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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퇴진' 주장보다 대안경쟁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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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퇴진' 주장보다 대안경쟁이 더 중요"

[인터뷰] 심상정 "절차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는 동시 과제"

"동시에 이행해야 할 과제다."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는 단언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겹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원상복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심 전 대표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단계적으로 사고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심 전 대표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와 별개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다는 사고가 더이상의 민주주의가 없어도 경제발전과 민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명박 정권을 배태했다"고 지적했다.

심 전 대표는 "삶에 대한 요구,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와 일반민주주의를 결합시켜놓을 때 다수 서민들이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나서고 이른바 일반민주주의를 유지, 확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프레시안
심 전 대표는 "가난한 자,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민주주의라야 우리 모두가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결합시켜야 지금과 같은 민주주의 전밭의 역진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개혁과 진보세력이 일단 대동단결해서 '반MB 전선'을 강화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되찾아놓고 다시 경쟁을 하든지 말든지 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반대 논리를 분명히 세운 것이다.

또한 심 전 대표는 "반MB 전선 속에서만 변별점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정권에 누가 더 세게 반대하냐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심 전 대표는 민주노동당에서 채택된 이명박 정부 퇴진론에 대해서도 "퇴진을 주장하는 것과 실제로 퇴진 시키는 것은 차이가 있지 않냐"며 우회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대안경쟁을 통해 이명박 정부보다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실질적 퇴진운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정치 속에서 반MB연합 전선이 큰 동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며 "향후 선거에서 중요한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등과 선거연합에 대해 "반MB 전선 뿐 아니라 현안에 대한 정책적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안과 국면에 따라 결정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10월 재보선 출마설, 내년 6월 경기도지사 출마설 등에 대해선 "우리 당이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면서도 "당 안팎의 재판이나 구도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고 말을 아꼈다. 주체적으로 국면을 전개해나가기 쉽지 않은 진보신당 입장의 처지를 드러낸 셈이다.

최근 3주 동안 북유럽 3개국의 교육, 성평등, 노동정치 상황을 살펴보고 돌아온 심 전 대표는 "당분간은 나는 2선에서 준비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지 않겠냐"면서 "당장은 25일 교육개혁 토론회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난 23일 오후 국회 진보신당 의정지원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절차적인 것과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분리하는 사고가 MB정권 탄생시켰다"

▲ 심 전 대표는 최근 북유럽 3개국을 다녀왔다ⓒ프레시안

프레시안: 북유럽에 다녀온 지 한 열흘 쯤 지났나.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심상정: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 봉하에 다녀와서 그 다음날 나갔다가 14일에 귀국했다. 어려운 시기에 밖에 있다보니 여기저기서 고생하신 분들 송구스럽기도 했다. 화물연대 박종태 전 지부장 장례식에 갔고, 쌍용 사태가 어려워서 그 쪽 현장도 다녀오고 용산에도 다녀왔는데 어젠 신부님들도 많이 맞으셨더라. 나가 있으면서도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밖에 전교조 지부 강연도 다녀왔고 25일 열릴 예정인 교육토론회 발제문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냐 아니냐'로 의제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일반 민주주의 혹은 절차적 민주주의는 퇴행할 수 없다는 인식이 이른바 진보개혁 진영에 팽배했었다. 결과적으로 놓고 볼 때, 틀린 판단이었을까?

심상정: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것이 국민의 일상적 삶과 무관하게 발전하고 무관하게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성찰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공고해지고 있었지만 시장만능경제로 민생은 더 어려워진 면이 있다.

민생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절차적 민주주의는 독립적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은, 민주주의가 없어도 민생도 해결하고 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와) 따로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이 이명박 정권을 불러 온 것이라고 본다.

