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은 도대체 무엇을 바라는 걸까? '벚꽃 대선'? 어찌됐건 황교안의 대권 행보는 사실상 시작됐다. 그는 어엿한 '대권주자'다. 그런데 평가는 박하다. 박해도 너무 박하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고교 동창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후보든 안철수 후보든, 야권 후보 누구라도 박근혜 정부를 잇는 후보로서 황교안 총리가 나오는 게 가장 반가운 구도"라고 했다.
"폭발적인 황교안 현상"(새누리당 박완수 비상대책위원)의 배경은 사실 싱겁다.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박근혜(혹은 최순실)가 만들어낸 보수 진영의 인물 부재 상황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 3주 만에 낙마하자 그 '대체재'로 들어온 측면이 크다. 인물의 농도가 낮은 보수 진영으로 황교안이 빨려들어왔다. 일종의 '삼투압 현상'이다.
사실 폭발적인 황교안 현상이 아니라 폭발적인 '황교안 불가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그 이유는 많다.
첫째, 황교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국정농단에 대해 총리로서 책임이 큰데 인정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질문에 "제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스스로 '최순실 사태'의 책임자 중 하나임을 인정한 것이다.
둘째,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면서 한국갤럽이 그를 대통령으로 상정한 후 '국정 수행 지지율'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지난 1월 20일 발표된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8%로,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48%로 나타났다.(신뢰도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국정 운영 긍정률보다 부정률이 높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대선 주자로 나와 당선된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대선이 '회고투표' 성격보다 '전망투표' 성격이 크다고 하나, 회고에서도, 전망에서도 어떤 의미 있는 기록을 낸 적 없는 황교안의 대선 도전은 사실 난센스에 가깝다. 6일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황교안에 대한 비호감도는 지지율의 네 배를 넘어선다. (☞관련 기사 : 황교안, 지지율은 16% '불출마 요구'는 69%)
셋째, 황교안은 보수 진영의 한 축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보수 진영을 한데 묶기 어려운 후보는 대선에 나올 경우 '필패한다'는 논리다. 현재 보수 진영은 친박(새누리당)과 반박(바른정당)으로 쪼개진 상태다. 황교안은 이중 '친박' 세력의 지지만 받고 있다. 비박 세력은 황교안을 지지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 '비토'론자로 활동한다. 황교안에게 '중도 확장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는 '박사모'의 비밀병기이고, '일베'의 영웅일 뿐이다.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조차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후보가 보수의 대표 주자가 될 수 있겠는가.
넷째, 황교안이 대선에 뛰어들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승계해야 한다. 그 경우 명칭은 '유일호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된다. 작고한 코미디언 구봉서 선생의 유행어가 떠오른다.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드셀라 구름 위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직무 대행을 버리고 대권에 뛰어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정적 인식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이는 정치 문법에 조금이라도 밝은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예측'이다. 지난 2012년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사례도 있다.
황교안은 12월 대선을 바라보고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이처럼 폭발적인 '황교안 불가론'에도 그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황교안이 자신에 대한 '불가론'을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면 해석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 봐야 한다.
정치인 황교안에게 가장 좋은 대선 시나리오는 탄핵이 기각되는 경우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훌훌 털고, '탄핵 국면'에서 얻은 보수(극우)층의 지지를 업고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 전직 국무총리가 대선에 나간 사례는 많다.
황교안은 대통령 권한 대행이다. 대한민국 행정부를 쥐고 있으며, 논리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최종 임명권을 가진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다. '4대 권력기관'이라고 하는 국세청, 경찰청, 검찰청, 국정원을 장악하고 있다. 그에게는 '힘'이 있다.
'황교안의 정치'는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일단 특검과 맞붙었다. '국가 기밀'과 상관없는 청와대 내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가 허가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명백해진다. 황교안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그리고 '박사모' 등 탄핵 반대 세력의 폭발적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는 더이상 '관료'가 아니다. 정치를 하는 대통령의 위치에 있다. 두 번째, 오는 9일, 10일 예정된 국회 대정부질문에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황교안은 "국회 출석으로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것은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즉시 대처하지 못하는 등 국정 공백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그런데 황교안은 지난해 12월 20~21일엔 대통령 탄핵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출석한 바 있다.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된다는 것인데, 야당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다. 야당의 반발은 황교안에게 이롭다. '강한 권한대행'의 이미지, 야당과 각을 세우는 보수의 '포스트' 이미지를 강화해 줄 것이다. 국회 출석 거부는 다분히 정치적 행보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기각되고, 특검 수사가 누군가의 방해에 의해 부실 수사로 흐른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그리하여 만약 대선이 12월에 열리게 된다면? 앞서 열거한 '황교안 불가론' 일부는 눈 녹듯 사라지게 된다.
바른정당을 포함한 야권 입장에서야 '벚꽃 대선'을 상정하고 행보를 해야겠지만, 새누리당이나 '박사모', '탄기국' 세력들의 입장 속으로 들어가 보면 다르다. '내재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들은 '탄핵 기각'을 노린다. 물론 이것은 '기우'일 뿐이다. 아직은.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열리는 경우는 황교안에게 가장 불리한 시나리오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황교안은 대선 도전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보수 진영은 '제2의 반기문 쇼크'에 봉착한다. 황교안은 그러나 그보다 더 현명할 것이다. 그의 나이는 젊다. 1957년생이다. 차치기를 노려봄 직하다. 보수진영의 정치는 붕괴했지만, 황교안의 정치는 이제 시작이다.
반기문의 실패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안 대행은 불출마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뼈 있는 글을 남겼다. "반기문 전 총장과 황교안 총리는 관료 출신으로 낙선을 하더라도 야당 대표를 하겠다는 객기를 못 가졌다"는 것이다.
'벚꽃 대선'이 목표는 아니더라도 황교안의 '객기'는 생성되고 있는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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