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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발행, 그 후…체감물가 고공행진 속 불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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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발행, 그 후…체감물가 고공행진 속 불안 우려

'지하'로 간 신사임당?…'검은돈' 거래 쉬워져

신사임당 인물 초상이 그려진 5만 원권 지폐가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유통됐다. 종전까지 가장 '고액권'이었던 1만 원권이 생겨난 것은 1973년 6월. 36년 만에 고액권의 얼굴이 바뀐 셈이다.

5만 원권과 10만 원권 등 고액화폐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화폐 거래 규모도 커져 화폐를 고액화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지난 36년 동안 물가는 12배 이상 오르고 국민총소득은 1973년 137억 달러에서 2008년 9327달러로 70배 가까이 증대됐다.

한국은행 역시 5만 원권 발행의 이유로 연간 2800억 원에 달하는 자기앞수표 비용, 다양하지 못한 화폐로 국민이 상거래에서 느끼는 불편함 축소를 꼽았다.

발 빠르게 등장한 '5만 원 마케팅'

그러나 고액권 유통에 따른 부작용도 예측된다. 5만 원권 유통으로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산돼 가뜩이나 신음하고 있는 서민경제가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5만 원권 지폐 한 장을 쓰는 것은 만 원짜리 다섯 장을 쓰는 것보다 비교적 돈을 쓰는 느낌이 가볍다. 자연스럽게 지갑에 들고 다니는 현금도 많아지기 마련이고, 축의금 등 경조사비 역시 올라갈 여지가 크다. 과거보다 쉽사리 많은 돈을 쓰리란 짐작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소비자 심리에 발맞춰 5만 원짜리 맞춤 보험, 외식 업체 세트 메뉴 등 이른바 '5만 원 마케팅'도 발 빠르게 등장했다. 3~4만 원대의 상품들이 용량을 약간 늘려 5만 원짜리 상품으로 둔갑해 출시되거나, 가격 변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각종 서비스 요금의 기본단위가 5만 원에 맞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시작된 금융위기로 유동성을 대규모 살포한 상황에서 5만 원권이 유통되면 언제 인플레이션 바람이 불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고 체감물가는 높아지는 상황에서, 씀씀이의 기본단위가 5만 원으로 올라가 버린다면 서민 경제는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 전망이다.

'박스떼기'가 이젠 '손가방'으로?

새 5만 원권이 이른바 '검은돈' 거래에 활용될 위험성 역시 지적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5만 원권이 발행되면 과거의 5분의 1 부피로 동일한 현금을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뇌물 수수가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검은돈' 을 사과박스에 담아야 했다면 이제는 손가방이면 충분해질 거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또한 "자기앞수표는 추적이 가능하지만 현찰의 경우 어떠한 제도적 보완책도 없다"며 고액권 발행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5만 원권 유통에 따른 탈세의 위험성도 점쳐진다. 5만 원권이 본격적으로 유통되면 대금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를 부분적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사업자의 탈세로 조세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현금영수증 사용을 보편화하는 등 앞으로 정부가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한편, 5만 원권이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카지노, 경마장 등의 사행성 업체에서 활발하게 유통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5일 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강원랜드 내에 있는 신한은행 사북지점은 지금까지 50억 원에 이르는 5만 원권을 고객들에게 공급했는데, 이는 본점 영업부의 공급액 9억 원의 6배에 이르는 규모다. 농협 마사회지점에도 지난주 창구에 들어온 지폐 50억 원 가운데 5만 원권이 2억 원에 이르렀다.

카지노, 경마장 등의 사행성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소비자의 소비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5만 원권 발행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심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인 것이다. 이곳에서 5만 원권이 집중적으로 유통된다면, 이들 사행성 산업이 더욱 확장될 위험성이 역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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