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쇄신 논란…뒤에서 팔짱 끼고 있는 靑

이동관 "물러나라는 이야기만…'명분과 밑그림'이 없다"

여당발(發) 쇄신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불편한 기색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이) 일단 자기정리가 돼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물러나라는 이야기만 있지, 쇄신의 논리와 명분, 줄거리, 밑그림이 안 서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의 자기정리가 우선이다"

전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연찬회를 열고 쇄신안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예를 들어 '우리는 당의 개혁을 위해 이러저러한 것들을 하겠다. 청와대도 이런 것들을 해 달라'고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그래야 진정성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여당의 강력한 쇄신압박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셈.

최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으로 인사하는 것은 구시대적 정치 발상"이라면서 사실상 여당의 쇄신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두고 이 대변인은 "그런 취지의 말씀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의 원래 철학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아니냐. 왜 쇄신을 거부하겠느냐"면서 "다만 국면을 넘기 위해 정치적인 쇼로서 인사개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게 얼마나 큰 뉘앙스의 차이냐"며 "남의 말 좀 주워듣고 쓰지 말라"며 언론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전날 이 대통령과 종교 지도자들의 오찬 간담회를 언급하면서 "우리도 귀를 열고 잘 듣고 있다"면서 "안팎의 쇄신요구에 대해 대해 귀를 닫는다든지, 쇄신은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지 하는 그런 태도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청과 숙고의 모드에서 한 치도 바뀐 것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쇄신이 아예 없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진 않았지만, 여당의 쇄신논의가 계파갈등 양상으로 전개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사실상 역공에 나선 셈이다.

당내 쇄신론자들의 요구가 충분한 동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 자체가 장기회될 경우 청와대로선 일종의 '시간벌기'가 가능하다. 결국 '경청과 숙고'라는 수사를 앞세운 사실상의 '버티기 모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