북유럽에 가보니 우파정당들도 감히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꿈도 못 꾼다. 바로 도태된다. 그 쪽 국민들은 그 민주주의가 복지와 한몸이라는 인식, 민주주의가 후퇴하면 결국 내 삶이 후퇴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복지와 내 삶을 지키기 위해선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분리될 수 있다는 사고가 있었고 결국 그런 생각이 MB를 선택했고, 그 선택이 일반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프레시안: 심상정 대선 캠프의 슬로건이 '가난한 자를 위한 민주주의'였다. 그런데 요즘은 가난한 자 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더 높은 듯 보인다. 검찰의 PD수첩 작가 이메일 공개가 대표적 예 아닌가. 이런 국면에서 진보정치는 어떤 변별점을 가질 수 있을까?

심상정: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는 민중민주주의라는 말이다. 다수 서민들의 삶을 지키는 민주주의라는 의미다. 앞서 이야기와 연결되는데 민주주의가 유지 발전되는 것은 사회경제적 문제와 연결시켜 이 땅의 다수 서민들이 그 민주주의 수호자로 나설 때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학문적 분석틀로는 나뉠지 모르지만 현실의 상황에서는 분리되지 않는다.

언론탄압, 개인정보 유출, 사법부의 정치적 종속 같은 행태들을 극복하기 위해선 언론자유와 사법부 독립이 우리네 삶과 공동체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에 대한 반대전선을 강력하게 확대하면서도 쌍용 자동차 문제, 노동자 서민의 삶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이 두 싸움을 결합시킴으로써 MB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을 만들 수 있다.

"진보정치, 반대를 넘어 대안경쟁에 승부를 걸어야"

▲ 이날 인터뷰에서는 반대라는 단어보다는 대안이라는 단어에 힘이 실리는 느낌이었다ⓒ프레시안
프레시안: 그런데 요즘 민주당을 봐도, 전술적 판단도 있겠지만, 사회경제적 현안에 대해서도 '세게' 나선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는 FTA문제가 일정한 변별력을 가졌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일부 개혁 세력도 결합했고 지금은 '반 MB'말고 뭐가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가?

심상정: 반MB 전선을 확대 강화하는 것은 중요하고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그 전선과 대안정당으로 전망을 열어가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할 조건에 처해 있다. 진보정당이 반MB 전선에서의 차별성만으로 변별력을 갖겠다는 생각은 소수자로 전락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대안경쟁에서 차별성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반대나 비판 자체가 대안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MB반대가 높아질 수록 박근혜가 수혜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이야기까지 하는데….

군사독재 시절에는 비판과 반대 자체가 변별력을 가질 수 있지만 이제는 그 전선을 넘어서는 대안적 전망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도전이자 과제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 다른 말로 하면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작동될 때 가장 강력해질 수 있다. 우물을 깊이 파서 퍼올려야 많은 물을 퍼올릴 수 있는 이치다.

프레시안: 저상버스 도입 시 '어린이와 노인, 임산부가 안전하면 우리 모두가 가장 안전하다'는 슬로건이 있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심상정: 그렇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민주주의가 작동할 때 그 민주주의는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강력해진다. 그것이 진보의 민주주의를 다른 것으로부터 구별해준다.

"분명히, 동시이행의 과제다"

프레시안: 최근 노회찬 대표가 "근원적 처방을 하지 못하면 남은 것은 대통령을 바꾸는 것 뿐"이라고 말했고 민노당은 정책당대회에서 아예 이명박 정권 퇴진을 결의했다. 현 정권의 실정이 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당성 자체를 뒤집을 정도라고 판단하나?

