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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기고] 반기문 이후③ 호남의 시민사회 성장이 진보와 민주주의를 키운다

우리 사회의 소외 세력이지만 언제나 진보와 민주주의를 선택해온 호남

호남은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단면이자 이 땅의 지배구조 역사에서 분할통치의 피해자로서 기득권 세력에 소외된 세력의 상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은 우리 근현대 정치사에서 언제나 민주주의와 진보를 선택하고 실천해왔다.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 야당 후보는 그 민주주의와 진보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호남은 어떻게 권리를 찾을 수 있는가?


모두가 알다시피, 현재 대권주자들 대부분은 영남 출신이다. 또 권력 실세였던 김기춘과 우병우는 물론이고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과 구속된 유명 소설가 이인화 교수도 모두 영남 출신이다. 야당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의 잘 나가는 비례대표도 영남 출신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영남과 호남의 관계는 비유하자면 거대자본과 자영업자 간의 관계와 똑같은 것이다. 이들 간에 아무리 공정한 경쟁을 하라고 해도 "이미 기울어도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부익부 빈익빈의 비극은 더욱 심화되고, 해결할 길은 없다.

행정부 중앙 부처에서 이제 호남 출신이 과장급까지도 씨가 마를 지경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필자가 직장에서 받은 명절 선물은 몇 년째 줄곧 영남산 과일이고, 지인이 보낸 '김영란법'에 맞춘 조그만 선물 역시 영남 쪽 상품이다. 모든 게 대부분 이렇게 연결되어 강화되고 확대 재생산된다. 주위에 쓸 만한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끌어주고, 부동산이며 고위 벼슬자리 등 알짜배기 정보를 교환하며 "우리가 남이가!" 정신으로 뭉친 인적 정보 네트워크가 철저하게 작동된다.

유행에 민감한 어떤 영남 출신 논객은 피해자의 시각을 중시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지만, 호남 문제에서만은 한사코 피해자로서의 호남의 시각을 부정한다.

최근 일부 대권주자가 주장하는 이른바 대연정 논리도 기실 호남을 배제하는 지역연합의 논리이고, 영남 기득권에 대한 아첨이자 투항이다.

지역안배의 '탕평책' 조항, 기본권으로 헌법에 규정되어야


이제 지역 차별이라는 문제는 단순한 차별 억제 등의 소극적이고 수동적 차원이 아니라 이제 국민의 기본적 권리 실현이라는 적극적 차원에서 주장되어야 한다.

독일기본법(헌법)은 "연방의 최고 정부기관(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각 주 출신들이 적절한 비율로 채용되어야 한다(제36조)."라는 '탕평책'의 명문 조항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이를테면 법관 임명에서도 출신지역의 적절한 안배를 항상 고려한다.

우리도 이와 같이 지역 차별 금지 및 지역균형의 원칙이 기본권의 차원에서 존중되고 헌법에도 명문화해야 한다.

오늘의 난맥상은 기본적으로 제도권 야당의 '갑질'로 초래되었다

예전 평민당 시절부터 민주당을 거쳐 지금의 국민의당까지 모든 호남 지역의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대부분 토호나 보수주의의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5.18 관련 단체 역시 패권주의와 심지어 보수와 전혀 다름이 없는 부정부패 현상으로 물의가 빚어지고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쓸 만한 인물은 없고,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관계들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이뤄지는 일이 없다.

이는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DJ 평민당 시기부터 오늘의 국민의당에 이르기까지 "제도권 야당의 갑질" 요인으로 초래된 현상이기도 하다. 제도권 야당은 자기들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사람만 영입하고 자리를 보장하면서 반면 자신들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철저히 배제하고 보복하는 전략으로 일관하였다.

사실 이는 전국적으로 민주운동 진영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작동하였고, 운동 진영 역시 이러한 요인으로 분열과 좌절을 거듭해왔다. 이런 의미에서 호남과 운동 진영은 일종의 운명공동체였다. 호남과 운동 진영은 이렇게 수십 년을 지나면서 지리멸렬, 희망은 도무지 보이지 않고 다만 반목과 무력감만이 자욱해졌다.

배반의 정치

돌이켜 보면, 총선 뒤 호남의 맹주로 부상한 국민의당은 총선 뒤 "호남 딱지 떼는 일"에만 전전긍긍한 셈이었다. 마땅히 기득권만 지키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호남의 상처를 개선하며 참된 민주주의를 반영하고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

사실 야당의 이러한 행태는 민주당 역시 동일했다. 왜 자신들이 호남에서 버림 받았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근본적 성찰과 변화도 없이 선거철이 되자 또 다시 이번만 봐 달라 하며 손을 내밀고 있을 뿐이다.

호남은 그들에게 단지 선거 때만 필요한 '앵벌이'였을 뿐이고, 이 '배반의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호남, 시민 사회의 성장을 중심 과제로 삼아야

그러나 세상만사, 모름지기 남 탓을 하지 않고 먼저 나 자신의 성찰과 반성으로 시작하는 것이 옳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언제나 올바른 길이고,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호남 문제의 해결은 호남 바로 내가 해낸다는 자주적이며 주체적인 기본 정신으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더 이상 중앙 정당의 좋은 사람(후보)을 밀어줘서 호남의 한을 풀어보자는 환상은 버리는 것이 좋다. 그러한 대리통치 혹은 위임통치는 언제나 자괴감만 남겼다.

이제 사고의 중심을 호남의 자주적인 시민 사회 성장과 발전에 둬야 한다. 언제나 이 땅의 민주주의와 진보를 여는 선구자이고 실천자였던 호남은 이제 자주적이고 주체적 역량에 의거하여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에서 스스로 민주주의 조례를 제정하고 모든 지역 권력이 시민과 주민으로부터 나오는 시민 주권, 주민 주권의 민주주의를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출발점은 당장 이번 대선 국면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호남은 각 지역별로,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전체 대표자회의를 선출하여 시민 대표자회의를 구성하고 박지원 및 유력 주자들과 담판하라. 그들에게 지난 총선 민의와 촛불 민의를 받들어 호남 지역차별에 대한 개선과 정당한 대우 방안을 마련하고 차기정부가 민주개혁을 충실하게 실천할 것을 강력하고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각 지역과 각 단체의 특성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각 시민 대표를 선출하는 것 자체가 큰 진전이다. 이 과정은 지혜가 필요하고 용기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명망가를 배제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명망가 중심으로만 구성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현재의 촛불집회 주최 측이 임시로 산모 역할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호남인들이 열망하는 '호남의 인물'도 이러한 실천으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전두환 치하의 암흑기에 감옥에서 옥사한 박관현 전남대 학생회장은 참으로 아까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광주 호남의 토양이 너무도 양호하기 때문에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좋은 인물들이 배출되리라 기대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호남의 시민 지도부는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으며, 호남지역의 자주적 민주주의도 성취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과 경험, 그 성과는 이 나라의 진정한 민주주의의 선도적인 토대로 역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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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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