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안희정 지사의 상승세가 무섭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4%대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5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15%대로 진입했다. 안 지사가 충청 지역과 보수층의 지지율을 흡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안희정 캠프 관계자는 "현장을 다녀봐도 자신은 보수이지만 대선에서 안희정을 찍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보다 '확장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관련 기사 : 황교안, 지지율은 16% '불출마 요구'는 69%)
실제로 지난 5일 치러진 국민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가 호감도에서 1위를, 비호감도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안 지사의 호감도(55.4%)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51.8%)를 처음으로 넘어섰고, 비호감도(37.6%)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46.9%)를 이겼다. 안 지사가 여야, 진보 보수를 넘나드는 전 진영, 전 세대에서 상대적으로 두루 호감을 얻은 셈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도 '안정감' 중시
비결이 뭘까? 안희정 지사 측의 설명은 이렇다. "다른 후보들처럼 거창한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원칙과 소신만 얘기한다."
안 지사가 지금까지 비판한 사람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딱 두 명이다. 그는 이 둘을 '철새 정치인'으로 빗대면서 민주당 조직에 헌신한 자신과 대비했다. 안 지사는 자신의 매력으로 내세운 '당을 옮기지 않은 진중함'을 '정치 신뢰 회복'하는 길과 연결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옹호하면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의 호감을 얻는 전략을 썼다. (☞관련 기사 : 안희정 "손학규 선배, 정치 은퇴해주십시오", 안희정, 반기문에 "정치판 기웃거리지 마시라")
경제적인 메시지는 좀더 모호하다. "박정희식 경제 개입 극복", "정치의 과잉 개입 극복"을 주장한다.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다른 후보들의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서 "일자리는 국가가 아니라 시장이 자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분히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듯하지만, 안 지사는 "경제 민주화는 해야 한다"고 한다. 또 "정부가 노동 시장에서 배제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본적인 복지 제도는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안 지사는 출마 선언문에서도 "공짜 밥",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써서 비판받은 바 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안 지사는 100% 진보도 100% 보수도 없다는 점에서 '(진보적인 정책과 보수적인 정책을 섞은) 칵테일 경제 정책'을 쓰는 것 같다"고 보면서도 "안 지사가 야권 지지자나 언론으로부터 신뢰를 강하게 받는 것 같다. '복지 포퓰리즘' 같은 말을 반기문 전 총장이 했다면 반응이 어땠겠나"라고 말했다.
안희정의 역전 드라마 가능할까?
정치적, 경제적으로도 안희정의 키워드는 '안정감'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신드롬'과 '안철수 현상'을 이어받겠다던 그의 역전 드라마는 이뤄질 수 있을까?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와 더모아는 역설적이게도 안 지사의 강점인 '안정감'이 당내 경선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02년 노무현 바람은 '노사모'라는 강력한 민주당 지지층을 구심점으로 했다면, 안 지사의 강점인 '느슨한 확장성'은 안 지사의 팬들을 당내 경선 투표장으로 이끌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도 "대연정 논란 등을 보면 안희정 지사는 누구랑 싸우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본선으로 가기 전에 민주당 내에서 경선 후보로서 정체성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본선이라면 전략적인 우클릭이 가능하겠지만, 당내 경선에서 민주당 지지자들, 광장에 나왔던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안 지사를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흥행 카드로 기대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안희정 지사는 그동안 문재인 전 대표의 보완재로 인식되다가, 최근 국면에서 대체제로 탈피했다. 친노 적자 경쟁에서 '친노 표'가 안 지사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지지율이 15%인데 18%가 유지되면 폭발력이 세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촛불 국면에서 지지율 18%에 이르렀다가 지지율 관리에 실패했는데, 지지율 18%를 경선 때까지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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