심상정: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의 폭주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다는 걸 대변한것 아닌가 생각한다. 헌법 정신에도 저항권이 있는데,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기본권 보장체계를 위협하거나 침해하는 공권력에 대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대응수단이 없을 때 국민이 주권자로서 공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비상수단이라는 의미다.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행위가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개선이 불가능한 비상상황이라고 인식하지 않나. 그런데 중요한 것은 반대하는 것, 퇴진을 요구하는 것과 퇴진시키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퇴진시키는 것은 MB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신뢰감 있는 대안세력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되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대안적 전망과 신뢰를 만들어내는 것, 그럼으로써 이명박 정권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합법적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을 퇴진 시키는 것은 그 이상의 국민적 의지가 작동될 때 가능한 것 아니겠나. 그리고 정치는 대안을 만들어내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프레시안: 민노당은 최근 정책당대회에서 한국사회에 대해 "현상적으로는 중위의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를 보이고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민족분단국가'로서 '예속적 천민적 자본주의 사회구성'을 이루고 있다"고 규정하며 "민주노동당은 민중의 '저항권'과 '선거투쟁'을 올바르게 결합해서 집권한다"고 말했다. 사회구성체에 대한 인식을 밝힌 것인데. 본인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심상정: 사회구성체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어서 낯선 느낌이다. (웃음) 요즘엔 사회성격 규명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 않나 싶다. 전통적 맑스레닌주의에 입각한 틀보다는 현재 우리 국민들이 폭넓게 고감하고 있는 사회 성격을 잘 분석해서 대안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공감하는 사회성격은 토건형 신자유주의 사회, 시장만능주의의 극단적 경쟁사회 아닌가 싶다. 극단적 경쟁과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는, 투기경제로 연결되는 토건형 국가의 고통을 집약하고 그것을 토대로 비전과 전략을 구체화시키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이번에 북유럽에 다녀왔는데, 물론 북유럽이나 다른 시스템에 대한 천착과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그에 대한 소개가 부족한 것이 문제는 아니지 않나? 알면서도 '거긴 우리하고 달라'로 치부해버리는 것, 이 간극을 어떻게 좁혀야 하나. 이른바 절차적 민주주의 과제를 우회하지 않고 도달이 가능할까? 역시 동시에 이행할 문제라고 보나?

심상정: 그렇다. 동시이행의 과제다. 핀란드의 교육개혁이 가능했던 것도, 지난 20년 동안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큰 틀의 변화가 없었던 배경은 국민들의 광범한 공감대다. 정파를 불문하고 '교육이 이대론 안 된다'라는 압도적 인식이 있었다. 교육주체와 시민사회가 일정한 협의기구를 구성해서 교육개혁의 실행계획들을 논의하고 확정해서 하면 정치권에서 딴소리를 할 수 없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도 정권 5년의 임기 내에 단기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개혁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국민의 절박함을 집약하는 명확한 계획과 장기비전이 필요하다.

이런 삶의 요구가 힘을 갖게 되면 더불어 절차적 민주주의도 완강히 지켜진다. 그리고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선거연합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은 분명하지만"

▲ 재보선이나 지방선거 둘 중의 하나는 나서야 할 처지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진 못한 듯 했다ⓒ프레시안

프레시안: 진보신당의 후보로 10월 재보선에 나서든,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나서든 반MB 전선에 조응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진보신당은 원내 의석을 늘리는게 시급한가 지방선거 바람을 일으키는 게 우선적인가?

심상정: 반MB전선의 문제의식을 받아 안고 국민들의 신뢰를 불러올 수 있는 대안경쟁을 종합한 선거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다. 그리고 우리 당 입장에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안 된다. 우리가 가진 정치적 성과를 만들 수 있는 구체적 조건을 놓고 판단할 것이다. 의석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그렇게 나서고,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을킬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그렇게 나선다.

향후 선거의 구도를 내다보자면 선거연합이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MB나 한나라당을 반대한다고 해서 무조건 연합할 순 없다. 예컨대 비정규직이나 한미FTA, 쌍용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정책적으로 상반된 후보들간 단일화가 쉽겠나.

프레시안: 예컨대 지금 현재의 민주당은 어떤가? 반MB 전선 뿐 아니라 다른 사회경제적 현안에 대해서도 다소 세게 나오고 있다.

심상정: 지금 민주당은 그 내부에서 상당히 스펙트럼이 크고 과거 자신들의 실천에 대한 평가나 대안적 노선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것 같다. 개별 정책에 대한 내부 견해차도 큰 것 같고. 민주당에 대한 규정은 구체적인 정책과 노선에 대한 점검이 앞서야 할 것 같다.

향후 선거에는 현 정권의 역주행을 저지하라는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과 대안권력 형성을 위한 경쟁의 의미가 결합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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