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처음으로 '수사 기간 연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검의 수사 기간이 3월말까지로 연장되면, 3월 중순께로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특검이 직접 박 대통령을 기소할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야당은 황 대행이 특검의 요청을 거부하더라도 특검법 개정을 통해 수사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두 방안 모두 '황교안 거부권'이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박근혜 뇌물죄' 키를 쥔 황교안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6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14가지(범죄 혐의)의 수사 상황이 아직 조금 부족한 상태"라며 "현 상황에서 말씀드린다면, 수사 기간 연장 승인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제정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의 1차 수사 기한은 이번달 28일까지다.
이 법률 9조 3항은 "제9조 제2항의 기간(특검이 임명된 날부터 20일의 준비 기간과 70일의 수사 기간)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통령에게 그 사유를 보고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정하여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즉 박영수 특검이 권한정지 중인 박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황교안 대행에게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하고, 황 대행이 이를 승인할 경우 특검 수사 기한은 3월 30일까지가 된다.
이는 단순히 수사 기간이 시간적으로 30일 늘어난다는 것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서 "3월 13일까지는 최종 결정이 선고돼야 한다"(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약 특검 수사가 2월 28일에 종료된다면, 특검은 헌법상 불소추특권 조항에 따라 '현직 대통령'인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기소를 할 수 없게 된다. 특검 수사 종료 후에 탄핵심판이 인용되더라도, '전직 대통령'이 될 박 대통령에 대한 기소 여부는 황 대행과 이창재 법무장관 권한대행(법무차관)의 지휘를 받는 검찰이 결정하게 된다.
검찰이 기소와 공소유지를 맡게 될 경우, 특검 수사의 핵심인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을 구속 기소하면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던 검찰이 입장을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따라서 특검이 뇌물죄를 포함해 박 대통령의 모든 혐의를 법원에 기소하고 필요에 따라 체포·구속영장까지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려면 황 대행의 기간 연장 승인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가능하다.
이같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듯 황 대행 측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검의)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황 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민주 "법 개정해 특검 수사 최장 150일로"…황교안이 거부하면?
황교안 대행이 특검 기한 연장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한 카드로 거론되어 온 것이 특검법 개정이다. 그간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주장해온 야당은, 이날 황 대행의 승인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박근혜-최순실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같은 당 의원 62명이 연서한 특검법 개정안은, 기존 법 9조 2항의 수사기간 '70일'을 '120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특검의 1차 수사 기간은 4월 19일까지가 되고, 1회(30일) 연장될 경우 최장 5월 19일까지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은 야권에서는 공통적으로 주장해온 내용인 만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은 이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은 반드시 연장되어야 한다"며 "특검의 30일 연장에 대해서 황교안 대행께서 지금부터 검토해 달라"고 했다. 국민의당에서도 손금주 최고위원이 같은 날 "2월 국회에서 박영수 특검법 연장, 선거연령 18세 하향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각종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안에 대해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아직 (당 원내지도부에서) 공식 논의를 해 보지는 않았다"면서도 "우리 당이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새누리당을 잘 설득해서, 합의될 수 있도록 얘기해 보려고 한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당은 다음날인 7일 의원총회에서 이 법안에 대해 논의를 한 후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에 임할 예정이라고 장정숙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야당 간 공조로 '특검 기간 연장법'을 밀어붙일 경우 또 한 번 맞닥뜨릴 장벽은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정당의 입장과 황교안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될 전망이다.
우선 바른정당은 '박주민 안'에 대해 부정적인 첫 반응을 보였다. 바른정당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해당 법률안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도부와 의논해 봐야 한다"고 즉답을 미루면서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현행 법에 (수사 기간을) 30일 더 연장할 수 있게 돼 있는데, 그런 노력을 해 보지도 않고 갑자기 법을 새로 고치자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너무 비논리적이고, 법 개정을 너무 쉽게 아는 것 같다"고 부정적 태도를 시사했다.
만약 바른정당이 '박주민 안'에 반대 입장을 채택할 경우, 민주당(121석)·국민의당(38석)·정의당(6석) 등 야3당이 과반 의석수를 바탕으로 해당 법률안 통과를 밀어붙이더라도 황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재의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야3당은 바른정당(32석)의 동참 없이는 재의 요건인 2/3 선을 넘길 수 없기 때문. 헌법 53조는 "(가결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으로부터)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정하고 있다.
또 본회의 의결까지 가기도 전에 해당 상임위(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당시 여당이 증인 채택을 막는 데 동원했던 '안건조정위원회' 제도(국회법 제57조의2)가 또다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다만 특정 안건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기 위해서는 해당 상임위원 1/3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 국회 법사위원은 현재 17명이고, 정당별 구성은 새누리당 3명, 바른정당 3명, 여당 성향 무소속 1명, 더불어민주당 7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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