지난 폐품 꾸러미에 다름 아니다"라면서 "포장지만 바꾼다고 해서 새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연출된 이미지 정치와 몇 마디 말장난으로 서민을 우롱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정부는 주류세, 담배세 등 간접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결국은 서민증세를 통해 부자감세를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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