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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추천한 유재경 자리, 박근혜가 인사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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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추천한 유재경 자리, 박근혜가 인사권자

외교부 유 대사 인선 경위 '모르쇠' 발뺌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으로 소환된 유재경 주(駐)미얀마 대사가 최순실 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가 외교관 인사까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특검의 수사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규철 특검보는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오전 조사 결과, 유재경 대사가 최순실을 여러 차례 만났고, 본인이 최순실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점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유 대사는 최순실과 연관성을 부인해왔다.

유 대사와 최순실 씨가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됐느냐는 질문에 이 특검보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씨가 미얀마 대사 인선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배경에는 정부의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이 자리하고 있다.

특검은 정부가 추진했던 ODA 사업인 'K타운 프로젝트'에 최 씨가 개입해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정부가 미얀마에서 한류 조성 및 교류 확대를 목적으로 760억 원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무상으로 건설해주고 한류 관련 기업을 입주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검은 이 사업에 최 씨가 특정 업체를 프로젝트의 대행사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회사 지분을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당시 미얀마 대사였던 이백순 씨가 경질되고 삼성전기 전무를 지낸 유재경 현 대사가 임명됐다. 특검은 당시 사업에서 이 전 대사가 최 씨에게 협조하지 않아 경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 대사 전임자인 이백순 대사의 경우 특임공관장이 아니었는데, 유 대사가 '특임공관장'이라는 명목으로 갑자기 미얀마 대사로 임용된 것도 이러한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순실 추천한 유재경 특임공관장 자리, 박근혜가 인사권자


외교부는 이에 대해 유 대사가 '특임공관장'이라며 대사 임명은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의 결정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유 대사의 인선 경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면서도 "인사권자의 필요에 따라 특임공관장이 갈 수 있다"고 답해 청와대 및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조 대변인은 "유재경 대사는 특임공관장"이라며 "특임공관장은 외교적 필요에 따라 인사권자가 비직업 외교관에 대해 공관장 임명권을 행사하는 제도"라며 이 같이 설명했다.

실제 외무공무원법 제3조에 따르면 특임공관장의 경우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할 수 있는 직책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유 대사의 임명을 외교부가 결정한 사안이 아니며, 결정 과정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임공관장을 청와대에서 임명할 때 그 배경에 대해 외교부 측에 한 번도 설명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조 대변인은 "특임공관장 임명과 관련해 외교부와 충분히 상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답해 인선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는 직전의 답변과는 상반되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아무리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특임공관장이라고 하더라도 주무 부처인 외교부에서 아는 바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평가와 함께 특임공관장 인선 절차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 대변인은 이에 대해 "(유 대사가 최 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관련 자료가 지금 없기 때문에 추후 알려드릴 것이 있으면 알려드리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외교부가 '특임공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유 대사의 인선 과정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불과 8개월 전 유 대사가 임명됐을 당시만 해도 외교부는 '개발도상국의 시장개척'이라는 명분을 강조했었다.

지난 5월 23일 유 대사의 임명이 공식 발표된 당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외교부 당국자는 "특임공관장 임명을 통해서 무역 전문가를 많이 영입해 개발도상국 시장개척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조 대변인은 문제가 되고 있는 컨벤션 센터 건립 여부에 관해 "미얀마 정부 측이 미얀마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 무상원조 지원 요청을 해온 데 대해서 두 차례에 걸쳐 외교부 주도로 유관부처 및 민관 합동 예비조사를 실시했다"며 "그런데 '타당성 결여'로 결론이 나서 외교부는 사업 불추진을 결정하고, 이를 미얀마 정부 측에 통보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비 조사 결과 주거지구 내 위치‧열악한 인프라‧낮은 접근성 등을 감안해볼 때 부지가 부적합하고, 미얀마 컨벤션 산업의 초과 공급으로 인해서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이 결여하였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조 대변인은 그러면서 "K타운 사업은 다른 부처에서 주관했던 사업이기 때문에 외교부가 상세 내용을 아는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가 함께 추진했던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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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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