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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배상받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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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배상받는 방법은?

[작은책] '보관하지 않은 물건은 책임지지 않습니다'의 법적 효력

신발이 없어졌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는데 철수 씨의 신발이 사라진 것입니다. 주인에게 신발값을 물어내라고 따졌더니 주인은 신발장 위에 써 붙인 공고문을 가리킵니다.

"신발은 신발장에 넣어 주시고, 고가의 신발은 비닐 봉투에 넣어서 직접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분실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 - 상법 제152조(공중접객업자의 책임)"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철수 씨는 식당 주인에게 잃어버린 신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일까요?

ⓒ이동수

공중접객업자의 책임


식당은 공중접객업의 일종입니다. 우리 상법은 극장, 여관, 음식점, 기타 다수의 일반 대중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시설을 가지고 영업을 하는 상인을 공중접객업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중접객업은 다수의 일반 공중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영업이기 때문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공안상, 위생관리상의 목적에서 감독과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공중위생법, 공연법 등의 단속법규를 만들어 규율하고 있습니다. 상법에서는 손님이 휴대하는 물건이 도난, 분실된 경우에 공중접객업자가 어떠한 책임을 지는가에 관해 고객으로부터 물건을 맡은 경우와 맡지 않은 경우, 고가물(高價物)의 경우로 나누어 공중접객업자의 책임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임치한 경우

공중접객업자는 고객이 자기 또는 그 사용인에게 물건을 임치했을 경우(맡겨뒀을 경우), 그 물건이 멸실 또는 훼손되면 물건의 보관에 관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손님에게 배상해야 합니다(상법 제152조 제1항). 위 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손님과 주인이 임치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임치계약은 그것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법원은 여관 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나서 자동차 열쇠를 카운터(계산대)에 맡기면, 자동차에 관한 임치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식당 주인이 입구에 신발장을 마련해 두었고 손님이 이 신발장에 신발을 보관했다면 묵시적인 임치계약의 체결과 임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식당 주인은 자신이 신발 보관에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은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임치계약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합니다.

물건을 임치하지 않은 경우

공중접객업자는 고객으로부터 임치받지 않은 경우에도 그 시설 내에 휴대한 물건이 자기 또는 그 사용인의 과실로 인하여 멸실 또는 훼손되었을 때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상법 제152조 제2항). 즉, 여관에 도둑이 들어 손님이 스스로 보관하고 있던 물건을 훔쳐 갔을 경우, 손님이 여관 주인이나 그 가족, 종업원들이 절도를 막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여관 주인은 손님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치를 했을 경우에는 공중접객업자가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입증 책임이 공중접객업자 자신에게 있고, 임치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공중접객업자가 주의를 게을리했다는 사실의 입증 책임이 손님에게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보관하지 않은 물건은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공고문의 법적 효력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보관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도 공중접객업자는 자신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면 책임지고 손님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이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상법 제152조 제3항은 "고객의 휴대물에 대하여 책임이 없음을 알린 경우에도 공중접객업자는 제1항과 제2항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목욕탕이나 음식점에 붙어 있는 상법 제152조는 업주에게 원칙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것을 규정한 조항이지, 업주에게 책임이 없다는 규정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규정을 마치 업주의 책임이 없다는 규정으로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고가물에 대한 책임
ⓒ이동수

한편 상법은 화폐, 유가증권, 그 밖의 고가물에 대하여는 고객이 그 종류와 가액을 명시하여 임치하지 아니하면 공중접객업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상법 제153조). 그런데 법원은 목욕탕에서 손님이 고액의 돈의 액수를 명시하여 임치하지 않고 그저 옷장에 보관했다가 도난당한 사건에서 목욕탕 주인과 그 종업원들이 텔레비전을 보느라 도둑이 옷장을 훼손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도난당한 돈의 40퍼센트 정도를 손님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습니다. 상법이 아니라 민법의 사용자 책임 규정을 근거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공중접객업자들에게 다소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분실한 물건에 대해 배상받는 방법은?

업주와 손님이 원만히 합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리되지 않을 경우 물건이 훼손되거나 멸실된 손님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청구를 하는 방법이고, 하나는 민사소송입니다. 비용과 절차가 간명한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절차를 신청하고 이를 통해서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공중접객업소에 갈 경우 고가품은 가지고 가지 않고,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손해를 방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요.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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