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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이메일 공개 = 자폭테러 = '올인'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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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이메일 공개 = 자폭테러 = '올인' 도박"

[김종배의 it] 계산 뻔하지만 역풍도 뻔한 것

FC바르셀로나가 울 것 같다. 환상의 삼각편대다. 검찰이 센터링을 올리니까 보수 언론이 헤딩으로 연결하고 청와대가 슛을 날린다. <PD수첩> 작가 이메일을 축구공 삼아 공격축구를 선보인다.

거침이 없다. 보수 인사들조차 이메일 공개는 너무 심했다고 비판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폭주기관차처럼 돌진한다.

왜일까? 왜 거칠게 나서는 걸까?

일각에서는 '분풀이'로 해석한다. <PD수첩> 때문에 촛불시위가 일어났고 촛불시위 때문에 청와대와 보수언론이 곤경에 빠졌다고 생각한 나머지 '복수혈전'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한다.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게 전부인 것 같지는 않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 내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너무 격하다. "음주운전" "흉기"와 같은 비유를 동원한 것을 볼 때 그렇고, "만약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경영진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총사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난타를 가하는 것을 볼 때 그렇다.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뉴시스

이 또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 시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너무 빠르다. 사법부의 판단을 앞두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논평을 자제했던 청와대의 관례에 비춰볼 때 그렇고, 청와대의 섣부른 논평이 판결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말을 삼가던 상궤에 비춰볼 때 그렇다.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두 가지 유의점에 기대면 <PD수첩>(나아가 MBC 전체) 때리기에 '분풀이' 이외의 다른 목적이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바로 정치적 목적이다.

일정을 살피면 나온다. 청와대가 속도위반을 감수하며 선봉에 서서 거친 공격에 나서는 정치적 목적이 나온다.

6월과 8월에 큰 판이 두 개 벌어진다. 미디어법이 6월 국회 테이블에 올려지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임기가 8월에 끝난다. 미디어법이 강행 처리되면 MBC의 '공영방송' 지위가 격랑에 휩싸이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개편되면 엄기영 MBC 사장의 거취가 도마 위에 오른다.

<PD수첩>을 매개로 MBC를 '악의적 선동방송'으로 몰아가면 떼어 놓을지 모른다. MBC를 국민으로부터 떼어내고, 더불어 미디어법 반대 파업을 벌였던 MBC 노조를 거리에서 밀어낼지 모른다.

<PD수첩>을 매개로 MBC 경영진의 무능과 나태를 부각하면 밑돌을 놓을지 모른다. 방송문화진흥회 개편 후 임기의 절반을 남겨놓고 있는 엄기영 사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고, 내친 김에 MBC 조직 전체를 평정할지 모른다.

이러면 손 안대고 코 풀 수 있다. 미디어법 처리에 성공하면 정국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고, 엄기영 사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면 정연주 KBS사장을 낙마시킬 때의 파문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모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가는 늘 따른다. 공격 일변도로 나가다가 역습 한 방에 그로기 상태에 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삼각편대의 공격은 '자폭테러'다. 상대방에 대한 타격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폭'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 위험한 게임이다. 헌법상의 기본권인 사상과 양심의 자유까지 훼손하며 벌이는 '더티 게임'이다.

이게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이게 미디어법과 MBC 경영진 개편의 정치성을 부각해 극심한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

삼각편대가 <PD수첩> 작가의 이메일을 '디딤돌' 삼으려는 순간 성격이 달라졌다. 미디어법은 미디어 산업과 관련되 정책 사안에서 기본권과 연계된 헌법 사안으로 격상되게 됐고, MBC 경영진의 진퇴는 개인의 거취에 관한 문제에서 조직의 운명이 걸린 문제로 전화되게 됐다. 배수진을 친 저항을 유발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표현을 바꿔야 한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삼각편대가 벌이는 건 게임이 아니다. 그들은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손익 게임이 아니라 '전부 혹은 전무'의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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