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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분노 남긴 트럼프 취임 첫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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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분노 남긴 트럼프 취임 첫 주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 "‘트럼프 외교’, 트럼프 때문에 망한다"

트럼프 '외교'의 가장 무서운 적은 본인 자신이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예상보다 훨씬 일찍 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최근 미국 언론의 다수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열흘도 안 된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트위터 정치와 소수의 참모에 둘러싸인 '밀실' 외교로 미국 국내뿐 아니라 온 세계에 심각한 분쟁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현상에 대한 자조적인 한탄을 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시우스는 "대통령의 가장 무서운 적은 본인 자신이다"라는 기사(1월 27일)에서 이렇게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을 질러 밭을 가꾸는 화전(火田)'과 같은 언행과 행동으로 극적인 관심을 불러내지만, 심지어 공화당 의원과 지지자들의 동조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매섭게 질타한다.


취임 후 '첫 주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가? 왜 이런 행동이 역대 최저인 트럼프의 지지율을 더 깎아 내리고 미국과 세계 정치와 경제에 대한 전망을 더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가?


<워싱턴 포스트>의 "사실 확인(Facts-Checking)" 칼럼의 글렌 케슬러에 의하면 취임 후 첫 주에 트럼프가 전통적인 정책 발표 패턴을 사용하지 않아 발생한 불필요한 정치 및 외교적 갈등이 적어도 열댓 개는 될 거라고 주장한다. 오늘 국제 칼럼은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외교 갈등 두 가지, 즉 멕시코와의 무역 전쟁과 무슬림 7개 국가 국민의 비자 발급 정지 등을 다뤄 보겠다.


우선 멕시코와 '무역전쟁', 특히 NAFTA로 인한 지속적인 무역 적자 발생, 국경 장벽 건설 비용 부담, 불법 이민, 마약과 무기 밀매 등 미국과 멕시코 양국의 가장 뜨거운 현안 문제를 짚어보자.


대선 기간 중 : 트럼프는 대선 유세 때부터 현재까지 끈질기게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고 불법으로 마약과 무기를 미국에 들여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고 그 비용을 멕시코가 물도록 하겠으며, 미국에 '재앙을 가져오는' NAFTA를 재협상 하겠다"고 주장했다.


1월 20일 : 백악관은 오는 1월 31일 엔리케 페냐 니어토 멕시코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하여 양국 간 현안 문제를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1월 25일 : 하루 전 미국에 도착한 멕시코 대통령 방문 준비팀이 미국 실무진과 방문 일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바로 그 순간,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남부 국경에 당장 장벽을 쌓는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트럼프 본인은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을 지불할 생각이 없으면 미국에 올 필요가 없다"는 매우 무례한 트윗을 보냈다. 그리고 백악관은 "멕시코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하여 그 돈을 국경 장벽 건설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뉴스를 언론에 살짝 흘렸다.

1월 25일 저녁 : 멕시코 국민의 자존심이 상했다며 대단히 화가 난 니어토 대통령이 앞서 합의된 1월 31일 미국 방문을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1월 27일 : 백악관은 양국 대통령이 한 시간 전화 통화를 하고 국경 장벽 건설 비용 지불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무역 적자, 불법 무기와 마약 밀매 등 현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외교 해프닝이다. 어떻게 세계 최강 국가인 미국 대통령의 외교 행태가 이처럼 '어린아이 땅 뺏기' '심술 부리기' 수준으로 전락했는가?

어떻게 민주 정치의 산실인 미국이 이처럼 독재자적인 '갑질'을 할 수 있는가? 온 세계가 럭비공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트윗 정치를 무서워하며 동시에 깔보고 미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멕시코와 무역 전쟁보다 더 심각한 트럼프의 '외교' 자충수를 살펴보자. 지난 1월 27일 (금요일) 트럼프가 난민 입국 금지와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비자 발급 금지에 관한 행정 명령에 서명하므로 들불처럼 번지는 국제 외교 갈등과 미국 국민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트럼프는 위의 반(反)이민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미국 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 즉 미국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아 해석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이 행정 명령의 핵심 목적은 다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잠재적 테러 위험이 있다고 보는 7개 무슬림(이란, 이라크, 시리아, 소말리아, 수단, 리비아, 예멘) 국가 국민의 미국 비자 발급과 입국을 90일 동안 일시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 출신의 영주권자(Green Card 소지자)와 이중 국적자도 이 금지법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이들 국가 난민들의 미국 입국을 120일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반(反)이민+반(反)난민' 강경 정책을 접한 전 세계는 혼란과 충격, 분노에 휩싸였다. 트럼프의 행정 명령에 해당하는 무슬림 7개국은 물론 그 외 무슬림 국가 모두(46개국)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이슬람 종교에 대한 차별" 정책이라며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연합국은 "이것은 미국의 가치관을 포기하는 행태"라고 질타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제네바 난민 협정'의 준수 의미를 강조하고,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을 전날에 세 차례나 거부했던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도 어제 공식적으로 트럼프 이민 정책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안에서도 지난 주말 이틀간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극렬한 반대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민주당 슈머 상원의원은 "오늘 자유 여신상의 볼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고 말하고, 힐러리는 '이런 반이민, 반난민 행정 명령은 우리의 (진짜) 모습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오늘 국제 칼럼의 결론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국제 외교 정책에 대한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트럼프가 럭비공 같은 불확실성의 '트윗' 정치와 소수 국수주의 참모들과의 '밀실' 정책으로 전 세계에 충격과 혼란, 불안과 분노를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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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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